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ce11 2025. 2. 13. 14:39
리츠메이칸 코리아 센터+동아대 젠더어펙트 연구소 공동 연구 심포지엄 <호감과 증오를 둘러싼 정동 정치학> 제 2회가 2025년 2월 16일 열립니다. 저희는 내일부터 관련 워크샵을 위해 쿄토로 출발합니다.
2015년 연구년을 맞아 리츠메이칸 대학 코리아 센터에서 1년간 <한일 헤이트 스피치 비교 연구>를 수행했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습니다.
저는 이번에는 <차이나 어펙트:전시동원 체제의 반일/배일 분화와 중국정동>에 대해 발표를 합니다.
사상 통제와 풍속 통제라는 맥락에서 한국근현대사를 볼 때 사상 통제가 풍속 통제로 전환되는 특징적인 시점이 등장합니다. 이 지점이 파시즘이 체제로 구축되는 전환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일제시기 전시동원 체제, 냉전시기 반공주의에서 연좌제의 등장입니다. 예를 들어 전시동원 체제 이전, 풍속 통제 대상은 '정치적으로' 무의미하거나 가치가 없는 존재였습니다. 무엇보다 '정보생산'의 측면에서 그러합니다. "사상 통제 대상 집단은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정보를 생산하는 개별자(개인)이다. 반면 풍속 통제 대상 집단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정보를 생산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 집단은 개별자와는 달리 무리, 자연, 자연물, 사물(matter)에 가깝다. "고 하겠습니다.
논문 중 내용 요약
그렇다면 이들은 왜 통제되어야 할까? 이들은 스스로 정보나 의미를 생산하지 않지만, 무언가를 실어 나르는, 전파매개체나 전파매개물이기 때문이다. 경향적으로 여성, 비엘리트 남성, 부랑자, 미성년 등이 풍속 통제 대상으로 분류되는 점도 이러한 개체에 대한 이해의 산물이다. 즉 이 개체들은 그 자체로는 의미를 갖지 않지만, 무언가를 실어 나르는 전파매개체이기에 해롭거나 위험하다. 풍속 통제 대상들의 특성은 무의미한데 해로운 개체들, 전파매개체로 간주된다. 이 개체들은 그 자체로 의미나 정보 가치가 없다. 무가치하지만 전파매개성이 높은 위험한 개체로서 이들은 전향이나 의식화의 대상이라기보다 박멸과 정화의 대상이 된다.
일본 제국의 사상전 강도가 강해질수록 풍속 통제 메커니즘이 비국민 색출의 방법이 되는 것도 이러한 특성과 관련이 깊다. 이 과정에서 중국, 중국인, 중국과 관련한 장소, 문화, 습성은 사상적 원천으로서 사상 통제의 대상에서 무의미하고 해로운 개체들의 온상으로서 풍속 통제의 대상으로 전이되고 변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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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사회 증오정치에서 등장하는 '중국' '중국적인 것'에 대해 여러 논의가 필요합니다만, 일단 저는 제 연구의 맥락에서 한국의 증오정치 역사 속에서 중국적인 것이 작동하는 특이성에 주목하여 연구하고 있습니다.
"탄핵 촉구 시위를 주동하는 집단이 중국인이다"라는 식의 논의의 초점.
이 지점에서 반중정서 등의 맥락이 물론 중요합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논했듯이, "그럼 나도 중국인인가" "누가 중국인인가" "화교는 중국인인가" 이런 논의가 이어지기도 했는데요.
여기서 중요한 건, 시위 참가자는 잠재적 중국인이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럼 왜 시위 참가자를 잠재적 중국인이라고 하는가?
예를 들면, 사회주의자는 사상의 문제이나 사상적 논쟁 혹은 전향 공작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 중국인은 전향시킬 수 있나요?
없습니다. 이때 '중국인'이란 전향이나 의식화의 대상이 아닌, 박멸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즉 시위대가 잠재적 중국인이라고 하는 건, 혹은 시위대가 중국인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 즉 시위대는 중국인의 선동을 실어나르는 전파매개체라는 의미입니다. 하여 시위대는 그 자체로 사상이나 의미있고 가치있는 무언가를 전하는 게 아니고, 거짓과 허위정보, 혹은 병균과 바이러스를 실어나르는 전파매개체가 됩니다.
하여 전파매개체인 시위대는 박멸해야 하며, 잠재적 중국인과 진짜 중국인을 색출하기 위한 인종청소가 시작되어야 한다, 이게 최근의 '중국적인 것'에 관한 논의의 구조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구조가 일본의 전시동원 체제에서 시작해서, 한국전쟁을 통해 커다란 변화를 겪고 냉전, 탈냉전기에 이어져온 차이나 어펙트의 역사성과 그 변용이라 할 수 있겠네요.
최근 사례
에 관해서는 나중에 본격적으로 논의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