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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wonderland
시, 남겨진 애도의 시간 본문
저 스크린 속에서는 죽은 소녀를 위한 애도의 시간은 마련되지 않는다.
죽음은 그저 처리되어야할 대상일 뿐
그녀, 양미자의 마지막 결단은, 그렇게 스크린 속의 반복되는 시간을 끊고
거기에 죽은 소녀를 불러들인다.
그렇게, 그녀가 사라지고, 사라진 소녀가 불러들여진다.
그녀들의 마지막 인사를 듣는다. 전한다.
그녀들이 마지막 본 세상의 모습을 본다, 전한다.
누나가 탄 버스를 따라 온 힘을 따라 달려오는 장난꾸러기 동생의 얼굴도 마지막으로 본다.
그렇게, 마지막 풍경을 본다.
그리고, 애도의 몫은 오롯이, 관객들에게 남겨진다.
그렇게 남겨진 자의 몫이 된다.
몇년 전 개봉 당시 영화 <시>를 보고, 무심히 극장을 나와, 자리잡은 식당에서
제어할 수도, 의식하지도 못한 채 눈물이 쏟아져서, 동행자를 무척 당황하게 했던 기억이 있다. 잊혀지지 않는 특이한 경험이었다.
몇년이 지났지만,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그렇게 슬픔과 상실과 애도의 몫을
영화가 끝난 이후의 시간에, 사람들에게 남겨둔, 넘겨준.
세상이 너무 믿기 힘들 정도로 험악하게 돌변하여,
저 먼 바다 속에서 결국, 돌아오지 못한 채
'종료'되어버린, 이들에게 작별의 인사도 전하지 못했다.
그저, 오늘, 느닷없이, 준비도 못한 채 작별한 모든 이들에게
안부와 작별의 인사를 새삼 전해보고 싶다.
"그곳은 어떤가요"라고
또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
간절하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2014년 11월 12일.
아네스의 노래 / 이창동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 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 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 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
- 영화『시』중에서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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