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청도를 위한 3분
폭력에 맞서는 모든 이들을 위한 3분
광주를 뒤로 하고 이동하는 기차 안에서 오늘은 10시를 맞게 되네요.
광주 비엔날레에 대한 발표와 토론을 들으며 마음이 참으로 무거워졌습니다. 도대체 한국사회에서 지역이란 무엇일까, 아니 글로벌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일국 내의 지방의 삶이란 도대체 어디까지 식민화되고마는 걸까.
광주 비엔날레의 20년은 국제화와 지역화, 관과 민 사이의 역학, 혹은 공공성과 자율성 사이의 갈등과 긴장관계였다는 발제들의 공통적 문제제기가 인상적이었다.
영어와 국제화 경험을 갖춘 초특급 엘리트로 채워진 비엔날레 상층부와 '지역 작가' 및 '지역 문화계' 사이의 이질감과 위화감, 무엇보다 지역 문화인들의 자괴감과 패배감은 "광주가 영어가 약해요"라는 대인시장예술기획자의 냉소적 '한탄'에 너무 깊이 새겨져 있었다.
"현재 광주는 비엔날레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젝트(국가, 시, 기업에서 지원하는 비영리사업)의 홍수 속에 이리저리 휩쓸리며 어떤 지향이나 좌표도 갖지 못한 채 헤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막대한 금액의 프로젝트가 할당되어, 지역의 예술가들은 얼싸안고 춤이라다 출 기세처럼 보이겠지만 오히려 이것이 광주의 예술가들을 배제함으로써 지역의 박탈감과 배신감이 축적될 뿐이기만 하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혹은 수탈당한다는 기분에 휩싸이게 만들고 있다면 또 어떨까? 마치 분출하기 직전의 용암처럼 어마어마한 부정적 에너지로 가득하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미테 우그로의 큐레이터 김영희 선생의 날선 질문이 오늘날 '지역' 혹은 '지역 예술가와 문화계'의 현상황을 잘 보여준다.
참가자 모두,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를, 광주 혹은 지역의 예술과 문화를 위한 사유의 단초로 끌어안고자 하는, 힘겨운 고투 속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초대의 말처럼, 혹은 김영희 큐레이터의 제안처럼, 이렇게 '문제'를 토론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 이 어마어마한 부정적 에너지를 새로운 변용의 잠재성으로 밀고나가는 하나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차 시간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종합토론의 논의가 무척 궁금해진다. 김만석 선생의 정리를 듣고 싶다. 이렇게 의미있는 기획을 이끌어낸 부산의 공간 힘과 광주의 미테 우그로의 기획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대인시장에 자주 가서, 부산의 여러 친구들과 함께 만나서, 어마어마한 부정적 에너지들을 교환해서^^ 높디높은 지역주의의 장벽을 한번 넘어서보고 싶다는 <야심>을 문득 기차에서 불태우며 오늘의 3분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