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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2014 :: 20년을 사유하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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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2014 :: 20년을 사유하기

alice11 2014. 10. 26. 21:51



2014년 10월 26일


1994년에서 2014년까지

문화연구 20년을 돌아보는 작업을 하면서, 이 20년간 젠더, 섹슈얼리티, 노동과 관련한 연표 같은 걸 만들고 있다.

인포그라피를 쓰고 싶은데. 아직은 어렵다. 나중에. 


관련해서는 박이은실 선생님의 '역사적' 논문이 있어서, 후속 작업을 할 수가 있다. 

이전부터 마음의 짐이랄까. 진실을 알 수는 없겠으나, 논의해보고 싶은 사건들. 특히 자살한 여성 연예인들에 대해.

아이들, 사촌들, 아이돌,

프레카리아트와 연예 엔터테인먼트 산업, 아이돌과 사촌들.

배수아와 서태지와 장자연을 경유하는


서태지가 컴백해서만이 아니라, 2014년은 1994년을 자꾸 생각하게 만든다. 1994년의 밑바닥이 2014년의 메인 스트림이 되었다고 할까.

그러니까, 그때 생각했어야 할 일들, 그러나 생각조차 못했던 일들이.

오늘, 악몽의 형식으로 귀환하는 게 아닐까. 

20년을 그런데, 감당할 수 있을지. 

뭔가. 좀 긴 여정이 될 듯하다. 


송전탑 피해 주민들의 소송과 관련한 포스팅을 준비해두었는데.

경남도민일보에서 2000년에 강헌씨가 쓴 글을 올려주어서. 기록을 해두고 싶어서, 포스팅 주제를 바꾸었습니다.



[강헌과 떠나는 음악여행]2000년의 악몽을 넘고

강헌(대중음악평론가) lim1498@idomin.com  2000년 12월 26일 화요일
20세기의 마지막 해이자 새 천년의 첫 해 한국 대중음악계의 결산 보고서는 황폐하다. 물론 신성 조성모의 더블 밀리언의 신화는 사상 유례없는 것이었고 4년 7개월만에 컴백한 서태지의 솔로 2집의 파급력은 여전히 그 빛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인디 음악 진영의 무참한 몰락, 동어반복적인 기획상품의 상투화, 개선의 기미가 없는 공중파 음악 방송 시스템, 소극장 문화의 퇴조, 비주류의 장르 및 중견 뮤지션층의 기약없는 몰락은 21세기 우리 대중음악의 암울한 조종을 울리는 지표들이다.

모두가 문제의 결말은 알고 있지만 그 문제의 시작은 알지 못한다. 그리고 무력한 대증적인 처방이 아닌 근원적인 인프라 개혁의 청사진은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합의해야 할 단 하나의 지점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이제 더 이상 추락할 수 없을 정도로 밑바닥에 침몰했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인정하는 일일 것이다.

올해의 베스트 셀링 앨범인 조성모의 3집 프로모션 뮤직 비디오 <아시나요>의 처참한 철학의 빈곤은 바로 우리 대중음악의 현주소를 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웬만한 저예산 영화의 제작비를 초과하는 물량을 퍼부은 이 작은 ‘블록버스터’ 영화는 조성모에게 4장 연속 밀리언의 신화와 동시에 2000년 시즌의 왕관을 선사했지만 정작 그의 앨범의 내용은 자신의 일천한 디스코그래피에서조차도 단 한발짝의 진전도 없는 기대 이하의 범작이었다. 

더욱 낯 뜨거운 것은 우리 못지 않은 유구한 문화적 전통과 드높은 민족 자긍심을 지닌 아시아의 한 국가와 민족에 대해 후안무치한 관점을 담은 뮤직 비디오의 내러티브 그 자체이다. 만약 일본의 정상급 아티스트가 독립군을 토벌하는 헌병으로 분하고 그의 매력에 반한 조선인 처녀가 독립군의 아지트를 밀고하는 뮤직 비디오를 찍었다고 상정한다면 과연 이 가설은 비약이 될까·

우리가 베트콩이라고 불렀던 베트남 민족해방전선은 월남전 당시 우리 국군의 명백한 적이었지만 그들은 그들의 민족국가를 새로이 세웠고 우리와 지금 국교를 나누고 있다. 누구나 입만 열면 세계화다 국제 경쟁력이다 운운하고 있지만 현실은 이와 같은 누추한 쇼비니즘의 상업주의으로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바로 타민족역사에 모독적인 이 뮤직 비디오에 끌려 무려 200만장이 넘는 메가 히트 기록을 장식하게 했다. 부끄럽고 또 부끄러운 일이다. 2000년 시즌의 이 악몽에서 새로운 21세기의 첫 해는 정말이지 벗어나고 싶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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