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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wonderland
사회적 재생산 장치의 자율성 문제: 국정화와 교육감, 그리고 지역자치 본문
(사진은 교토 이마데가와 가와라마치의 라이브 하우스, 2015.9)
사회적 재생산 장치의 자율성 문제: 국정화, 교육감 직선제 그리고 지역/세대의 정치화
1. 교과서 국정화는 '민족문제'일까?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 어떻게 개입해야할까 다들 고민이 많은 것 같다. '국정화 반대 총궐기는 자칫 다른 의제를 덮어버려서 결국 보수정부의 선거전략에 빠져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거나, 결국 논의가 이항대립으로 나뉘면, 편싸움만 될 뿐이라는 소모전에 대한 우려도 많은 듯 싶다.
보수 정권의 가장 큰 전략이 이데올로기 공세를 통한 소모전이라는 것은 누누히 확인된 바이다. 하지만, 국정화 사태가 소모전을 피하면서도 <시민적 자율성>, <자치> <민주주의>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불러내는 공론화의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역사 교과서 국정화 비판이 친일 잔재 청산이나 민족주의의 정통성을 주장하는 일일까? 한편으로는 그런 식의 흐름이 진행되고 있다. (페북에 천정환 선생이 쓴 비판은 이런 흐름을 염두에 둔 듯하다.) 그러나 이른바 '교과서 문제'를 이런 식으로 범주화하는 것은 우파 기득권 세력의 전략이기도 하다.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나 한국의 뉴라이트가 문제인 것은 이들이 민족주의를 비판해서가 아니라, 이들이 '민주주의를 증오'하고, 그런 증오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서는 오래된 낡은 패러다임인 '노동 대 민족'이라는 패러다임이 이 문제에 비판적으로 임하는 그룹 안에서도 또 반복되는 것 같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막상 보수 기득권 세력에게는 노동, 교과서가 동일한 이슈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정치적 편향성,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공약의 남발로 교육정치만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면서 "교육감 직선제의 개선이 필요한 만큼 국회 내에 특위를 구성해 교육감 선출제도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8월 헌재에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위헌소송까지 내놓은 상태다."(연합뉴스, 12015년 10월 7일자)
김무성 대표는 '쇠파이프 노조 , '교과서 국정화',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하나의 단일한 의제로 보고 있다. 근데 이를 비판하는 입장에서 이것들을 별개의 혹은 상충하는 의제로 받아들이는 것은 오히려 역설적인 것은 아닐까?
2. 선거와 직결된, 다르면서도 같은 의제들: 세대와 지역 가르기
임금 피크제와 교과서 국정화, 교육감 직선제 폐지가 정치적 전략으로서 지니는 공통점은 관성적인 세대 갈등과 지역 갈등을 반복시키는 지점이라고 보인다. 특히 국정화와 교육감 직선제 폐지는 공통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특히 이는 임박한 선거에서 효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첫째는 세대 문제. 교육감 직선제 폐지는 현정부 들어 집요하게 반복되었지만, 최근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만 16세 이상까지 교육감 선거권 확대'를 제안함에 따라 더욱 크게 부각되었다. 이는 단지 교육감 문제만이 아니라, 결국 투표 연령 제한 등 이른바 '청소년'의 정치권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법적으로 19세 미만의 선거권, 투표권 선거운동 등이 제한되어 있다.)
교육감 직선제는 지역, 세대별로 각기 다른 자율적인 목소리가 개입하여 결정하는 거의 '유일한 선거 방식'이자 민주적 제도이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는 국가 권력이 이러한 지역/세대의 자율적 민주주의를 폐지하고 국가의 일방적 개입으로 바꾸는 폭력적 변형 과정이다. 교과서 국정화는 이러한 기조의 일환으로 볼 필요가 있다. 국정화는 어떤 점에서는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위한 전초전이나 '간보기'로 보이기도 한다.
사실 보수기득권세력이 교과서, 무상 급식, 교육감 문제에 기이할 정도로 집착하는 본질적 이유는 이 지점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둘째 지역자치의 붕괴를 통한 낡은 '지역주의' 재생산
2014년 선거의 교훈은 교육감 직선제가 '진보 교육감'을 대거 당선시켰다는 것보다, 이 선거가 기존의 지역주의적 선거 구조와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특히 부울경의 경우 '교육감'으로 상징되는 지역에 뿌리를 내린 자치적이고 자율적인 민주주의적 인물과 네트워크는 오래된 '지역주의' 관행을 통해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중앙정부에 가장 큰 대항 세력으로 성장하고 있다. (교육감 선거는 부울경이 변화한 결과이지만, 동시에 교육감 직선제와 중앙 정부와의 대립을 통해 부울경의 자치와 자율에 대한 열망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무상급식에 대한 기존 기득권 정당 정치인의 집요한 공격은 이러한 실질적인 위기감에서 비롯된다. 교육감 직선제는 사실 기존의 낡은 지역주의 재생산 고리를 근본에서 끊어버리고, 자율적이고 자치에 기반을 둔 '지역정치'가 만들어지는 기반이다. 그리고 바로 '교육'이 그런 점에서 현재 세대와 지역의 차원에서 기존의 재생산 기제와 반복을 끊고, 새로운 인적, 사회적 정치적 재생산이 가능해지는 장인 것이다.
