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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wonderland
아무도 안부를 묻지 않는다 본문
그 일을 <심문>이라고 적어두자.
심문이라는 사건이 일어나던 전후 많은 일이 있었다. 여전히 감시당하고 글과 말도 빌미가 되어 또다른 심문이 일어날 지 모르는 상황.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그 일에 대해 가능한 말을 하지 않고, 그러나 다른 방식의 말을 이어가며 싸우고 있다.
괜찮아진 것도 같고, 그렇지 않은 것도 같다.
무엇보다 굳이 내 상태를 들여다보지 않기 위해 애쓴다.
정해진 일과 외 시간은 운동과 연습에 바치고, 머리 속에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도록 몸을 만들고 있다.
한동안 엄청난 감정의 폭풍 속에서 침몰할 것 같았지만
폭풍이 지나자, 오히려 정말로 폭풍 뒤 거짓말처럼, 배신감마저 안겨주며 말갛게 개는 청명한 하늘처럼
마음이 그렇게 말개졌다.
그 말개진 마음이 배신감, 환멸,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절망의 끝이라는 것도 모르지 않지만
그 끝이라는 건 정말 다른 상태였고 상태이다.
오래...... 이제 정말 할만큼 했다는 생각과 상태에 달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여전히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그 사건 이후, 정말로 말개진 마음으로 어떤 끝에 도달한 것 같다.
어떤 기대도, '내가 무언가 더 해야 했었나? 해야하나?'라는 일말의 자기 검열도, "이렇게 되서 안타깝다"는 자기 회한도, 다르게 했더라면 나아졌을까라는 끝나지 않던 질문도 다 사라졌다.
그래서 얼마간 아무렇지 않게 아무 말하지 않고도 잘 지냈다.
다른 동료, 다른 현장을 만나기도 했고 그것이 그 사건을 넘어가는 데 큰 힘이 되어 주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최근 어떤 일을 겪으면서 무언가 말을 남겨두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났다.
혼자 보기 아까운 풍경이기도 하지만
혼자 마음 속에 삭히다가는 매일매일 금이 갈 것만 같다.
그 일이 있은 후 누구도 내게 "잘 지내시지요"와 같은 안부를 묻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참 흥미롭다.
애써 내게 안부를 물어오는 이가 없다는 것도 흥미롭고....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는 이들이 안부를 묻지 않는 것도....
이들은 내 곤경을 회피하고 싶어한다. 매우 다양한 이유로.
그렇게 이들은 이 문제를 <나의 곤경>으로 만들어서 그렇게 치부해서 회피하고 있다.
그게 참 .............역겹고 짜증나고, 한심하고,
이곳의 인간들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준다.
거의 대부분 부부가 같이 돈을 버는 그들은
거대한 저택, 몇대의 신차와 대외적 필요에 따라 서민적인 척하는 차, 부동산 투자, 주식 투자, 그것을 지탱하기 위해 이곳의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나날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자기 자신의 부와 소비와 재테크, 재생산(이른바 가족 아이들....)외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하다못해 세상돌아가는 일에 대해 이들이 어떤 의견을 내는 걸 거의 본 적도 없다.
이들이 그런 관심을 보일 때는 무언가 앞서 말한 그들의 관심과 아주 밀착된 문제일 때이다. 무어라 위장하던.
그들 밑에 줄 서 있는 이들에 대해서는 아주 오래 고민과 고민과 고민을 거듭했으나
이제는 그저 한마디 말도 할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되었다.
이것이 폭풍 후의 말개진 하늘같은 상태가 내게 선사한 너무나 크고 위대한 '위안'이라면 위안이겠다.
이런 이야기는 진정 카프카 소설이라던가,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에나 나옴직한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때로는 식량은 창고에 가득 쟁여있는데 배급 라인을 결제해야할, 장관, 부처 담당자에서 일선 공무원까지 완벽하게 관료화되어, 주민들은 창고에 식량이 썩어가는 데도 길고 긴 배급줄에 서서 다 말라 비틀어진 빵 부스러기나 받아야했다는..
또 식량과 자산을 주민에게 효율적으로 나눠주기 위해 아무 일도 않하고, 대신 너무나 열성적으로 주민을 감시하고 도청하고 처벌하는데 도착적으로 탐닉했던.....그런 세계
예를 들어
망하기 전 관료주의의 극치를 보였던 러시아나 동독을 다룬 영화나 소설에서 자주 만나던 세계와도 정말 비슷하다. 그 재현 방식이 사회주의권에 대한 악의적 유형화를 반복하는 것이었다고 해도, 그 세계가 보여주는 관료주의의 어떤 리얼리티를 떠올려본다.
그래서 이 글은 그 시대 검열에 저항하기 위해 풍자나 우화, 비유와 길고도 긴 비현실적인 말과 글을 남겨야했던 '작가들'의 선례를,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따르고 있고 그렇게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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