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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wonderland
2017 대만 드라마 <그녀의 식탁What she put on the table> 본문
만화 원작이 있는 드라마.
대만 티비 요리쇼를 처음 진행한 여성으로도 유명한 푸메이메이의 일대기를 바탕으로 하지만, 푸메이메이보다, 그녀의 하녀인 린춘(林春)의 인생 역정으로 타이완 역사를 보여주는 드라마. 린춘과 이푸, 왕구샤와의 만남을 통해서 타이완 근대사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푸메이메이는 이른바 '외성인' 1949년 전후로 중국에서 대만으로 넘어온 가족의 일원이다. 푸메이메이의 아버지는 주로 일본과 무역을 하는 사업가이고, 중국에 어머니와 여자 형제들이 남아있는데, 나중에 어머니만 '밀항'으로 대만으로 데려오는 일화도 흥미롭다.
린춘은 친척의 소개로 양장점에 취직하지만 엄청난 구박을 받고 도둑으로 몰리고, 표준어(보통화)를 못한다고 도시 사람들에게 짓밟히는 날을 이어가게 된다. 결국 양장점 주인이 월급도 떼먹고 야반도주해버리고, 갈 곳도 없이 헤매는 린춘이 의탁하게 된 게 쌀집 종업원 이푸이다.
쌀집 심부름을 하면서 만나게 된 이푸는 린춘이 표준어를 못해서 도둑으로 몰리거나 차별을 받는 걸 안타깝게 여기고 표준어를 가르쳐주고 "너 자신의 존엄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린춘에게 항상 자기 존엄에 대해 일깨우는 역할을 한다.
드라마는 중국어(표준어)를 하는 상층 계급 외성인들과 표준어를 못해서 취업이나 사회 생활에 근본적 제약을 받으며 하층 계급을 벗어날 수 없는 민남어 사용자들(내성인)들 사이의 계급적 충돌과 갈등을 린춘의 시점에서 잘 보여준다.
중국어 공부를 위해서 드라마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타이완 드라마를 볼 때 표준어와 민남어, 또다른 타이완 언어들의 복잡한 구조로 인해서 사실 '중국어 공부'란 무엇인가 회의를 하게 되기도 한다.
<그녀의 식탁>은 이른바 중국어가 표준어가 되면서 민남어 사용자들, 외성인과 내성인이 뚜렷하게 분리되면서 갈등하는 근대사의 국면을 잘 보여준다.
보통화(중국어)를 사용하는 등장인물과 민남어를 사용하는 등장인물 사이에 전혀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장면이 드라마 내내 반복된다. 이런 소통 불가능, 번역불가능의 상황과 여기 얽힌 계급, 인종, 젠더, 지역의 역학이 나름 흥미로웠다.
현재 시점에서 나이든 린춘이 중국어로 말하는 손자에게 "민남어로 말해!"라고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민남어 사용자와 중국어 사용자가 '시골', 노인과 타이베이, 청년으로 지역화, 세대화되는 현재를 거슬러서, 이렇게 단순화될 수 없는 복잡성을 '역사'로 그려낸 점이 흥미롭다.
"당신이 존엄하다는 사실을 항상 잊지 말아요."
이푸가 여러 장면에 걸쳐서 린춘에게 전하는 위로, 연대의 메시지는 계몽자 엘리트이자 사회주의 엘리트의 대중에 대한 태도를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타이완 사람들끼리 서로 돌봐야 한다."는 쌀집 종업원 공산주의자 이푸와 린춘의 관계는 엘리트와 대중의 관계로만 환원되지는 않는다.
린춘에게 이푸와의 관계는 '사랑'처럼도 그려지지만, 이푸에 대한 린춘의 감정을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전형화하기는 어렵다. 자신을 소중하게 대해준, 인생 최초의 사람 이푸.
"당신이 말하는 공산주의는 무언가 소중한 것 같았다."
린춘이 감각하는 '공산주의'란 이념과도 다른 결을 갖고, 이푸에 대한 린춘의 정동이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환원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환원불가능한 특이성을 지닌다.
그리고 그 이푸가 사상범으로 체포, 투옥, 살해되는 과정은 이푸가 상징하는 타이완적인 것, 내성인의 세계, 민남어의 세계, 공산주의 세계의 역사를 흥미롭게 보여주고, 이푸를 영원히 기억하는 린춘을 통해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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