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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wonderland
<지역 '청년'의 이동,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회로와 젠더 정치> 본문
<지역 '청년'의 이동,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회로와 젠더 정치>
1. 최근 몇 년 간 지역 청년의 '헬지방 탈출' 담론은 무한하게 증폭. 모든 논의는 "일자리"와 "학력"이다. 즉 학력주의 사다리를 통한 서울 수도권 지향과 맞물려 있는 '좋은 일자리'를 따라가는 이동.
이 서사들에서 "일자리"는 대체로 '미래'라고 포장되지만, 결국 학력주의 위계와 연루된 일자리를 중심으로 그려진다.
3. 지난 학기 <K 문화와 한국학> 수업을 신설했다. 한국학 연구에서 문화연구와 젠더 연구가 반드시 보완되어야 할 연구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지역에 대한 관념은 "향토"라는 식민화된 개념을 전혀 넘어서고 있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코로나로 인한 궁여지책으로 만들어졌으나 예상 외로 큰 주목을 받았던 <필더 리듬 오브 코리아> 시리즈는 '한국학'의 변화와 반복을 잘 보여준다. 부산, 여수, 안동 등 지방으로 세분화된 기획은 '코리아'라는 획일화된 표상 중심의 한계를 돌파하는 '차별화된 기획'이기도 하다. 부산 편을 맡았던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작업은 그런 점에서(이미 유명하지만) 지방에 대한 콘텐츠화에서도 새로운 시도라 할만한다.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리더인 김보람은 완도에서도 더 들어가는 작은 섬 출신이라고 들었다. 어릴 적 티비에서 우연하게 현대무용을 보고 현대무용가가 되기 위해 "무작정 상경"한 스토리가 흥미로웠다.
4. K 콘텐츠의 성공'은 여전히 "해외에서의 인정"이다. 냉전기 해외영화제 수상이 했던 역할을 오늘날 오스카와 칸이 이어간다고 하면 과도할까? 이런 흐름 속에서 K 콘텐츠는 영어를 매개로 한 '미국화'(글로벌화와 동일시되는)의 회로를 생산하고 재생산한다. (<오징어게임>이 미국에서 성공한 여러 이유 중 미국화된 냉전문화의 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는 게 제가 논문에서 분석한 지점이기도 합니다. 곧 총서로 출간 예정~)
K POP 의 혼종성(특히 '미국의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문화와의 관련성 등)에 대한 다양한 흥미로운 연구가 있고 이 연구들은 새로운 전망을 생산한다. (이 경향도 아프리칸 디아스포라 문화의 한 흐름으로 한류를 보는 경향(Soul in Seoul)과 한국 문화산업의 모델로서 모타운 솔과의 관계를 규명하는(이규탁) 다소 이질적인 방향을 취한다.)
한편 이른바 '서바이벌 프로그램'(경연대회)에서 K-POP은 이른바 영어권 문화에 익숙할수록 편입이 수월한 시장이다. 영어 사용자나 영어권 출신자들이 K 팝을 매개로 한 이동에서 넘을 수 없는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내셔널한 언어의 매개를 넘어선 <스트리트 우먼 파이트>와 댄스 열풍도 흥미롭다.(물론 케이팝 시장의 하위 범주였던 댄스 산업의 특성은 케이팝의 미국시장 종속성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5. '미스 트롯' 시리즈에 관심을 두었던 이유는 K팝 서바이벌로 구성되는 특정한 문화콘텐츠 시장과 대별되는 새로운 '시장'의 형성에 관심이 갔기 때문.
특히 1편 미스 트롯과 미스터 트롯에서 이른바 '지방 출신'들의 트롯을 매개로 한 인생 경로(생애사를 관통하는 이동)과 '성공 서사'가 흥미로웠다.
트로트 서바이벌이 매개가 되면서 트로트 시장은 영어를 통한 이동과 상승(이른바 글로벌한 이동)과는 다른, 이를 중심으로 볼 때는 거의 보이지 않는, 마이크로 로컬한 단위에서의 길고 긴 이동과 순환의 회로를 가시화시킨다.
