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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폐지, 한국적 기민(棄民)정책의 역사와 현재 본문

대안적 지방담론과 정착민 식민주의

여가부 폐지, 한국적 기민(棄民)정책의 역사와 현재

alice11 2024. 9. 6. 10:28
<여가부 폐지, 한국적 기민(棄民)정책의 역사와 현재>
 
본격적으로 쓰려면 너무나 길게 써야겠지만 일단은 간략하게 써보겠습니다.
 
1. 울산시민연대의 성명서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을 요구한다>의 일부를 옮겨두고, 댓글에 링크를 남깁니다.
 
 
불법합성물은 음란물을 제작하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성차별 문화와 함께 가해자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 수사기관과 관대한 처벌을 하는 법원 그리고 국가차원의 대응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를 등외시한 정부와 입법 공백을 방관한 국회의 합작품이다. 특히 정부는 2024년 여성가족부 예산에서 디지털성범죄 예방교육 관련 예산을 전년대비 대폭 삭감했고, 성폭력 예방 교육예산도 삭감한 바 있다.
 
 
 
울산은 어떠했나?
 
 
2024년 정부의 전년 대비 대폭 삭감한 예산안 제출에 발맞춰 울산시도 삭감된 예산안을 편성했고, 심지어 울산시의회는 교육청의 성교육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 범람하는 디지털 성범죄 문제에 이러한 흐름이 일조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 울산시민연대의 성명 내용을 자세하게 살펴보시면, 현재의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해 왜 "국가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무엇보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기점으로 한, 일련의 정책 기조의 결과임을 명확하게 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남도의회를 중심으로 진행된 집요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일련의 인권 관련 조례의 철폐가 <딥페이크 성범죄> 양산, 무대책, 무관심, 용인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3. 무엇을 버리고 있나: 여성, 청년, 소수자
 
울산시민연대는 최근 몇년 경남도에서 진행되는 여러 반인권 정책에 대해 비판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꾸준한 실천에도 최근 여러 인권 조례가 폐지되었는데. 폐지된 주요 조례는 <민주시민교육조례, 마을교육공동체 조례, 청년문화예술 육성 밎 지원에 관한 조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지원 조례, 독립 항쟁사 교육 강화에 관한 조례 등이다)(경남 일보, 24년 9월 3일자 보도 참고)
즉 <마을공동체, 민주시민, 청년, 문화예술, 리터러시, 독립>을 정책적으로 버리고 있다.
 
 
이른바 "지방소멸 대응 정책"으로 청년이 이탈하지 않는 지방, 여성이 살기 좋은 지방, 지방에서 태어난 이들이 이곳을 미래를 위한 터전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정책 같은 건 전혀 없다. 미디어 리터러시도 교육하지 못하는데, 디지털 성범죄는 고사하고 딥페이크 성범죄를 막을 수도 없다.
 
 
4. 지방을 대표한다면서, 지방을 죽이고, 지방을 버리는 정치세력
 
지방소멸 담론이야말로 식민주의 담론이지만, 청년, 여성 청년이 이탈하고 있는 지방의 현실은 지방 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대응해야 할 정책적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은 관심이 없다. 이게 이른바 한국의 '오래된 정치 세력'의 뚜렷한 특징이다.
 
즉 경남도 곳곳에서 '유신'을 들고 나서는 세력에서 잘 보이듯이, 이들은 유신의 후예들인데, 이들 세력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들이 대표한다고 자임하는 공동체에 대한 책임" 자체가 없으며, 오히려 그 공동체를 가능한 파괴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5. '국가'를 대표한다면서 '국민을 버리는' 정치 세력: 한국형 기민 정치의 역사
 
(이것이 제가 여기서 자주 "한국의 극우 전통에는 이른바 '애국주의 전통'이 없다"라고 말한 주요 지점이기도 합니다.)
 
