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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자유죽음: 청산과 유산 본문

밀양+청도를 위한 3분 폭력에 맞서는 모든 이들을 위한 3분

Be, 자유죽음: 청산과 유산

alice11 2014. 8. 21. 12:26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자살 '문제'는 여전히 천착되지 못한 부분이다. 임레 케스테스의 3부작 중 하나인 <청산>은 살아남은 자들이 자살에 이르게 되는 경로를 '청산'이라는 주제로 살피고 있다. 홀로코스트의 폭력의 경험은 생존자들에게 '생존' 혹은 '살아남은 몸' 그 자체에 각인되어버려서, 생존, 혹은 살아남은 몸 자체가 그 폭력의 경험과 트라우마를 계속 다시 살게하는 매개가 된다. 

살아남은 몸이 트라우마의 매개이니, 살아남은 몸 그 자체가 폭력의 실행장처럼 '생존'과 '폭력의 경험'이, 살아남은 몸과 폭력으로 살해당한 몸이 분리되지 못한다. <청산>의 주인공 Be가 자신의 '자살'을 '청산'이라 부르는 이유이다. <청산>은 이러한 과정에 대한 너무나 디테일한 기록이다. 청산의 내적 기제를 슬프도록 공감하면서도, 그러나, 바로 그러하기에 청산은 존재Be를 위반하는 것이라는 한가닥 실마리를 부여잡고 있던 임레 케르테스도 청산과 존재의 딜레마를 벗어나지 못했다. 


생존자들의 벗어날 수 없는 고통과 그 귀결을 '문제'로만 받아들이는 지식인이나 동시대 인간들에 대한 일종의 항의이자 문제틀의 전환을 요구하는 장 아메리의 <자유죽음>은 살아남은 자들이 '학살당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지켜봐야했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일 중의 하나는 '죽음을 선택할 권리' '자신의 삶의 행로를 선택할 권리'로 규정한다. 자살이 아닌 자유죽음이라는 개념을 정립하고자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또다른 생존자, 살아남은 자가, 자신의 몸을 '청산'하며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박탈당한 이들을 대신하여 항거하고 있다. 유민이 아버지 김영오씨의 단식 투쟁에 대해, 사실 타인들이 이러러저 '걱정'을 할 권리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죽음을 거는 항거가, 그저 자식을 잃은 아비의 결연한 선택, 즉 어떤 한 개인의 선택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세월호 이후, 혹은 무수한 죽음을 목도한 살아남은 자들이. 삶과 죽음을 선택할 권리에 대해 우리는 어떤 길로 나아가게 될까. 청산과 유산. 다시 그 화두가 돌아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