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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와 인종화된 정보 과학 본문

대안적 지방담론과 정착민 식민주의

서화와 인종화된 정보 과학

alice11 2024. 5. 9. 15:47
**매 학기 이기영의 <서화>로 수업을 하는데. 이번 학기에는 소설을 다 같이 읽는 강독 수업을 처음 해봄.
학생들이 1930년대 소설 읽는 게 너무 어렵다고 해서. 주위 선생님들께 문의해보니, 텍스트를 수업 시간에 같이 읽는 것도 나름 효과가 있다고 하심. 이번 학기 처음 해보는데, 나름 재미가 있다. 다음에는 풍기문란 재판 장면을 학생들이랑 작은 낭독극으로 해볼 계획임.
***같은 작가, 작품으로 십 몇 년 동안 계속 논문 쓰는 선생님들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서화>로 강의는 한 1만 시간, 논문은 십 여 편 더 쓰고 싶다...^^
***
오늘 학생들에게 내준 과제
"학생회관 4층 학생 휴게실은 왜 "빨다"라고 불리는지 선배들에게 물어보기,
누구에게 정보를 획득할 것인지, 어떻게 그 정보원에게 접근할 것인지, 정보의 신뢰도와 타당성은 어떻게 확인할지 생각해보기."
"'빨다"라는 아주 사소한 단어의 사례도 그러하듯이 긴 시간 축적된 연결성, 접근성이 없이는 파악할 수 없는 정보가 있다. 그래서 이 연결성과 접근성을 장악하려는 게 파시즘 정보 전쟁의 특징.
이기영 <서화>를 통해 생각해본 "일제 강점기 풍속통제와 인종화된 정보 과학 형성사"
"서화가 마을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누구에게 정보를 얻고, 어떻게 접근하고 획득할 것인지, 또 마을에 숨겨진, 전해내려오는 의미들(오래된 못에 깃든 전설, 그 전설에 담긴 아기 장수 설화 등)을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알게 되는지."
"그러니까 일본의 풍속 통제가 서화를 금지하고, 이야기의 전승을 통제하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개를 통제하는 과정은 조선 특유의 고유한 정보 형성, 유통, 재생산의 회로를 파악하고 장악해서 무너트리고, 새로운 질서를 이식하는 과정이기도 함."
학생들은 어떤 선배에게 물어볼지...
이런 보충 설명도 있음
학생회관 빨다는 이제 이름만 남음. 작년 겨울에 엄청 화려한 리모델링을 거쳐서 대기업 편의점이 입점. 누군가에게는 편의점이 더 "편의"가 있고, "수준 있게" 느껴질 것임. 그런데 "빨다"에 담긴, 학생들의 자율적 터전, 연결성, '공동체성'은 사라짐. 누군가는 그 변화가 파괴로 느껴짐.
그런데 일제 강점기 마을의 변화는 어떠했을까?
또, "빨다"의 의미는 사전에도 없고, 공식 기록도 없기에, 그걸 아는 누군가 선배들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정보임.
또 학과 선배들에게 묻고 답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관계성("공동체성")이 없다면, 이런 정보 자체를 획득할 수 없음.
다행스럽게도 우리 학과는 이런 관계성, 연결성이 생생하여, 빠른 시일 안에, 아마도, 이미 단톡에 불나고 있을 듯
그러니까, 일본 제국은 왜 이 마을의 모든 연결성과 관계성을 무너트리려 했을까?
<서화>의 이야기, 풍속 통제가 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