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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wonderland
2014년 8월 9일 3분 기록: 상징투쟁 본문
대학을 졸업하고 학습지 교사를 하던 시절, 제일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연대 나와서 자존심도 없냐"는 말이었고, 제일 듣기 싫었던 이야기는 "선생님, 엄마가 학습지 끊으래요"였다. 전자도 후자도, 결국 우리 삶이 얼마나 많은 상징자본과 상징 투쟁으로 구성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지난 7년간 내 글은 항상 "정규직이 된지 올해로"와 "부산에 내려온 지"로 시작하였다. 이 지난한 자기 검열과 강박은 역으로 비정규직 시절 삶의 기이한 '귀환'이었다는 생각을 지금 시점에서는 해본다.
장기투쟁 현장을 다룬 글들을 보며, 쉽게 글을 쓰기도, '마음 아파하기'도 힘든 것은, 비정규직의 삶의 고통이 결국, '죽음의 고비'를 넘는 그런 순간들을 많은 이들에게 '공통감각'으로 만들어버린다는 새삼스러운 확인 때문인지도 모른다.
'정규직이 된 후'라는 이제는 식상한 문구로 다시 시작하자면, 나는 '그 이후'의 삶은 내게 '덤'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것은 아마 생각 이전의 문제일 것이다. 그런 절박함이 아마, 과도한 민감함과 과도한 공격성의 근원일지 모른다.
그러나 또다른 한편, 비정규직으로서의 긴 삶이, 그 하루하루가 나에겐 한순간도 '상징투쟁'의 전선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이제와서 어떤 회고를 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오늘은, 그런 이야기를 적어두고 싶다.
밀양과 청도와, 재능교육투쟁과 쌍용과.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장기 투쟁해온 동료들 사이의 갈등과 분열과 헤어짐과 결코 다시 만날 수 없을 그 긴 싸움의 연속을 계속 마주하며, 오늘은 아주 작은 귀퉁이에 나의 이야기를 적어둔다. 이렇게 내 이야기를 적을 수 있었던 것은 이 구절들을 보며, 문득 환기된 어떤 시간들 때문이다.
"드라마 뿐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게임에서 사장 캐릭터는 점원들을 캐시로 '구매'하고 언제든 '해고'한다. '고용'이 아닌 '구매'다. 직원을 더 채용하려고 구매하기 버튼을 누르는데 마음이 착잡했다. 어차피 게임 안의 가상 세계인데 '고용하기' 버튼으로 만들어도 될 텐데....... 가상이어도 사람을 '구매'하는 것이 영 꺼림칙했다. 이걸 만든 사람도 누군가에게 고용된 직원일 것인데, 아마 이 게임을 설게하면서 고용과 구매라는 용어를 두고 고민한 직원도, 구매라는 말이 가진 비인간성에 대해 고민한 직원도 없었을 것이다." 이선옥, <먼길:콜트콜텍 이야기>, <<섬과 섬을 잇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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