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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인권

alice11 2017. 7. 20. 13:56

http://happylog.naver.com/yfwh00/post/PostView.nhn?bbsSeq=30764&artclNo=123462854239


*그들은 매일 오전 6시면 각자의 이름이 적힌 포대 하나와 물 한병을 들고 깻잎 묶을 끈 뭉치를 허리에 차고 동국 같은 하우스로 들어갔다. 곧 이어 한 골 씩 차지하고 앉아 오후 5시 30분까지 종일 쪼그리고 깻잎을 땄다. 점심시간 1시간을 제하고 하루에 10시간 30분을 일했다.

8시, 10시, 12시, 점심시간 후 15시, 17시 30분....농장주는 하루 5번, 매 2시간마다 껫잎이 담긴 포대를 수거해가며 수확량을 확인했다. 깻잎 묶음의 수가 적을 때는 빨리빨리 따라고 닦달을 했다. 그들은 하루 15박스의 목표량을 달성해야 했고, 농장주들은 목표량을 뽑아내기 위해 잘 통제하고 관리했다. 깻잎 농장에서 일한다고 하면 깻잎 농사의 과정이라 여겨지는 파종, 잡초제거, 농약살포 등 여타의 작업들도 했을 거라고 짐작하겠지만, 근무시간 중 깻잎 따는 일 외의 작업을 한 날 수는 채 10일이 안 되었다. 이들은 하루 10시간 반, 1년 330여일을 주구장창 깻잎만 땄다. 깻잎 하우스에서 일하던 여성 이주노동자는 모두 6명, 그들은 외국에서 싼 값에 들여온 6대의 깻잎 따는 기계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이들에게 주어진 휴일은 한 달에 단 이틀. 한 달 28일을 일 하면 294시간 일을 한 게 된다. 그런데 임금은 224시간 분만을 지급받았다. 1인당 기숙사비 15만원을 공제하고나면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110~120만원뿐이었다. 점심 식사는 커녕 쌀도 제공되지 않았다. 세 끼 밥을 직접 해먹어야 했기 때문에 부식거리도 사야했다. 한편 농장주는 이주 노동자 6명으로부터 기숙사비 명목으로 매달 90만월을 챙겼다.


<밀양 이주노동자 실태>, 정해, 양산외국인노동자의 집 ...2017년 7월 19일 <농업이주노동자의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심포지엄> 중에서


**할 이야기는 많지만, 발표와 토론을 듣는 내내 이상하게 군함도 제작과정 홍보물이 생각났다. 눈물겨운 강제동원의 현장, 탈출...역사적 사실로서 군함도 강제동원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지만, 영화 군함도 홍보영상을 보면


막대한 셋트 제작비용, 몸을 아끼지 않고 열연한 보조출연자들에게 감사 등의 파트를 볼 때마다

"와, 저 돈이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영화 찍는 맛이 나더라"는 감독의 말에 묘한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동주>는 왠지 안보게 되어서 안보았고, <박열>은 가네코 후미코 때문에 보았고 특별한 감흥이 없었지만

쓸데없이 스펙타클에 욕심을 내고, 돈을 들이려 노력하지 않은 부분이 사실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63조, 3번의 사업장 변경, 203cm 1인당 필요 최소공간, 변기, 세면대,1.5 제곱미터(기숙사 침실 넓이), 3개월 3개 농장, 하루 12시간 월 100만원, 1주 40시간 초과근무 불가, 화장실가는 시간, 물 먹는 시간, 머리 만지는 시간을 계산에 넣기

....이런 숫자, 기록, 혹은 이를 둘러싼 투쟁의 자리와 규모에 대해 ....


**이주노동자차별과 인권에 대해, 오래 싸워온 이주노동자 인권 단체는 그저 묵묵히 계속 나아간다. 거주환경을 둘러싼 이번 투쟁의 목표는 "승리하는 싸움"을 하는 것이고, 이주노동자의 삶의 조건을 조금이라도 진전시키는 것이다. 물론 고용허가제의 근원적 문제나 그 철폐를 목표로 한 실천도 중요하지만, 길게 그리고 계속 싸우는 일의 방법과 숙고도 중요하다. 그런 호흡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핫이슈가 아니지만, 어쩌면 핫이슈가 되기보다, 작은 진전을 위해 싸우는 일의 소중함에 대해 오래 생각해온 사람들만이 보여주는 그런 고요함에 대해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