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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자의 독서 일기

엄마의 독서일기 시작하기 2017년:화산도와 토지

alice11 2017. 1. 3. 12:20



엄마의 독서일기를 기록해본다. 오래 전부터 해보고 싶었는데, 엄마가 직접 쓰시고 내가 대신 기록하는 식으로 하려했는데  아버지 편찮으시고 집안이 오래 불안정해서 여력이 없었다. 일단 시작. 


엄마의 이름, 박민자의 독서일기로 카테고리를 잡았다. 엄마가 싫어하시려나?


엄마는 전문 연구자인 나보다 소설을 더 많이 보신다. 원래 독서광이시고, 소설을 워낙 좋아하셔서 따라갈 수가 없다.


박경리 <<토지>>는 전권을 수차례 통독하셨다.


작년에 <<화산도>>가 간행되었을 때 선물해드렸더니, 한숨에 전체를 통독하시고 밤을 지새우셨다. 


지금 3번 넘게 통독중이신데, 볼 때마다 새로운 재미가 있다고 하신다. 다른 책도 선물해드렸는데 워낙 대하소설을 좋아하셔서 <<토지>> 이후 가장 재미있게 보시는 것 같다. 


<<토지>>와 <<화산도>>를 비교하며 해주신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두 작품 모두 역사적 사실, 특히  식민화, 해방기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가 너무나 인상적이고 리얼한데


박경리의 경우는 뭐랄까, 디테일이나 현실의 구체성을 그려내는 데 작가가 잘난척하면서 개입하는 게 너무 강하다면


김석범의 <<화산도>>는 오히려 작가가 개입하기보다, 구체적 묘사가 너무나 생생하고 압도적이라는 설명을 해주셨다. 


김석범이 '빨갱이'로 간주되고 박근혜 정부에게 입국 금지조치를 당했다고 전해드리니


"박근혜, 지가 뭘 안다고 역사에 대해."라고 일갈하셨다. 


위에 작가의 개입 혹은 '잘난 척'과 세부 묘사의 구체성에 대해 박경리와 김석범을 비교하는 이야기는 이런 논의 끝에 하신 말씀이다. 


엄마의 평에 따르면 김석범은 오히려 자신의 기억과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가능한 작가는 좌우 양 진영에 상당히 거리를 두고, 혹은 거리를 두고 논의하려는 태도를 보인다는 분석이다. 


박경리를 비교하신 것도, 작가의 '편파성'이나 개입은 박경리가 더 노골적이라는 분석이기도 했다. 


엄마가 기억하는 시대나 지역에 대한 디테일과 <<화산도>>에 묘사된 것 중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작가를 만나 질문하고 싶은 게 많다고 하셨다. 아버지 생전에도 이 부분에 대해 아버지에게 질문하고 이야기하시기도 했다. <<화산도>>를 읽어보시라고 아버지에게도 엄마가 권했지만, 당시 통증이 심하고 약 때문이 고통이 심하셨던 아버지는 집중력이 떨어져서 <<화산도>>를 제대로 못 읽어서 항상 아쉬워 하셨다. 


박근혜 정부의 입국금지 조치로 김석범 작가가 한국에서는 저자 독서 모임을 하기 어렵다고 하니, 아주 아쉬워하셨다. 


<<화산도>>가 작가의 개입이나 잘난 척이 아니라, <사실 묘사>나 <리얼리티>가 워낙 강렬해서, 박근혜가 무서워할 만한 작품이라고도 평하셨다. 하지만 역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박근혜가 오히려 <<화산도>>를 보고 역사 공부를 하는 게 좋지 않나라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최근 사태에 대해 엄마가 던진 논평이 흥미로워서 말미에 기록해둠. 



"여왕 노릇하는 걸 끄집어내렸더니, 왕 노릇하는 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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