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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굿즈에 대한 단상: 젠더화된 굿즈 비판 혹은 대학과 시장이라는 젠더화된 이분법에 대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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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굿즈에 대한 단상: 젠더화된 굿즈 비판 혹은 대학과 시장이라는 젠더화된 이분법에 대해>

alice11 2025. 6. 25. 12:30
 
1. 연구소 굿즈 붐을 회고해보며
꽤 오래 전에는 '우리도 연구소 굿즈 만들고 싶다, 꼭!' 노래를 불렀던 시절이 있다. 포기한 지 오래지만. 지금 연구소 이전에도(지금은 말살되었으나) 연구소를 맡아서 운영했는데. 그 즈음 많은 대학 연구소, 기관 연구소들이 앞다퉈 굿즈를 만들었다.
에코백은 기본이고, 달력, 문방구 등 참 멋지고 부러웠다. 한편 그런 예산은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도 부러웠지만, 나는 굿즈를 만드는 데까지 연구소 재정을 확보할 역량도 요량도 없다는 걸 오래 전에 깨닫고, '연구소 굿즈를 만들고 싶다'는 노래를 그만 부르게 되었다.
공부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문방구 덕후라서, 연구소 굿즈라면 다 모으는데, 특히 AAS 굿즈를 보고는 그 글로벌한 사이즈에 기가 죽었다. 지금도 들고 다니는 에코백은 전부 다른 대학 연구소 굿즈이다. 가끔 학생들이 왜 다른 대학 에코백 들고 다니시냐고 질문해서, 학교에서는 주로 동아대 에코백을 들고 다닌다.
잘 가지는 않지만, 학회나 대형 대학 심포지엄의 굿즈, "케이터링 서비스(이 말도 어떤 학회에서 처음 들었다 ㅎㅎ)" 보고 '이래도 되나' 싶기도 했으나 하단 사람의 '촌스러운 감상'인 듯 싶게, 대형 대학의 새로운 문화가 된 지 오래다.
최근의 어떤 대형 연합 학회는 이런 학회 굿즈화를 새로운 컨셉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연구소의 굿즈화에 대한 비판은 본 적이 없고, 연구소와 학회의 굿즈화가 젠지 세대 여성 연구자의 대거 유입 때문이라는 비판도 본 적이 없다.
흥미로운 건 연구소의 굿즈화와 학회의 굿즈화는 대체로 '시장'이 아닌 국가 지원이나 학문 제도의 권력(대형 대학과 학회의 규모의 경제)의 산물이다.
2. '여성화'로 대표/재현되는 '시장/자본'과 젠더중립적(보편성)으로 대표/재현되는 '지식/학문/제도'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작은 우회를 해서 예시를 들어본다면.
1990년대 필자 또한 문단 권력론 비판의 대표 주자였다. 특히 신경숙에 대한 제도화된 정당화에 대해(표절 문제 이전부터) 지속적인 비판을 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른바 문단 권력론(그리고 그 기저에 있는 출판 자본 비판)이 여성혐오를 정당화하거나 재생산하는 지점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하고 거리를 두어왔다.
1990년대 문단 권력론은 출판 자본이 '여성성'과 '여성작가'의 상업화와 자본화를 기반으로 한다는 식의 비판을 그친 적이 없었다. 또 '소비자성'을 '여성적인 것'을 동일시하면서 비판하는 담론에 대해 자기반성을 한 적이 전혀 없다.
당시에도 문단 권력론이나 출판 자본 비판이 한편으로는 여성 혐오를 정당화하면서, 동시에 문단/출판 자본 VS 학문, 지식장이라는 이분법을 세워서, 학문장을 정당화한다고 비판해왔다.
그 당시 학계를 지배한 인문학 위기 담론이나, 당시 학진 체제로 학회들이 편입되어 가는 과정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온 바이다. 현재 학회와 그다지 무관한 상태로 연구를 진행하는 것도, 통념처럼 '성격'이나 '까칠함" 때문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당시 유일하게 참가했던 학회 발표에서 대학을 거부하고 나오니 시장과 마주해야했던 벤야민의 고투에서 과연 우리는 얼마나 멀리 나아갔고, 얼마나 다른 대안을 만들었나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3. 서울국제도서전에는 갈 수 없는 자리에서.
부산에 있어도 부산국제영화제에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정규직이라 맨날 한가한 소리라 하겠지만, 실제로 수행해야 할 노동 강도 등등의 문제로 갈 수가 없다.
서울국제도서전이야 뭐 말해 뭐하겠나.
부산에서 몇년 전에 겨우 만들어진 부산출판 관련 단체들이 힘을 모아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했다. 다들 규모가 작은 데 어떻게 이 과정을 진행했는지 신기하기도 하다.
부산 출판 유통 산업이 지금처럼 고사된 건 파주 출판 단지가 만들어지면서, 출판 산업이 파주를 기점으로 한 수도권으로 일극화된 결과다. 파주 출판 단지가 만들어지고, 부산의 출판 유통 회사들이 연쇄 부도, 유통을 겸한 중고 유통망(보수동 책방 골목의 근간인)도 연쇄 부도를 당했다.
시차가 있지만
대학이 15개나 있는 부산의 인문학도 과거 '학진'이 '집중과 선택' 정책을 취하면서 서울 대형 대학에 지원을 몰아주면서, 거의 실질적으로 소멸했다. (물론, 대형 과제를 전적으로 수행했다가 문제가 되었던 사례도 있어 온전히 학진의 문제라고는 볼 수 없다.)
4. <대만 감성> 관련 메모
이 시즌에 타이완 정치대학에서 만났던 웡즈치 선생님이 학생들 인솔해서 한국에 오셔서 잠시 뵈었다.
서울국제도서전의 '대만 특별전' 키워드가 <대만 감성>이라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거야말로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대만 감성"이라며 서로 '연구거리'라는 말을 나누었다.
천쓰홍 작가의 커밍아웃에 대한 이야기를 겸하여.
5.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은 '사유화' 비판에서 시작해서 굿즈와 젠지 여성 소비자 논의로 마무리된 것인가.
6. 메모. 굿즈와 '진짜 책(지식)'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구별이 불가능하다거나, 이런 비판이 문제라는 게 아니라. 책과 굿즈의 이분법에 기반한 여러 논의를 보면서, '진짜 책'이나 '진짜 지식'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좀 흥미로웠다. (매력 자본 역시 마찬가지)
책의 표지는 진짜 지식의 범위인가?
띠지는?
디자인은?
양장본은? 판형은?
학회는 굿즈인가 진짜 지식인가?
요즘 학회는 왜 이리 포스터 디자인에 열중하나?
대형 학회가 선정하는 '주목하는 학문 후속세대'나 '청년 **"는 매력 자본인가 굿즈인가, 진짜 지식인가?
7. 부산 출판사들의 후기를 기다리며
여러 다양한 비판과 논의가 있지만, 여기 다 아우르지는 못함. 참가하셨던 부산의 출판사들의 후기를 기다려봅니다.
서울국제도서전에 가보지도 않았으면서 글을 쓴 건 7번을 기다리며, 예고편으로 써 본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