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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wonderland
옐로우 니그로를 탄하다 본문
<옐로우 니그로를 탄하다: 어떤 남성성의 역사와 반복>
선거 이후, 지금까지 페미니스트(일지도 몰라)를 주장하던 많은 이들이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혹은 페미니즘을 버려라 뭐 이런 이야기를 해주시며, 자신의 정체를 밝혀주시니
어떤 의미에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페미니즘에 소유권은 없지만, 적어도 차별을 조장하면서 거기에 페미니즘을 이용하는 일은 어떤 식으로든 강력하게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페미니즘도 하나의 사상이기에 역사를 거치며 만들어진 사상의 체계가 있습니다. 그 가장 핵심은 근대의 형식적 민주주의가 은폐하는 차별을 비판하고, 형식적 민주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사상적 실천이라 하겠지요.
근대 체제가 추상적 공통성도 있으나 지역에 따라 그 걸어온 길이 다양하고 식민 지배, 전쟁, 냉전으로 이어진 한국에서 탈식민, 탈냉전은 차별적 사회 구조 벗어나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핵심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페미니즘 사상과 실천이 탈식민과 탈냉전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던 적이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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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식민자가 차별을 내면화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오랜 세월 우리의 반면 교사가 되었던 이는 이광수였습니다. 그는 "조선 민족"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지닌 계몽 지도자였고 그 사랑 역시 의심할 여지가 없지요. 그러나 그 사랑은 동시에 "언제나 반은 미개한(개화와 야만 사이에 놓인) 조선 민족에 대한 환멸"과 쌍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탈식민주의에 기반한 젠더연구자들이 이광수의 조선 민족 대중에 대한 사랑과 환멸의 이중주에 관하여 많은 연구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환멸이 엘리트 계몽주의자인 이광수의 사랑의 원동력이었고, 바로 그 환멸이 일본 제국을 향한 "진정한 만남"의 동력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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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시간이 지나 피식민자가 식민지에서 해방이 된 후에도, 그 내면에 그 흔적이 어떻게 남아있는지를 고민했던 최인훈은 자신의 동류 인간을 동류 인간이 아닌, 우매하고 무지하고 야만적인 집단으로 보게 되는,
즉 자신의 태생이기도 한 종족 집단에 대해 '서구 백인이 야만적인 니그로라는 경멸적 타자를 발견하는" 그 방식과 아주 똑같이
자신과 태생이 같은 종족 집단을 "미개하고 야만적인 니그로/옐로우 니그로(황색 피부의 니그로)"로 발견하고 환멸에 빠지는 어떤 한국인의 초상과 역사적 계보를 탐색했습니다.
이것이 한국의 독특한 엘리트 지식인의 역사적 형식이기도 했지요. 언제나 서구를 동경하고, 선진화가 꿈인 그 엘리트들 말입니다.
이광수, 한국을 메이드인아메리카로 만들고, 자신은 거기서 <국부>로 살았던 이승만을 비롯하여 한국의 이른바 엘리트 지도자들의 사랑과 환멸의 원천이 바로 이런 <엘로우 니그로>라는 "사랑하는 대중"에 대한 인식구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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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식민주의 페미니즘은 최인훈이 탐색했던 이 옐로우 니그로라는 대중과 식민지 엘리트라는 대중-엘리트 사이의 구조가, 후식민 사회 내부에 여성 대중과 여성 엘리트, 중심과 주변, 서울과 지방이라는 여러 형태로 재해석할 수 있다는 연구들을 이미 내놓은 바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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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른바 <후진---> <뒤늦게 출발하여 도저히 선진이 될 수 없다는> 그런 자포자기에 빠진 포스트 콜로니얼 한국의 내면이란 정확하게는 후식민시기 한국의 남성 엘리트의 전형적 내면이기도 합니다. 이른바 냉전 남성성이 탄생하는 장면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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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강남순 선생은 조선 민족의 후진성에 대해 길고 긴 장광설을 설파하셨고, 많은 지식인들이 깊은 공감과 탄식의 행렬을 이어갔습니다. 한떄 강남순 선생은 자칭 페미니스트라 하셨으나, 실은 서구 세계에서 제 3세계를 대변한다는 이들을 경험적으로 믿지 않는 저로서는 언제나 의심스러웠으나 (아주 잠시)기다려본 바 있습니다.
오늘의 글 역시 이 선생의 기원이 페미니즘과는 거의 무관한 오히려 제국의 시선을 내면화한, 전형적인 식민지 남성성/냉전 남성성의 자리에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강남순 선생의 오늘의 길고 긴 시국을 탄하는 글은 자신의 원천이 어디 있음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그 자리는 스스로를 서구 백인-선진의 자리에 놓고, 언제나 자신의 태생인 종족 집단을 부끄러워하고, 그들을 매번 <후진 세계의 인종-니그로>(엘로 니그로)으로 발견하던, 이광수에서 시작한 길고 긴 식민주의의 계보, 그리고 이 식민주의를 내면화한 냉전 남성성의 한가운데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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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이 사태들은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 반페미니즘 선동, 이후 페미니즘을 약화시킬 전초전
이라기보다.
자신들의 파탄난 사상의 거처(파탄으로서의 사상) 혹은 원천이 이광수, 이승만, 박정희로 이어지는 최인훈이 말했던 "엘로우 니그로의 슬픈 운명을 탄하던 계몽 지식인의 독백"의 반복 속에 놓여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이러한 파탄의 사상에 맞서고 저항하는 일은 또다른 환멸에 빠지지 않은, 다른 몸이 되는데서 시작한다고,
저는 길고 긴 탈식민-페미니즘 사상 실천의 역사 속에서 배웠습니다. 우리의 배움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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