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 ‘악플’ 만 아니라 방송사 ‘선정성’도 원인 제공
여성 아나운서에게 야구 전문 프로그램을 ‘통째로’ 맡긴 것은 2009년 <케이비에스 엔(KBS N) 스포츠>에서 시작됐다. 야구선수 김태균씨와 결혼한 김석류 아나운서가 진행한 이 프로그램은 케이블 프로로는 꽤 높은 시청률인 1%를 기록했다.
<케이비에스 엔 스포츠>가 성공하자 다른 스포츠 케이블 채널들도 여성 아나운서에게 야구 프로그램 진행을 맡기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엠비시 스포츠플러스>는 ‘베이스볼 투나잇 야’를 선보이며 송지선·김민아 두 여성 아나운서가 하루씩 번갈아가며 진행하도록 했고, <에스비에스 이에스피엔>은 수퍼모델 출신 배지현 아나운서를 기용했다.
여성 아나운서의 기용은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의 치열한 경쟁으로 이어졌고, 이들을 다루는 카메라의 시선은 선정적이고 노골적이었다.
야구를 즐겨보는 한 시청자는 “처음에는 여성 진행자들이 테이블을 앞에 세우고 진행했지만 조금 지나서 이 테이블을 치웠고, 이어서 몸에 딱붙는 짧은 원피스, 혹은 치마를 입게 한 채 다리가 긴 높은 의자에 앉혔다”고 말했다. 이 시청자는 “사실 야구를 좋아해서 보긴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슬아슬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한 야구전문 기자는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 아나운서들이 스포츠 선수를 인터뷰하고 이들의 전지훈련에 참가하게 하면서 접촉을 조장하고 시청자들이 이를 즐기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어왔다”고 말했다. 이렇게 선정적인 방송을 일삼은 방송사들이 여자 아나운서들을 취재 현장에 적극 투입하면서 ‘야구선수-아나운서’ 커플이 잇따라 출연했다. 송씨도 그랬지만 대부분 여자 쪽이 연상이었다.
<한겨레> 블로거 ‘인윈’은 “비정규직 프리랜서라는 불안한 고용 상태를 이용해 허벅지를 드러낸 채 선정적인 뉴스를 진행하게 한 방송사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며 “송지선 아나운서가 자살하자 방송사는 자기들 책임은 전혀 없는양 네티즌들을 죄인으로 몰아가는 호도를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 여자 아나운서들은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뉴스를 진행하며 카메라는 연신 그녀들의 아슬아슬한 허벅지와 훤히 패인 가슴의 굴곡을 보여주기 바쁘다”며 “혈기왕성한 야구선수들은 이런 여자 아나운서의 늘씬한 몸매에 호기심에 접근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블로그 주소 http://blog.hani.co.kr/anwin/33575) 여자 아나운서를 노골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시청률 상승의 도구로 이용했던 방송사들이 가장 먼저 반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