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w and affect studies
자본이 '시'가 되는 시대: 부일시론
alice11
2014. 8. 9. 14:41
[부일시론] 자본이 '시'가 되는 시대
2014-07-01 [10:53:30] | 수정시간: 2014-07-02 [14:29:42] | 26면

한국의 '광대역'과 애플의 '당신의 시'
한국의 LTE 광고들이 '기술+스타'라는 한정된 프레임을 무한 반복하는 것과 달리, 애플은 전 세계, 아니 우주 전체로 프레임을 확장한다. 전 지구를 횡단하는 카메라의 시선과 저 멀리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프레임을 가로지르며 휘트먼의 시를 인용하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의 대사가 흘러나온다. "시가 아름다워서 읽고 쓰는 것이 아니야. 인류의 일원이기 때문에 시를 읽고 쓰는 거야. 인류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지. 의학, 법률, 경제, 기술 등도 훌륭한 일들이고 삶을 지속하는데 필요해. 그러나 시, 아름다움, 로맨스, 사랑, 이것들은 삶의 목적이야." 너무나 미학적이고 시적인 텍스트의 효과는 복합적이다. 그러나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애플은 경쟁 상대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얘들아, 이제 기술을 파는 시대는 끝났단다."
이렇게 자본이 마치 이전에 우리가 '시'라고 이름 붙인 어떤 영역이 하던 일을 대체해가는 것을 이론에서는 정동 자본이나, 비 물질 노동과 같은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는 우리가 산업 노동 시대의 틀에 박힌 사고방식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때만이 파악할 수 있다. 경제적인 것, 실용적인 것을 기술 개발, 건설과 같은 물질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문학이나 예술, 시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고 비아냥대는 통속적 이해방식은 이런 산업 자본주의 시대의 산물이다.
오늘날은 산업 자본주의 시대의 물질성이 지배하던 시대에서 인지 자본주의의 비 물질성이 지배하는 시대로 변화하는 거대한 전환기라 할 수 있다. 물론 산업 자본주의 시대의 패러다임이 모두 비 물질 노동으로 대체되지는 않지만, 노동과 자본의 위계를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한국 아이돌에 초점을 맞춘 LTE 광고와 전 지구와 '인류'로 프레임을 확장한 애플 광고는 기술과 시가 어떤 식으로 우위를 다투는지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기술 입국이라는 산업 자본주의 시대의 표어가 상징하듯이 기술은 '일국'의 시장을 좌지우지 할지 모르지만 '시'는 우주와 '인류'를 좌우하고 있다. 이제 이 우주와 인류는 '시'가 된 자본이 좌지우지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시를 자신의 '자본'으로 삼은 자들이 이 새로운 우주의 '엘리트'가 될 것이다.
"이제, 기술을 파는 시대는 끝났다"
이미 이러한 전조는 나타나고 있다. 시, 예술, 미학의 '미래적 가치'를 글로벌 자본이 자신의 자양분으로 만들어가는 동안, 산업 역군의 후예들이 이끄는 지역 대학은 '의학, 법률, 경제, 기술'과 같은 산업화 시대의 '전통' 학문을 실용학문이라 떠받들며 시와 예술을 비실용적이고 무가치한 학문으로 폐기처분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한국의 지역 대학은 '시가 자본이 되는 이 시대'에 결코 '엘리트'를 양성할 수 없다. '기술을 파는 시대가 끝난' 이 시대에 기술입국을 꿈꾸는 한, 지역 대학은 이 새로운 자본주의의 피라미드 속에서 하층에 배치되는 산업 역군을 길러내는데 자족해야 할 것이다.
최근 이런 대학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교육 관료들이 애용하는 표현이 있다. "Top/Down". 즉 경쟁력 있는 '탑'은 살리고 경쟁력 없는 '다운'은 없앤다. 지역의 행정 관료들, 대학의 교육 관료들에게 이 말을 되돌려주고 싶다. 자! '시가 자본이 되는 시대'에 산업화 시대의 '전통' 학문을 실용 학문이라고 떠받드는 당신들, 지역 인재의 미래는 탑입니까 다운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