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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들

또다른 연결을 바라며

alice11 2016. 7. 16. 11:09

며칠 전 제가 소송 중재를 위해 장정일 선생이 나서주시기를 제안했습니다. 이에 대해 장정일 선생이 메일로 의견을 주셨고, 두어 차례 관련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제가 쓴 글들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자세하게 전해주셨고, 애초부터 다음과 같은 입장을 전해주셨습니다.

“나는 애초에 그런 협의나 창구 역할을 할 깜냥이 아니다.”

『제국의 위안부』에 대한 입장과는 별도로 중재 요청에 대해 이런 의견을 피력하는 장정일 선생의 판단 근거에 대해서는 대화 과정에서 저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애초에 제가 제안을 한 것이고, 굳이 대응할 의무가 없음에도 상세하게 본인의 생각을 전해주신 점에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실적으로 변화를 만드는 것과, 글 쓰는 것 그리고 개입하는 것 사이의 복잡한 문제를 다시 되돌아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나눔의 집」이나 할머니들을 위해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는 제가 이런 ‘개입’을 시도한 것 자체가 오만한 일이 아닐까 스스로에 대해 질문을 해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제 한계를 들여다보고, 질문하는 과정이기도 했지만, 중재를 위한 시도는 한 개인의 몫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누군가 또다른 자리와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에 의해 또다른 시도, 또다른 ‘중재’가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또다른 연결을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2016년 7월 16일
권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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