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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싸움 혹은 그것 본문

맞섬의 geography/아무도 안부를 묻지 않는다

어떤 싸움 혹은 그것

alice11 2019. 6. 28. 18:22

어떤 싸움 혹은 임무의 큰 마무리를 하고 잠시 떠나왔다.

 

지난 겨울 내몰려 분노와 절망을 삼키며 악착같이 웃으며 걸었던 길과 시간을 되돌아보면 뭐랄까 어쩌면 다행스럽다랄까. 죽을 고비를 넘긴 것 같은 그런 안도감을 숨길 수 없다. 

 

긴 절망과 환멸의 시간, 홀로 싸웠어도 외롭다는 생각을 품을 여지가 없었다. 아무도 같이 싸우는 아니 싸울 이가 없고 누구를 위한 싸움인지 깊은 환멸이 들이닥칠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라 어쩌면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는 일

 

왜 이 싸움을 계속하는지 나에게도 누구에게도 묻지 않고 끝내 계속하자는 마음과 몸과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기계처럼 움직였다.

 

그렇게 계속해서 무엇을 하려는지, 누구를 무엇을 지키려는지 오히려 묻지 않고

 

그저 계속해서 해나가자고만 다짐했다. 그러면서 그건, 어떤 존재하지 않는 혹은 현실성이 없어보이는 그 무엇처럼 되어갔고 나에겐 어쩌면 '그것'이 되어버렸던 모양이다. 

 

그동안, 나는 사람을 지키고자 싸운다고 항상 생각했는데

 

사람이 없는 자리에도

사람을 지키려는 것이 아니어도

 

절망만 주는 사람

적대감외에는 기대할 게 없는 그럼 사람들을 떠올리면서도

 

사람이 아닌 무엇을

그것을 지키고자

 

계속 싸웠다. 고작 1년이지만.

 

이 길고 외로운 일이 어느덧 마무리 되었고

 

누구에게도 인사도 안부도 여전히 건네받지 못하겠으나

계속 싸워온 나 자신에게는

 

스스로 안부를 묻고 싶다.

 

그래도 좋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