진도에서 시작한 송가인의 생애사적 이동과 '성공'
하동에서 시작한 정동원의 생애사적 이동과 '성공'
대구에서 시작한 이찬원의 생애사적 이동과 '성공'
이들은 영어/한국어라는 이중언어에 결코 도달할 수 없고 익숙해질 수도 없는 몸 상태를 갖고 있다. 그 몸 상태의 거의 대부분은 이들이 지방출신이라는 것. 또 지역에서도 계급적으로 지역을 넘어서 글로벌화에 도달할 수 없는 계급/젠더적 위치였다는 점.
6. 오늘 포스팅에서 중점을 두고 싶었던 건 실은 김신영과 <전국노래자랑>이었다. 역시 서두가 길어져서^^
"제도나 국가 기구가 사회의 변화를 어떻게 따라가야하나, 혹은 소수자 운동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나"라는 질문과 관련해서 김신영이 전국노래자랑 사회자가 된 것은 흥미로운 사례이다.
물론 이미 사회자가 되었을 때 폭발적인 호응이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 이후.
지방에서 텔레비전이나 유트브로 '멀고 먼 서울에서 벌어지는 성공 스토리'를 보며 마음 속에서 알 수 없는 몽글몽글한 느낌으로 두근두근하며 밤을 지새우는 이들의 삶에 어떤 변화를 촉발하는지.
앞으로의 십여년의 변화의 출발은 잘 보여주는 게
김신영의 <전국노래자랑>이다.
출연자들 분포에서 이른바 젊은 세대 여성들이 너무나 많아진 것은 뚜렷하다. 이들의 퍼포먼스는 기존의 '여성성'을 스펙터클로 만드는 오래된 트로트 무대와는 너무도 다른 단절과 변화를 보여준다.
뭔지 알 수 없고, 장르도 불문명하고
얼굴 근육과, 목소리와, 몸의 분절적인 움직임을 통해서
기이하게 해방적이고, 뭐라 말할 수 없이 '지방적'인 신체를 무대에 올리는 이들이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전국방방곡곡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그리고 기존의 젠더 규범을 훌쩍 넘어서는 이 퍼포먼서들은
김신영이라는 퍼포먼서가 없이는 가시화될 수 없었고
김신영이 전국노래자랑 무대 한가운데 서게 된 건
그녀의 탁월한 역량은 물론이지만
페미니즘과 소수자 운동이 일으킨 파고
그 비인칭적인 힘들이 밀어올린 결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앞으로의 변화는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이미 전국노래자랑이 전생애에 걸쳐서 어떤 이동과 변화를 촉발했는지를 보여주는 선례가 있다. 이 변화들은 무엇이 될까.
7. 영어를 매개로 한 글로벌화, 혹은 문화적 미국화를 근간으로 하는 K 콘텐츠 산업이 한국의 문화연구, 문화정책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이른바 진보적 문화연구 역시 일국단위를 넘어선다는 것의 다른 이름이 이러한 글로벌화이기도 하다. (물론 이는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재편에 대한 연구에서 중요하다. SM 사태에 대한 어제 열린 학술대회 발표집을 두근두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국노래자랑의 회로와 흐름은 주로 국가기구에 의해 장악되거나, 변화가 불가능한 혹은 탈정치화된 무엇으로 여전히 치부된다.
그러는 사이 이른바 '진보적인 것'의 가치는 지방적인 것과 대립적인 자리로 아주 멀어져 버렸다.
8. 영어를 매개로 한 글로벌화와는 다른 이동과 '상승'의 경로
김신영의 전<전국노래자랑>은 지금껏 보이지 않았던 그 경로를 어쩌면 가시화하고, 연구자들에게 '연구할 가치가 있는 대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비로소.
***선생님이 이수만이 K POP 형성에 기여한 점을 논하시면서, "뽕끼 섞인 가요"와 K POP이라는 구별을 해주셔서
궁금했던 점, 궁금한 점을 간략하게 정리.
