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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발화아카이브/학력차별=+차별금지법 제정 전후

지방대생은 왜 남성성으로 과잉표상되나

alice11 2021. 7. 19. 13:35

'지방대' 그리고 '지방대생'에 대해서는 담론 구성이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학력 차별에 대해서는 대졸이 아닌 비대졸이 주로 논의 대상이 되고, 대졸 내의 지방대 차별은 암암리에 '실력' 문제로 치부되는 것도 같습니다.

지역 차별과 관련해서도 지역-비대졸 남성에 대한 관심이 부상되는 데 비해 지방대 출신 여성은 아예 비가시화되곤 하죠.

누군가에게 지방대생은 가족주의에 편승하는 기이한, 성찰적 겸연쩍음의 주체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지방대 엘리트들의 폐쇄적 네트워크를 예시로 견고한 "연고주의와 지역주의"의 병폐로 환원되기도 하지요.

저도 오래 이런 지역 연고주의와 싸워왔지만, 지역의 재생산 기반이 무엇이든 이렇게 환원되어도 좋은가라는 고민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서울 대학 출신의 견고한 네트워크는 '우정'이 되고, 지방대 네트워크는 '연고'가 되는 방식, 지역의 배타성을 비판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지역을 식민화하는 시선, 능력주의를 비판하지만, 능력주의 신체와 교육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것도, 넘어설 역능 형성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

매일 고민만 깊어지고 축 처지는 날입니다.^^

지역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십년이 넘는 항시적 구조조정 체계, 지방대란 오늘날 그런 상태이지요. 모두가 무능력자로 낙인찍혀서, 짜증과 자기 모멸과 주어진 한계점에 매달려서 숨을 헐떡이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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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항시적 구조조정 체계로 지방대를 모두 환원할 수도 없습니다. 여전히 학생들은 '지방대'에 들어오고, 상상하듯 모두 패배감 따위에 빠져있지는 않습니다. 지방대생이 그런 패배의식이나 '순위'를 내면화하고 있을 거란 생각이야말로, 차별적 시선을 내면화한 것이지요. 여성을 피해자성으로 환원하고 스테레오타입에 짜맞추듯이, 지방대생을 순위에 따른 위계의식을 내면화한 존재로 환원하는 것도 그런 스테레오타입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나의 대표 표상으로 지방대생을 환원하는 것 역시 문제적이지요. 한국에서 그런 점에서 지방대생의 표상이 있기는 한 것인지 항상 의구심이 들곤 합니다. <족구왕>, <복학왕>에서 (사고로 주인공이 교체된)<날아라 개천용>까지 지방대생이 남성으로 과잉표상되는 것 역시 문제적이지요.

(<날아라 개천용>은 보다가 이 과잉 남성성을 견디기 어려워서 패스했는데, 이후 버전은 아직 검토를 하지 않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