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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섬의 geography

장소론+자모 지방 특집

alice11 2018. 6. 18. 11:53

아무리 미덥지 못한 글이라도, 어찌 되었든 그 주제에 대해 비판적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관련 참고자료를 검토한다.

<<장소론>>은 지금 보면 다 아는, 로컬리티와 관련해서는 많이 하는 일반론을 담고 있고 낡아 보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페미니즘>에 대해 여러 차원에서 고민하면서, 살펴보게 된 책 중 하나. 특히 <웹을 하나의 거주 공간>으로 보고, 웹에 거주하는 존재의 존재론의 변화와 장소성에 기반한 존재의 중첩, 혹은 중첩되지 않는 잔역에 대한 논의에 새삼 주목하고 있는 중.

자음과 모음 특집인 지방 관련 글을 보고 있는데 미안한 말이지만, "<마~~~마~~> 썼구만" 이란 기분 나쁜 탄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박권일의 글을 보다보니, 강준만의 지방 식민지론에 대한 비판 근거로 (아, 물론 나는 강준만 선생의 지방 식민지론 그 자체에 온전히 동의하지 않고, 당연히 비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비판 방식)

1, "국가의 부가 지방으로 점점 더 많이 분배되고 있다는 점은 확연하다."(232) 근거로 2005 대비 2014 지방가용 재원 지표 비교. 따라서 서울이 지방을 경제적으로 착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없다.

2. 문화적 식민지인가에 대해, "만약 문화를 클래식 음악회, 미술 전시회, 또는 아이돌 콘서트나 홍대 인디음악 신 등 대중문화 산업으로 이해한다면 문화적 지배와 종속이라는 논점은 공허해지고 만다. 왜냐하면 그런 의미의 문화는 서울 사람과 지방 사람이 똑같이 욕망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234) 근거 2015년도 문화체육관광부 지역 공연예술 현황 서울 대비 지표...

결론과 대안과 조언은 "지금 시대에 필요한 것은 협업의 기술, 다양한 삶의 방식, 실패해도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안정감이다."(239)

UNBELIEBAVLE!!!!!!

그러니까 이런 담론이 바로 지방에 대한 식민주의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지금까지 지역과 지방에 대해 연구하고 논의한 그 많은 사람들이 이런 걸 모르고,

지방은 그저 "지역 토호들의 지배, 노인들의 지배, 관료들의 지배가 최악의 형태로 결합한 끔찍한 혼종이 되어갔다"(237)는 것도 모르고.....아니면 지방에 대해 논하는 이들은 그런 끔찍한 토호, 노인, 관료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저항을 조직하고 주도할 진보적인 젊은 세대 상당수가 서울과 수도권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236)

이런 논의.

흥미로운 건, 박권일의 글을 보니, 신기하게도 <<장소론>>의 논의가 더는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고, 생생한 전투적 담론으로 내 안에서 변형되는 두근두근 정동적 변용이 진행되더라는^^

박권일의 담론에서 지방은 어떤 장소적 경험과 구체성도 없이 북 리뷰처럼 이 책과 저 책에 대한 논의로 충분한 것이 되고,

지방의 현실성이나 장소성은 전혀 중요하지 않고, 몇가지 국가 지표로 모두 환원된다.....

<<장소론>>이 나오게 된 사정은 일본에서 이미 지방이 물질적 장소성 자체가 소멸되고, 사람들 모두가 근대적 의미의 존재의 기원인 장소성을 망각하고, 웹상에 거주하게 되었다는 것에 주목한 바....

"이렇게 해서 지역은 역사에 대한 책임을 면피하는 한편 현대인이 ‘야영하는 장소’ 혹은 ‘불시착하는 장소’로 영합해 가고 있다. 지역은 웹 공간과 다름없는 고차원의 시뮬라르크 환경을 지향한다."(<<장소론>>)

"현재 ‘고향’이라는 세계에 눈사태처럼 웹 공간의 이질적 경험이 비집고 들어온다. 오늘날 아이들이 경험한 기억에는 토끼나 새끼 붕어 대신 친숙하고 익숙한 휴대전화 화면이나 게임 장면, 인터넷을 접속하면서 받은 비방이나 중상모략 같은 왕따 체험 공포가 주입. 그리고 거기에는 타인도 자신도 기록(디지털 데이터)로 인식된다."<장소론>)

매우 흥미롭게도 박권일의 글은 지역 자체의 장소성이 소멸되고 단지 디지털 데이터로 대체되는 그 경향 자체를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