탐라의 한국대중음악 전문가분들이 많으셔서,^^
저는 한국학과 문화적 변동이라는 측면에서 좀 살펴보는 중
1. 가요라는 호명 구조의 변동
개인적으로는 스스로를 '가요 매니라'라고 생각하는 데 내가 생각하는 가요는 <가요무대>의 '가요"가 아니고
시대적이거나 지리적인 것.
한영애와 장필순, 신촌블루스, 시나위에서, 동물원에 이르는
80년대말에서 19990년대에 이르러 신촌 홍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언더그라운드 음악들.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운동권 음악, 신촌과 홍대의 락카페(락을 듣는 매니아 카페에서 이후 춤추는 락카페로 변동, 둘은 다르지만)와 다른 문화적 거점들을 통해 형성된 특정한 한국 대중음악의 흐름들이기도 하다.
2. 미스 트로트가 아우르는 "트로트"의 범위
그런 점에서< 미스 트롯>을 기점으로 여러 트로트 프로그램에서 왜 저 노래도 트로트일까 싶은 노래와 가수가 나오는 걸 보면서 의아하기도 했다. 미스 트로트가 아우르는 트로트의 범위는 상당하게 넓고 포괄적이며 물론 누가 정해 놓은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 이러저러 보면서 현재까지 정리한 건
<미스 트로트>가 아우르는 트로트는 일단 아이돌 음악이 아닌 것이자 대형 기획사 소속이 아닌 가수들의 음악이라 할 것 같다. 또 '언더그라운드의 계열은 아닌 것'이기도 하다.
그러면 언더그라운드 음악도 K POP에 포함되는가? 그렇지는 않다.
3. 케이팝 음악이 대체로 대형 기획사(가 된) 기획사의 아이돌 음악을 중심으로 한다는 거야 이제 상식.
그럴 때 케이팝 음악의 자기 규정은 흥미롭게도 "뽕필"이라는 대타항을 발명함으로써 일종의 상징 투쟁이 되었음.
물론 역사적으로 이러한 전환의 의미는 또 다르다.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2005년 데뷔한 락밴드 버즈의 음악에 대해서 거의 비슷한 시기 데뷔한 에픽하이가 "버즈는 뽕필'이라고 조롱했던 사례도 문득 떠오름.
즉 "뽕필"이라는 게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를 지나면서 스스로를 "힙한" 흐름으로 규정하는 이들에게 강한 대타항으로 구성되었다는 점.
그런데 이때 "뽕필"은 '트로트'를 의미하는 게 또 아니었다는 점.
뽕필로 채색된, 보편성이 결여된 지방음악(로컬 뮤직 혹은 월드 뮤직)으로 케이 팝 이전의 한국 대중음악을 대타적으로 재구성하면서 '힙함'은 탄생함.
그래서 흥미로운 건 <미스 트로트>가 호명하는 "트로트"는 많은 부분 이렇게 대형기획사 아이돌 음악이나 스스로를 "힙한' 흐름에 있다는 그룹이 "뽕필"로, '지방음악'으로 조롱했던 그 대상들이기도 하다.
나훈아, 심수봉만이 아니라
윤시내에서 코요테까지도 "뽕필" 아니 '트로트'로 호명하는
호명의 정치가 구성되고 재구성되는 역동적 과정임
한국 영화가 방화에서 K 영화가 되었듯이
케이팝은 가요/뽕필이라는 대타적인 대립항을 만들고 지정함으로써 이에 대한 대타항으로 자신을 구성했지만, 스스로는 대타항이 아닌 "보편"을 참칭했다. (여기서 보편이 미국화된 문화와 동의어라는 것도 중요함)
이 상징 투쟁은 끝나지 않고, 반격과 변용 중임.
<미스 트로트>와 지방성이 K 문화와 한국학의 역사와 현재에서 중요한 관심 대상이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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