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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이후' 등장한 전형적인 한국형 헤이트 스피치: 맞불집회>

alice11 2025. 2. 23. 18:24
이즈음의 여러 문제를 함께 생각하기 위해 헤이트 스피치와 파시즘 연구를 조금씩 공유하고자 합니다.
또다른 증오선동을 막기 위해 관련 기사나 자료는 익명으로 여기 올려둡니다. 원 출처는 맨 밑에 알려드리는 논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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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맞불 시위’는 주로 극우 세력에 의해 민주화를 향한 소수자 운동에 반대하고 민주화에 역행하기 위한 시도를 ‘다양한 입장’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형식이다.
“맞불 시위”라는 명명은 2003년 노무현 정권 당시 이라크 전쟁에 한국군을 파병하는 것을 반대하는 진보 진영의 연이은 시위에 대해, ‘보수 단체’가 주최한 “파병 찬성 긴급 궐기 대회”를 보도하면서 이를 “맞불 시위”라고 칭하면서 등장한다. (**일보 2003년 3월 29일자. )
 
또한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한창일 때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보수단체의 집회’ 역시 “맞불 시위”로 명명된 바 있다. 2004년 3월 27일자 **일보 사설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집회를 “불법적 시위”로 규정하고 탄핵을 찬성하는 보수단체의 집회를 “맞불집회”로 명명한다.
 
 
(사설 인용)
“탄핵반대 촛불시위를 주도한 시민사회단체 간부 4명에 대해 검찰이 체포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들이 30일 경찰에 자진 출두할 뜻을 밝혔기 때문에 당장 체포할 것은 없다는 이유다.
탄핵반대 단체들은 오늘 저녁 서울 광화문 등 전국에서 대규모 촛불집회를 강행할 계획이어서 공권력의 대응이 주목된다. 특히 맞불시위를 벌일 예정인 탄핵찬성 보수단체와 충돌할 것이 우려된다. 우리는 국회 탄핵의결이 나온 지 두 주일이나 지난 이제 불법적 시위는 그만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촛불 시위 이제 그쳐야 한다」, 󰡔**일보󰡕 사설, 2004년 3월 27일.
노동운동 사상 가장 가혹하고 장기적인 투쟁을 해야했던 이랜드와 뉴코아의 노조 투쟁에 대해 회사와 사용자 측에 의한 노조 탄압도 “맞불 시위”라는 명명으로 탄압과 폭력의 의미를 지우는 일은 반복되었다.
 
 
(기사 인용)
“이랜드 일반노조와 뉴코아 노조가 서울 서초구 잠원동 킴스클럽 강남점을 기습 재점거한 가운데 경찰의 공권력 투입이 임박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또 매장 입점 상인들과 이랜드 본사 직원들은 노조가 점거 중인 매장 진입을 시도하고, 민주노총을 항의 방문하는 등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30일 이랜드 노조의 점거농성에 따른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현장에 경찰력을 투입해 점거농성을 벌이는 노조원들을 강제해산시키기로 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이랜드 노사 관계자가 매장 주변에 많이 모여 있어 투입 시기는 현장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랜드 본사 직원과 입점 상인 등 1000여명은 킴스클럽 매장 주변에 모여 이랜드 비정규직 공동대책위원회가 주최하는 이랜드 노조 지지집회 장소 바로 앞에서 1시간가량 맞불시위를 벌이며 노조의 매장 점거를 비난했다. 이들은 노조의 점거농성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 중인 지하 매장으로 진입을 시도했지만 경찰의 저지로 무산됐다. 이어 이들은 이랜드 노조투쟁을 지지하는 민주노총을 방문해 ‘불법적인 영업방해 행위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전날 새벽 킴스클럽 매장을 기습점거한 뒤 철야농성을 벌이는 노조는 경찰력이 투입되면 물러서지 않고 저항하겠다는 뜻을 밝혀 경찰이 강제 해산에 나서면 물리적 충돌이 우려된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공권력이 투입되면 어쩔 수 없이 충돌이 일어나고, 이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며 “회사 측이 외주화 철회만 보장한다면 점거농성을 끝낼 것이고, 다른 쟁점도 충분히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종양 뉴코아 대표이사는 “노조가 사측에 협상을 제안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매장을 재점거했다”며 “노조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지만 매장 점거농성을 풀기 전에는 협상에 나설 수 없다”고 말했다.
「이랜드 社측 ‘맞불시위’」, 󰡔**일보󰡕, 2007년 7월 31일.
 
 
「이랜드 社측 ‘맞불시위’」라는 제목의 기사는 노조의 점거 농성과 회사 측의 “맞불 시위”를 ‘균형 잡힌 논조’로 마치 중립적인 것처럼 비교해서 보도한다. 이와 같은 미디어의 보도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기에 인권이나 기본권에 대한 요구를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탄압하는 국가주의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 선전의 기능을 하였다.

 

“맞불시위”라는 ‘중립적인’ 명명을 반복하면서 인권과 기본권에 대해 요구하는 집단은 ‘과도하고’, ‘이기적이고’, ‘자기주장만 하는’ ‘반대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 극렬한 집단으로 매도되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노동운동이나 민주화 운동에 대한 말 그대로 ‘혐오’는 널리 퍼졌다. 이 시대에 ‘민주화’를 차별표현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일베가 등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국에서 “시위=민주화”라는 등식이 오래 성립되어 왔고 극우파 시위는 미군정기(1945~1948) 이래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특히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기에 극우파적인 주장이 파시즘이나 극우파가 아닌 ‘하나의 의견’이라고 정당화하는 흐름이 강해졌고, 이는 한국에서 헤이트 스피치가 번성하는 것과도 흐름을 같이 했다.
 
세월호 유족의 ‘단식 투쟁’에 대한 ‘맞불시위’로 일베가 진행한 ‘폭식 투쟁’은 헤이트 스피치가 집단적이고 조직적으로 거리로 나선 분기점이 되었다. 또 성소수자에 대한 증오선동은 대규모의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헤이트 스피치 집회임에도 불구하고 ‘맞불시위’라는 이름으로 ‘법적으로 허가받은’ 집회로 몇 년 째 이어져오고 있다.

 

최근 등장한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맞불시위’나 반동성애 ‘맞불 집회’는 단지 ‘반대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이른바 ‘민주화’에 대한 증오선동이 고조되었던 시기 구축된 헤이트 스피치의 담론 집성체(corpus)의 산물이다.
 
즉 이는 한국 사회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형성된 증오선동의 역사적 산물인 것이다. 따라서 “맞불 시위”는 “단순히 이견을 표명하는” 표현의 한 형식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 특유한 증오선동의 전형적 형식이다.
권명아. "한국과 일본에서의 반헤이트 스피치 운동과 이론에 대한 비교 고찰: 차별의 역사적 구조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여성문학연구 45.- (2018): 538-5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