이런 특색을 이해하는 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지방 정부, 단체장, 공공 기관, 대학을 막론하고 "조직과 공동체를 더 살만한 곳, 더 나은 삶의 조건을 제공하는 곳"으로 만들려고 하는 '지도자'는 한국에 없다.
 
 
기이한 일이지만, 다들 당연하게 여긴다.
 
즉 자기들이 대표한다고 여기는 공동체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거나, 이른바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더 나은 삶의 조건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을 우리는 '공동체에 대한 책임'이라 하겠다.
 
한국의 '오래된 정치 세력'에게 이런 책임감은 없다.
 
이들은 오로지 그 공동체를 자신의 이득을 관철하고, 권력을 구축하는 기반으로만 여기기에 자신의 권력과 이권을 효율적으로 관철하기 위해, 공동체를 적당하고, 처절하게 파괴해서 길들인다.
 
이를 한국에서는 '개발주의'라고도 하는데, 이 개발주의야말로 철저한 '공동체 파괴'의 무책임한 식민주의를 정당화할 뿐이다.
 
 
이 과정에서 아주, 오래 무수한 주민들은 버려지고, 추방되었다.
 
아주 오래 여성은 버려졌다는 것조차 가시화된 적이 없었고, 소수자 집단 역시 마찬가지였다.
 
 
6. 국가 책임을 묻는 일, 한국형 기민 정책으로서 <여가부 폐지>
 
이렇게 한국의 오래된 정치 세력은 국가를 대표한다면서 특정한 국민을 공공연하게 버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이런 기민 정책에 대해 제동을 걸고 '국가 책임'을 추궁하게 된 것은 겨우, 1990년대 후반, 2000년대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단지, 한국인들의 집단적 민족주의 때문에 자신들의 경험을 숨겨온 것은 아니다.
 
해방된 국가에서 그 국가가 일본의 식민 지배의 피해를 입은 이들을 버리고(기민 정책), 버렸다는 사실 조차도 파묻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1990년대 김학순의 증언 이후 '위안부' 운동의 중요한 점 중 하나는 일본의 책임 뿐 아니라, 이들을 버려온 한국의 국가 책임도 묻는 일이었다. (이것이 국가 기념이나 보훈, 보상만으로 환원될 수는 없다고 해도.)
 
그러니까, 그 이후 비로소 <국가인권위원회>나 <여성가족부>가 만들어지게 된 것 역시, 그간 여성, 소수자를 "버리고, 버렸다는 사실 자체도 파묻어버린 국가 주도의 기민 정책"에 대해 비로소 '국가의 책임'을 하려고 정부 정책이 변하기 시작한 상징적 순간이었다.
그러니까 <여성가족부>를 폐지한 건, 그간 '오래된 정치 세력'이 국가를 대표한다면서 특정 국민을, 그리고 나아가 특정 주민을 버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기민 정책의 시대로 되돌아가겠다는 선언인 것이다.
 
 
7. 기민 정책에 대한 국가 책임을 묻는 일
 
'기민 정책'이라는 말은 주로 일본의 국가주의의 특성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특히 2차 세계 대전 패배 이후 일본 국가는 중국, 조선, 동남아시아에 잔류한 일본인을 체계적으로 버렸고 이로 인해 이른바 "잔류 일본인" "중국 잔류 일본인 고아" 문제 등이 1990년대 이후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여전히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일정한 보상을 2000년대 이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기민 정책이 다시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이 이른바 일본에서 유행한 "지방 소멸담론"이 바로 전형적인 기민 정책이라는 점을 비판하는 일군의 학자들에 의해서였다.
 
후쿠시마를 버리고, 동북 지역을 버리고, 이미 소멸한 한계취락은 버리고, 강소 지역이 도쿄가 망하지 않도록 중간 지대에서 소멸 쓰나미를 막으라는 정책은 그 오래된 기민 정책을 반복하면서 '지방 부흥의 총력전'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국가의 책임을 묻는다.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