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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다루는 사람, 교사

alice11 2018. 12. 30. 01:54

벨 훅스는 교사는 영혼을 다루는 사람이라 했다.


최근 많이 알려지기 전 그녀의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와 <<경계 넘기를 가르치기>>를 교직 과목 수업에서 다루었다.


의사소통 교육론이라는 이름의 그 수업이 지금 헤이트 스피치 비판 이론으로 이어지기까지 건너온 다리들이다.


아직도 채점을 마감 못해서, 너무 힘이 들지만


매번 다음 학기에는 과제를 적게 받아야지 다짐하지만


문득 학생들 과제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또 '공부'를 하게 되어서 


과제 내주고 피드백 하는 일을 포기를 못하는 데


힘들긴 너무 힘들다. 전공 수업에도 학생수가 80명 육박하니, 학생 수가 많아서 피드백을 못해주는 게


스스로 용납이 안되고, 이런 정책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


무리하게 피드백을 하는 게 몸을 갉아먹는 무의미한 일이라는 건 알지만...


이번 학기 헤이트스피치 관련한 과제도 나름 성과가 있었지만


자기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자니, 채점을 하기도 마음이 무겁고.


학생들 하나하나의 목소리, 시선, 마음들을 듣고 보고 따라가다 보니


교사라는 일의 무거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4학년 2학기 수업을 10년 동안 맡고 있는데. 이상하게 더 마음이 무겁다.


학생들의 한숨, 아쉬움, 불안


그 파동이 점점 더 커지고, 뭔가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것 같은 나의 무기력함이 답답하고.


좀더 신경을 썼어야 하지 않았을까.


마지막 시험시간에 인사를 채 못하고 헤어진 학생들이 자꾸 마음에 남는다. 


좀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는 취업난, 막연한 미래, 숨 막히는 오늘


학생들의 불안함과 숨막힐 것 같은 답답함을 보고 느끼면서도


할 수 있는 게 너무 없고.


그런 중에서도 눈을 반짝이고, 말에 귀기울이고


학교 안 작은 모퉁이에서 추억과 그리움을 발견하고 말을 이어가는


학생들이 너무 귀하다. 


그 귀함을 나는 잘 살피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