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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들

글쓰기, 근육통, 불면증

alice11 2018. 7. 10. 09:10

 선생님 정도면 논문도 칼럼도 쉽게 쓰시지 않으세요?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글쓰기는 자료 찾고 분석하고 주제, 개입 방식, 글 구성 등 모든 과정이 노동, 노동, 노동이다. 글

쓰기를 영감, 감수성, 천재성과 연관시키는 인식이 많다보니, 글쓰는 일을 꽤 멋진 낭만적 제스처로 생각하는 풍토가 여전한듯하다. 


글쓰는 일을 일로 살아온 수십년, 얻은 직업병도 많지만 가장 힘든 건, 근육통. 흔히 생각하는 근육통을 상상하면 깜짝 놀란다.

연구실에 있다가 팔이 안 움직여서 응급실에 실려갔을 때, 컴퓨터 작업과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 있다보니 어깨 근육이 뭉치다 못해 근육통이 심각해져서, 통증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마비 상태가 되었고, 팔이 부러진 것처럼 움직이지 않게 된 것. 팔이 마비되어 굳어버리면 팔을 들지도 못한다고 해서, 팔을 반대쪽 어깨에 고정해서 붕대로 유사 기브스를 하고, 등에 수십 대의 근육 이완제를 맞고 몇달이나 치료를 해야했다.


또한번은 연구실에서 가슴 통증과 숨을 쉴 수 없는 증상이 발생, 역시 응급실로 후송.

심장 검사를 비롯해서 온갖 검사 후 근육통 진단. 근육통이 너무 심해서 갈비뼈 사이 사이 근육까지 아파서 숨을 쉴 때마다 심장마비처럼 통증이 온거란다.


하여간, 너무 긴장하고 작업하는 이 병통을 고칠 수가 없다. 이를 악물고 자면서도 긴장을 풀지 못해서 이가 일곱개나 빠져버렸으니까.

긴 논문 작업은 그래서 아주 오래 준비하면서 운동도 하고 컨디션도 조절하는데


칼럼은 다른 일들과 겹치고, 매번 칼날 같은 문제들 사이를 사이를 비켜가고 개입하다보니 신경이 끊어질 정도가 되어, 마감을 하고나면 병이 나버리는 일을 반복한다. 

이번 여름에는 그간 계속 밀려버렸던 책 출간을 반드시 하려고 원고 정리 중인데. 그러다보니 또 잠을 못자고 있다. 신경이 예민해져서. 밤을 하얗게 새고 신경을 이완해보려고 글써보는 중 ㅠㅠ


몇년 계속하던 칼럼 연재를 7월로 마무리한다. 언제 한번 평화로운 시대가 없었으나, 지난 3~4년은 격동의 시대였다. 보람도 있고 또 운명이었던 것도 같다. 아쉬움도 또 의문스러운 점도 있었는데. 


한때 애독자였던 어떤 분이 자신이 페미니즘의 반지성주의 때문에 연재하던 칼럼에서 밀려났다고 쓴, 믿을 수 없는 글을 보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아, 지난 번에도 유사한 글이 있었구나. 다른 분의....그건 페북 후일담이었는데, 이번에는 정식 출간된 신문에 실린 글이라니 믿을 수 없다.) 술 마시고 썼나? 저 글 보내고 이불킥 안했나? 안한 것 같다. (울고 싶다. 한때 애독자였는데.) 버젓이 링크되어 있는 것 보니까. 칼럼 연재가 정말 대단한 자리고 권력이구나. 새삼 느끼지만, 그래서 이물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 글을 보고 칼럼 연재가 끝난 것에 대한 일말의 아쉬움이나 의구심 같은 정조를 스스로 싹뚝 자르게 되었다. 


에고, 그게 다 뭐라고, 근육통과 만병의 근원인 것을.


잠을 자자, 잠을


글쓰기로 인한 불면증은 스스로 깨어있다는 과도한 자각에 대한 몸이 보내는 경고인가 아니면 그 관성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깨어있지 말자. 잠을 자자, 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