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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박사학위를 따면 지옥의 문이 닫힐까?

alice11 2014. 9. 1. 19:00



아벨 페라라, <어딕션>


비정규직 연구자로, 전업 평론가로 판을 전전하며, "영혼을 팔지 말것"을 속으로 주문처럼 외우던 시절, 날선 자의식이지만, 내겐 지식인의 생존에 대해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화두이다. 십년도 전에 발표한 <<문학의 광기>>에 썼던 글의 일부를 다시 들여다본다. 

공포영화처럼 보이는 <어딕션>은 뱀파이어라는 상징을 통해 '악에 중독되는 것'이라는 질문으로 파시즘에 대해 그 유산에 대해 문제제기한다. 

파시즘과<악>에 대한 영화의 전언은 사실 간단하다. 


"악의 얼굴을 보고, No라고 말할 것."


 

<어딕션>에서 자신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끝없이 타인의 피를 요구하는 흡혈귀의 본성은 자신의 <현존>을 위해 <타인의 지식과 생명>을 빨아대는 지식인들의 본성과 일치한다. 자신의 안위를 위한 지식에 중독된 자들, 그들이 <오늘날의 지식인>이다. 그들은 악과 구원과 자유의지를 논하지만 자신들의 악과 구원과 자유의지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 페라라는 아예 노골적으로 이렇게 질문한다. "박사학위를 따면 지옥의 문이 닫힐까." 그렇다면 이렇게 만연한 악에의 중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나에게 말해라. 꺼져버리라고, 애원하지 마라, 애원 따위는 통하지 않으니까"라는 흡혈귀의 전언은 악과 타협하면서 "어쩔 수 없다"는 자기변명으로 일관하는 지식인들에게 던지는 페라라의 전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