(*이후 더 논의하고 싶지만, 서울, 수도권 지역에서는 교육감 문제에 대한 부울경 지역의 이런 정서를 거의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여러 요인이 있으나, 내가 보기에는 지역 차별에 기반한 학벌주의 속에 있다보니, 이런 문제에 둔감해지기 쉬운 듯하다.
지방의 경우, 지방에서도 동등한 교육을 받고, 그것이 존중될 권리(지잡대라는 혐오가 아니라)에 대한 의식들이 싹트고 있고, 무상급식과 교육감 문제는 이 문제가 정치화될 수 있는 힘을 제공했다. )
그런 점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집중해서 의제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 문제들이 여타의 지점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계속 사유하는 게 필요하다.
교과서, 교육감 직선제, 임금 피크제 모두 오래된 세대, 지역 갈등을 유발해서 그 갈등 패러다임을 반복적으로 재생산하는 기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저항 역시 이러한 재생산 기제를 중단시키고, 그 반복으로부터 이탈하는 새로운 '재생산 정치'를 상상하고 현실화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과서 국정화나 교육감 직선제, 혹은 <교육> 문제 등을 이러한 새로운 재생산 정치를 상상하는 장으로 범주화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3. 창구를 닫겠습니다.
인권조례와 교육과정에서의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청소년교육 조례 등이 계속 부결되고 '동성애자는 좌파'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어가 공직자의 발언으로 기록되는 한국의 정치적 상황은 이런 점에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른바 '청소년'과 지역의 변화를 절대 원하지 않고 두려워 하는 것은 바로 현재 기득권 보수 세력이다. 아래의 두 사안은 전혀 달라보이는 성소수자 인권과 지역 자치라는 두 이슈가 어떻게 동일한 시스템으로 환수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1. 여성가족부가 성소수자-여성단체와의 면담을 하루앞두고 오늘 저녁 6시반에 전화해서 일방적인 취소를. (2015년 10월 6일)
2. "부산 문화는 많이 성숙하지도 발전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부산시가 주도적으로 끌고 가야 한다."
( 국제신문. 2015.9.17. [뉴스와 현장] 스스로 '관치' 인정한 부산시 /김희국 . 송교성 '로컬데모와 공론장'에서 재인용)
직접 민주주의까지는 말할 것도 없고, 의견을 제시하고, 정책에
대해 토론하고 당국자의 입장을 요청할 권리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정부 이래 시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를 '자기편'으로 바꾼덕에 기존의 모든 문화정책이 뒤집히고, 부산시의 자율적인 문화운동판은 모두 위축되거나 관제화되었다.
노조와 성소수자 -여성 단체와 지역 문화 단체와 전교조와 그 모든 것을 싸잡아 '좌파'로 부르는 건 참 흥미롭지만, 그건 한국의 보수 집단에게는 이들과 같은 '교섭단체'야말로 '국정화', '국가의 전일적인 통치'에 거스르는 저항 세력이기 때문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창구를 닫아버리는 저 태도야말로, 국정화의 자세가 아닐까.
4. 역사에 대한 '모두의 권리'를 위한 싸움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의제가 하나로 수렴되고 그래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각자 저마다의 정치적 함의와 의제들을 지닌 사안들이 '하
나로 묶여버리는 것'이야말로 국가주의적 획일화의 자세이기 때문이다.
사실 실천의 맥락에서 '함께'가 필요한 것은 국가주의적 획일화
에 대항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그러나 무작정 함께가 아니라, 혹은 당위적 함께가 아니라, 현재
의 국가주의적 획일화에 대한 저항을 위해, 어떤 지점에서 함께
할 필요가 있는가를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의 재생산 구조와 단절하고 새로운 재생산 정치를 만들어내기
위한 정치적 상상력과 실천이라는 점에서 '함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런 국가주의적 패러다임에 먹혀들지 않기위해서
라도, 저마다의 각자의 논의를 더욱 첨예하게 만들고 목소리높여
주장하고, 그렇게 다른 길을 만들어내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것이 이른바 '민족주의적
역사 교육'이나 '국민 교육 제도'를 찬성하는 입장으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다.
국정화에 반대하면서, 오히려 이전보다 더 많은 자율성을 주장할 수 있다.
즉 검인정제도만이 아니라, 교과서 사용에 대한 더 많은 자율성을 요구할 수 있다.
즉 지역 학교에서 굳이 중앙 중심의 역사를 반복해서 배울 필요는 없다.
지역의 역사를 더 많이 배우고, 그러기 위해 지역의 역사 기술지
들을 교과서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성소수자의 역사, 여성의 역사, 노동사, 이주민 역사 등 '국민 교
육'이나 '국사'가 아닌 더 많은 역사를 교육받을 권리, 선택할 권
리, 그 자율성을 주장할 수 있지 않을까?
이를 위해서라도, 역사 교과서는 '역사학자'에게 맡겨야한다는 반
론은 현재 뉴라이트가 '한국사 전공 이외 분과학문'을 전략적으
로 활용하는 것을 비판한다는 점에서만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재의 전선의 아슬아슬한 교란을 염두에 두면서도,
오히려 역사 교과서가 소수자와 배제된 자들의 역사들을 향해 더
욱 열려야 한다고도 주장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라도, 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단지 정통역사학자와 보
수적 기득권 정치세력과 이에 야합한 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에 대한 '모두의 권리'를 향한 싸움으로 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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