에페메라
2014. 9. 11. 17:58
그대도 말하라
파울 첼란
그대도 말하라,
마지막 사람으로,
그대의 판정을 말하라.
말하라
그러나 '아니요'를 '예'와 가르지 마라.
그대의 판정에 뜻도 주라.
그것에 그림자를 주라.
그것에 그림자를 충분히 주라.
그것에 그만큼을,
네 주위 한밤중과 한낮과 한밤중에
두루 나누어줄 수 있는 만큼 주라
둘러보라.
보라, 사방이 살아나고 있다 ---
죽음 곁에서! 살아나고 있다!
그림자를 말하는 이, 진실을 말하는 것.
지금 그러나 그대 선 곳이 줄어든다.
어디로 이제, 그림자 벗겨진 이여, 어디로?
오르라, 더듬어 오르라.
그대 점점 가늘어지고, 점점 희미해지고, 점점 섬세해진다!
더욱 섬세해져 이제 한 올 실낱이다.
그가, 별이,
타고 내려오고 싶어하는 실낱.
낮은 곳에서 유영하고자, 낮은 곳,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곳,
떠도는 말들의 물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