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대 한국어문학과 교수경찰은 ‘요주의 인물’로 동태를 파악하던 A의 거처를 수색하여 일기장을 발견하였다. A는 일기장에 매일 일어난 일을 자세하게 적어두었고, 그 내용을 토대로 체포되고 심문을 받게 되었다. 심문 과정에서 ‘계간’ 행위를 추궁당했다. A는 실상 치안유지법으로 처벌받았다. 이는 1930년대 실제 발생한 사건이다. 일본 경찰은 다분히 계간 행위를 추궁함으로써 조사 대상자에게 수치심과 모욕감,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것에 대한 공포심을 주었을 것이다. 자료를 발견했지만, 자료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하지 않는 것이 연구자 윤리라 생각하는 이유다.이 사건은 흥미롭게도 2017년 발생한 군대 내 게이 군인 색출 사건과 닮았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수사관은 휴대폰을 압수해서 데이트 앱을 조사하고, 동료 ‘게이’를 고발하도록 강제했다. 범죄의 우려가 있다는 것만으로 개인을 감시하고 내밀한 기록을 뒤져 의심의 여지가 있는 사안을 적발한 후, 먼저 체포하고 심문하고 동료를 밀고하도록 고발하는 방식, 이것은 1930년대 일본 경찰이 하던 방식이다. 치안유지법에 의한 사상 통제는 잘 알려져 있지만 풍속 통제는 학자들도 낯설어한다. 풍속 통제는 선량한 풍속을 침해하는 행위를 통제한다는 초법적 규정으로 인간의 정념, 취미, 습속 등에 국가가 무작위로 개입하는 법제다. 독일 파시즘 법을 계승하여 일제가 만든 풍속통제법은 독일과 일본에서는 사라졌으나 한국에만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파시즘 잔재로 청산되어야 할 법제가 남아 있어, 적용 주체에 따라 얼마든 대상을 노예처럼 모독하고 탄압할 수 있다. 주인에 따라 노예의 운명이 좌우되듯, 법 적용 주체에 따라 ‘국민’의 운명도 좌우된다.대선을 전후하여 성 소수자 인권과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요구가 강하게 제기되었고, 군형법 ‘92조의 6’을 빌미로 구속된 군인을 석방하라는 요구도 높았다. 그러나 대선의 시급함과 적폐 청산의 우선성이 강조되면서 이 사안들은 ‘나중에’ 할 일로 미뤄졌다. 무엇보다 이 사태를 계기로 군형법 92조의 6은 ‘군대 내 성 소수자 문제’, 혹은 ‘동성애 문제’로 고착되어버렸다. ‘계간죄’에서 ‘추행죄’로 이름만 바뀐 군형법 92조의 6에 대한 법학자들의 연구는 주로 군대와 성 소수자 문제로 특화되거나, 미국의 소도미 법 도입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제가 되는 계간죄에 대한 해석의 차이는 강조되지만, 막상 역사적 출처에 관해서는 규명이 미흡하다. 조국 교수는 논문에서 한국 형법이 일본 영향으로 동성애를 범죄화하지 않았다고 논하지만, 이는 풍속 통제를 참조하지 않은 연구 결과이다. 해방 후에도 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풍속 통제는 전통 가치의 옹호 등으로 합리화되었고 시대착오적 통제는 반복되었다.1931년 주요섭은 <학생풍기문란론>에서 청년 학생의 풍기문란을 일제 단속하고 통제할 것을 강요하는 총독부 정책에 대해 비판을 제기했다. 학생 풍기문란의 주요 내용은 술, 도박, 계간과 수음을 포괄한다. 술과 계간은 애초에 같은 범주였다. 장발, 미니스커트 통제는 이 연장이었다. 선량한 풍속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초법적 규정으로 언제든 적발될 수 있는 집단은 단지 성 소수자만이 아니다.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과 조바심에 뜨거웠던 지난 몇 달 우리는 너무나 중요한 일들을 나중으로 미뤄왔다. 누군가는 선거 결과에 조바심칠 때 다른 누군가는 선거가 끝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게 현실이다. 선거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누군가에게 또다시 나중에를 외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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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끝나기만 기다린 사람들 본문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94379.html
[세상 읽기] 대선이 끝나기만 기다린 사람들 / 권명아
등록 :2017-05-11 18:33수정 :2017-05-11 20:57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94379.html#csidx73e8393d090c5dca2237c3f9a36d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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