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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wonderland
<런던 프라이드>와 <차브>의 길, 지금 이곳에서 우리는? 본문
<런던 프라이드>를 두번째로 보았다.
대선 국면에 이 영화가 개봉된 건 꽤 의미있는 일이다. 다른 글에서 논의했듯이 영국의 오늘날 상황도 그리 좋지는 않다. 교육 구조조정과 지역 차별 때문에 영국 사례를 다룬 책을 조금 보게 되었다. 오언 존스의 <차브>에 대해서는 칼럼과 논문에서 다루기도 했다. <차브>에 나타난 지역 차별은 집요하고, 대책이 없다. <차브>에서 런던의 미디어나 전문가들이 지역에 대해 가하는 혐오발화가 어떻게 아이를 잃은 평범한 지방 노동자 계급의 부모를 자기 아이를 살해한 범인으로 몰고가는가를 파헤친 글은 그 속도감이 대단했다.
닉데이비스의 <위기의 학교> 역시 영국의 공교육이 무너지면서 학교가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다룬 너무나 인상적인 책이었다. 대학 구조조정, 무상급식 파동, 공짜 밥 혐오발화 당시에도 이 책을 다시 보게 되었다. 한국 교육은 <위기의 학교>의 그 모습을 꼭 닮아가고 있다.
영국의 경우 <현장기술지ethnography>에 기반한 르뽀나 저서가 비판 담론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이 이런 저작을 만들어내는 풍토가 되었다고 한다. 한국은 이런 현장기술지가 자리잡기 어렵고, 그런 필요를 느끼지도 않는다. 다들 현장에 안가봐도 책 보고 다 잘 아니까. 현장이 사라진 지 오래고, 현장을 지키는 활동가들은 담론 생산을 할만한 여력이 없다.
지역 현장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연대체의 막내 조는 내내 브롬리라고 불리는데, 찾아보니 브롬리는 런던에서 40분 정도 걸리는 교외지역으로 대표적인 부자동네f라고 한다. 2000년대에도 브롬리에는 한국 사람이 없다고 하는 걸 보니, 얼마나 동일성이 잘 유지된^^ 지역인지 알 수 있다. 브롬리 도련님 조는 그런 계급성과 젠더 문제를 체현한 인물이다.
'독립한 주체'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있는 런던 퀴어들은 이런 브롬리 도련님과, "고향에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고향에서 버려진 존재"인 웨일즈 출신 게딘을 축으로 지역, 젠더, 계급의 접촉점을 찾는다.
탄광노조는 노동 계급 심급 뿐 아니라 소외된 지역 주민의 심급이라는 복수의 심급을 가로지르는 문제다.
그러나 대부분 지역 심급을 보지 않는게 한국영화 독해의 현실이다.
그리고 찬란한 연대의 순간 이후, 오늘 지역, 노동, 젠더 심급은 상호 분열되고 분리되었다.
런던 미디어와 전문가들에 의한 낙후 지역에 대한 혐오발화가 기승을 부리고
브롬리는 오늘날 대처리즘 이후 영국에 자리잡은 "슬로우 라이프"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이번 선거 이후 우리는 어떤 분열과 분리의 길을 갈까?
페미니즘 정치, 퀴어정치, 지역 정치와 노동 운동, 녹색정치는 어떻게 함께 나아갈까? 아니 나아갈 수 있을까?
웨일즈 출신 게딘은 16년 전 엄마에게 커밍아웃을 한 이후 부정당한 경험으로 엄마와도 연락을 끊고 고향에 돌아가지 않는다. 게딘 그리고 또다른 웨일즈 출신 퀴어 동료에게 웨일즈는 "떠나온 당시"의 시간과 경험에 고착되어 있다. 그리고 그 시간과 경험을 반복하여 되뇌면서 웨일즈와 런던을 분리하고, 런던을 정치적 고향으로 삼는다.
"탄광촌이라면 잘 알지, 나를 매일 패던 자식들의 동네"
먼 옛날 지방을 떠나서, 서울로 나간 이들이 지방에 대해 갖고 있는 서사와 다르지 않다.
게딘이 이 서사와 단절하게 된 건, 말 그대로 지금, 이곳의 웨일즈에 가서 지방 사람들과 만나고 부대끼면서이다.
만남과 부대낌은 중요하다. <런던 프라이드>에서 '런던 게이'와 웨일즈 '마이너'는 서로 처음 만난다. 영화에서 광부/마이너는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이중의 레퍼런스를 매번 지시한다.
"게이와 레즈비언은 마이너/광부를 지지합니다", "마이너(광부)에게 승리를!"
서로는 서로에게 처음 만나는 '정체성 집단(게이/마이너)이다. 이런 만남을 통해 얼굴을 가진 서로를 확인하지 않고, 매번 서로를 비가시적 정체성 집단으로 환원하는 게 차별의 출발이자 귀결점이다. 관동대지진때도 조선인 학살에 가담하지 않은 일본인 다수는 '아는 조선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익명과 얼굴이 없는 집단은 쉽게 차별과 학살로 몰린다. 물론 알아도 그렇지만.
그러나 최소 이렇게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페이스북의 얼굴만이 아니라.
런던 프라이드를 권했던 이유다.
cf. 영화는 <빌리 엘리어트>, <브레스트 오프BRESSED OFF 1996>, <풀몬티(FULL MONTY 1995)>를 잇는 예술적 향유와 나눔을 매개로 하는 흐름의 연장에 있다. 감독이 뮤지컬에 뛰어난 것도 한 요인이겠지만.
1980년대 광산 노조 투쟁에 대해서는 그래도 이렇게 이야기가 이어진다. 아니 이렇게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저항의 역사도 이어진다. 미포 조선에서 광양만, 영도까지 조선소의 긴 저항의 역사는 상대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갖지 못했다. 이제 그런 이야기도 시작되어야 한다. 플랜 비가 시작한 <깡깡이 마을 이야기>가 중요한 출발이 될 것이다.
계간죄와 풍속 통제 관련 자료를 찾다보니, 일본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위키 자료가 거의 백과사전 수준이다. 한국에는 대신 동성애에 대한 혐오발화가 백과사전 수준이다.
이번 선거 국면에서 서로 다른 정치 진영(정당 정치만이 아니라) 사이의 만남과 이어짐의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대신 혐오발화와 비아냥, 조롱은 백과사전을 만들어도 좋겠다. 더 말을 보태는 게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또 말을 보태는 건 그래도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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