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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wonderland
페미니즘 시대, 여성의 삶 본문
페미니즘 담론이 넘쳐나지만, 여성들의 삶에 대해서는 서로가 참 모르는게 너무 많다.
젠더 어팩트 스쿨에서도, 여성인권영화제에서도 함께 이야기했던 부분.
어제 영화제 끝나고 토론에 함께 참여했다. 다들 20대 초반인데, 내 존재가 너무 이질적이라 부담스러우면 어쩌나 싶었는
데, 이야기를 좀 듣고 싶었다고 말하니 거부감 없이 진솔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다.
마침 영화도 무슬림과 여성 살해와 관련된 것이고, 최근 난민 문제와 관련해서, 혹여라도 공격당할까 노심초사, 홀로 전전
긍긍하며, 이 불안에 대해서 며칠 생각이 많았다.
역시 참가자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여성들은 너무 작은 것을 얻기 위해서 온 인생을 다바쳐서 너무 힘들게 얻어야 하는 게 너무 화나고 슬프다"는 이야기.
부산에서 만나는 페미니즘 활동가들은 모두 공통으로 신상폭로와 학교 커뮤니티에서까지 널리 퍼진, 페미니즘 동아리 멤
버에 대한 신상털이와 사진 찍어서 포토샵질 해서 돌려보고 버젓이 공개된 커뮤니티에 올려서 공격하는 일이 너무나 비일
비재하다. 그런데 아무런 대책도 없는 것이다.
매일 사이버 성폭력 공격과 차별선동에 시달리며 학교를 다니고 작은 규모의 집회를 하더라도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고, 공포를 과장된 것 더나아가 다른 집단을 차별하기 위한 알리바이로 몰아가니, 이들은 그저 서로 모여 손을 잡고 눈물 흘릴 뿐이다.
물론 슬프고 희생자적인 포즈를 하지도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벅차오르는 눈물을 흘리다가도, 괜찮다며 스스로, 그리고 같
이 다독이며, 우리는 서로의 용기라며 손을 맞잡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눈을 마주치며 힘을 얻는다.
이야기를 들으며 기성 세대로서 너무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한국 사회가 '이슬람' 사회와 과연 다른가, 이들은 두 사회가 전혀 다르다고 느끼지 않고, 오히려 살해당하고 폭력에 시달리는 무슬림 여성과 무슬림 페미니스트들에게 깊은 감정 이입을 했다.
아들을 우선시하고 딸은 존재가치가 없는 것처럼 여기는 가부장적 가족, 여동생에게 아무렇지 않게 권력과 폭력을 행사하는 오빠, 순결을 지키기 위해 목숨 끊은 여인을 '가문'과 지역과 국가의 자랑이라며 여전히 열녀문을 기념 시설로 내세우는 이 곳이 과연 이슬람보다 더 나은 '여성의 인권'이 존재하는 사회인가.
그럼 이런 가부장적 폭력도 '한국에 고유한 전통문화'로 인정해야 하나요? 그걸 폭력이라고 말하는 것은 한국의 고유한 전통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차별인가요?
이 질문을 들으면서, 문득 지금 벌어지는 2030 페미니스트 세대를 향한 총공격은 이런 질문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즉 해시태그 운동에서 미투까지 기존에 부당하게 공격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어떤 집단적 '억울함'의 정동이 전혀 이질적인 계기ㅡ, 모멘텀을 통해 분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며 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조금 의아했는데, 이야기를 들으며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이런 고민은
극우 종교 세력과 차별선동 집단이 주장하는 이슬람의 야만성이라던가, 비기독교적 문화에 대한 차별선동과는 어떤 점에서도 공통된 부분이 없다.
내 눈을 마주하며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 그녀들은 누군가를 배제하고, 인종차별을 페미니즘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어리석고' '생각없는' 우매한 존재들이 아니다.
몇 번 부연설명을 하려는 나 자신을 들여다보면서도, 아, 나도 이들을 뭔가 잘 모르는 대상으로 간주하는 부분이 많구나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처럼 열악한 상황에서, 페미니즘 활동을 한다는 것은 그저 생각없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녀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생각하고, 고민하고, 또 이른바 '주류 페미니즘'의 생각을 찾아보고 열심히 생각을 가늠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영향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갈수록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많은 일을 할 수도 없고, 이제는 너무나 힘이 든다.
그러나, 이렇게 그저 몇 사람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또 때로 만나는 이들의 말을 들어주고,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여주는 일, 그게 너무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2018. 7-7.
혜화역 시위가 6만명을 기록했다. 낙태죄 폐지 시위도 꽤 규모가 컸던 듯한데 자세하게는 집계가 안된 모양이다.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토론을 마치고, 그녀들이 제안해서 서로 손을 잡고 외쳤다. 그녀들은 오늘의 시위에 나가기 위해 들떠 있었고
1, 2차 시위에 다녀와서, 너무 많은 힘을 얻었다고 한다.
그녀들은 이런 말도 했다. 좋은 방향으로 변화를 만들기는 너무 어렵고, 온 힘을 다해도 안되는데
안 좋은 방향으로 되돌아가는 건 단 하루도 걸리지 않는 너무 쉬운 일이라는 게 너무 힘들다.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리기 위해, 혹은 그 밑에 깔려 짓뭉개지지 않기 위해
그녀들은 너무 많은 것을 걸어야 하는 게 아닌가. 기성세대라면 이에 대해 최소한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야 하지
않나? 이런 세상을 물려준 것에 대해, 이런 세상을 만들어 놓은 것에 대해 말이다.
그녀들을 익명화해서 비난하고 혀나 쯜쯜차며 자기 정당화를 할 게 아니라 말이다.
더많은 그녀들을 만나고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들과 눈을 마주하고.
그런 몸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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