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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wonderland
차별과 증오를 사상으로 정당화하기 본문
"보수 정당이 아닌 진보정당에서만 성폭력 사건이 많이 나오는 거냐, 그 이유는 뭐냐", "아니 진보정당이나 진보진영에서만 성폭력 사건이 많은 게 아니라, 보수정당에서는 공론화조차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정치공학적 도구화가 워낙 강하다보니, 매번 이런 같은 질문과 답이 오간다. 이런 전제를 백만 번쯤 강조하고 써본다.
*이른바 진보 진영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대응이 어렵거나 유달리 많은 2차 피해를 양산하는 특유의 문제가 있다.
이른바 광범위한 '진보 세력들'이 논쟁과 개입의 형태로 성차별 담론을 엄청나게 쏟아내고, 이를 비판하면 논쟁을 막는 일이라거나, 부차적인 문제로 논쟁을 가로막는다는 식의 공격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특정 진보 공동체 내에서 성폭력이 발생하면 그 문제에 대응하는 기구는 '조직 내 성차별 전문가들' 이른바 페미니즘 그룹이 담당하게 된다. 이들이 조직 내 위치를 다소 높게 점하고 있다고 해도, 사실상 조직 전체에서, 그리고 현재 한국 진보 조직 내에서 페미니즘 집단 자체가 권력적으로 소수이다. 조직 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다수의 진보 세력은 '페미니즘 집단'을 표적화해서 여러 형태의 공격을 반복한다.
***그래서 성폭력 사건 자체를 해결하는 문제보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주로 조직 내 페미니즘 세력)에 대한 공격이 여러 사례를 근거로 제기되고 끝나지 않는다. 또 이런 비판이 공론화되면서 조직 안과 바깥의 이른바 진보세력이나 진보 논객들이 가세하고, 얼핏 보기에 사상 논쟁의 형식을 취하면서 '페미니즘 세력'에 대한 차별과 공격을 자유롭게 이어간다.
****조직 내 페미니즘 세력은 일부 높은 지위를 획득했더라도 전체 세력 관계에서 소수이기에 사실 이런 조직 내부와 외부의 공격을 감당해나가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집단적 공격에 역부족이 되고, 비판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 어떤 식으로든 조직 내의 위치에서 물러나게 되기도 한다. 이런 공격과 대응 과정을 거치며 조직 내 페미니즘 세력(문제해결 주체로 활동한 주체만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조직에서 활동하던 페미니즘 세력)이 조직 전체에 대한 신뢰를 상실해서 집단이나 조직을 이탈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규모가 큰 조직의 경우는 기존 세력을 기반으로 조직 재정비를 하기도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많은 진보 집단이 페미니즘 세력을 통해 '진보 조직' 개편을 스스로 해왔기에, 페미니즘 세력이 빠져나가면 조직 자체의 활력도 결국 약해지고, 조직이 지닌 '진보'의 함의도 결국 희미해진다.
******진보 집단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른바 '조직 보위 정동'의 여러 효과에 대해 오래 살펴보고 고민했다. 여기서 조직 보위 정동이란 단지 문제가 발생한 그 해당 조직을 뜻하는 게 아니다.
*********이른바 한국 사회에서 '진보세력'이라는 공동체성에는 페미니즘이 여전히 '외부'이다. 즉 진보 세력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진보 세력'이 '페미니즘'을 어떻게 외부로 할당하고 있는지를 가시화했고 하고 있다. 조직 혁신이 필요할 때 페미니즘을 도구로 끌어들이거나 '내부화'하려고 하지만, 사실 이른바 '진보의 내부'는 페미니즘과 대립적으로 자신을 정체화하고 있다.
****이런 방식이 이른바 사상전의 형식으로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 조직 내 문제해결 주체로 설정된 페미니즘 그룹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진다.
이유와 근거, 혁명성, 공공성, 민주주의 등 다양한 사상과 이론이 등장하지만, 그 기조에는 페미니즘에 대한 축적된 공격과 차별의식이 뿌리 깊게 박혀있다. 물론 역시 이런 비판을 공공연하게 돌려보며 또 조롱의 쾌락을 만끽하는 것으로 이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많은 사례에서 그러했듯이.
*******진보 진영의 성차별적 인식, 관행, 사유방식을 변화시키는 건 그래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차별이 사상으로 정교하게 자리 잡고 있고,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적인 거부감이 사상전의 형식으로 매번 자리를 바꾸기 때문이다.
*****성폭력 공동체 해결은 지난한 과정이다. 그리고 그 해결과정이 조직 자체 뿐 아니라, 조직 내 귀중한 페미니즘 세력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지켜보았다.
****그러나 공동체 해결과 '사법적 해결'이 양자택일도 아니며, 사법적 해결이 좌파 공공성이나 민주주의라는 말은 페미니즘을 공격하기 위해서 취하는 '사상전'의 말로를 보여줄 뿐이다.
*****이는 원론으로서 사법 제도나 국가 권력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현재 한국에서 페미니즘은 국가, 제도, 법에 내재한 차별적 문제를 변화시키기 위해 수십 년간 싸워왔고, 지금 여기에서 성차별에 대응하는 무수한 법과 제도 역시 페미니즘 정치투쟁의 결과 획득된 것이다. 좌파 이론의 원론과 교과서에 있는 법과, 제도와 국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성폭력에 대한 공동체 해결과 '사법적 해결'에 대한 페미니스트들의 제안과 주장은 이런 법과 제도, 국가를 변화시켜온 정치적 실천의 과정의 한 역사적 과정으로서 진행 중인 것이다. 거기에 한계도 비판도 가능하지만, 페미니즘을 자기 확신에 찬 '유아적인 독선적 주체'로 공격하는 담론은 그저 좌파 사상전을 빙자한 차별선동에 불과하다.
*****성폭력에 대한 해결이 민주주의의 문제이며, 그 민주주의가 폭력을 해석할 권력의 문제라면 특정 래디컬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대중, 집단 지성에게 주어야 한다는 좌파 이론가 분의 글을 보았다. 그리고 그 글에 대한 후속 논의가 여기저기서 사상전의 형식으로 이어진다. 정의당의 어떤 세력이 래디컬 페미니스트인지도 잘 모르겠다.
*******이 논의에서 대중과 집단 지성이 민주주의의 주체로, 또 이를 이뤄나갈 정치적 주체로 설정되지만 페미니즘은 <래디컬 페미니스트>, <어느 특정 집단>이라는 식으로 자의적으로 극단화되어 할당된다. 그리고 페미니즘은 유아적인 극단주의자들로 정치적 주체와 민주주의 주체의 자리에서 배제된다.
*********진보 진영에서 성폭력이 발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진보 진영의 성차별적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어떤 점에서 거의 불가능한 일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사례가 단지 이것만은 아니다.
사상으로 무장한 차별, 사상전으로 합리화된 차별선동이 어떤 정동 정치를 작동하는지 고민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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