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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저는 이러고 있죠" 본문

지는 싸움을 하는 이유

"아직 저는 이러고 있죠"

alice11 2017. 1. 26. 14:48

http://www.newsmin.co.kr/news/17371/






복직을 기다리는 시간 3개월, 경북대병원 책임은 끝나지 않았다

[인터뷰] 경북대병원 주차 해고자 이흑성, 김영희 씨
기약없는 복직 약속에 기대 반, 걱정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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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라도 좀 할까 생각하다가도 혹시 갑자기라도 (병원에서) 연락오지 않을까 싶어서 한번 더 기다려보고 그렇게 있죠.(경북대병원 주차 해고자 김영희 씨)

해고 후 두 번째 설이다. 경북대병원 비정규직 주차 노동자들의 복직 투쟁은 승리보고대회로 마무리됐지만, 여전히 복직을 기다리는 노동자들은 혹시나 하는 기대로 설을 맞는다.

지난해 9월 말,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대구지부 민들레분회 소속 비정규직 주차 해고노동자 9명은 경북대병원과 순차적 복직을 합의하고 1년간 싸움을 마무리했다. 3개월이 지난 현재, 4명은 경북대병원 청소, 경북대치과병원, 칠곡병원 주차 등 용역업체에 복직했다. 하지만 5명은 여전히 복직을 기다리고 있다.

25일 <뉴스민>은 대구시 중구 경북대병원 노조 사무실에서 복직을 기다리는 이흑성(64)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대구지부 민들레분회 주차현장 대표와 김영희(49) 조합원을 만났다.

투쟁이 끝난 후, 오랜만에 노조 사무실에 온 이흑성 대표와 김영희 씨는 노조 간부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서로 얼굴이 좋아졌다며 인사를 나누고, “백수가 과로사하겠다”며 농담도 주고받았다.

▲김영희 씨.

병원 주차 안내로 1년 반 동안 일했던 김영희 씨는 어느새 해고 기간과 근무 기간이 비슷해져 간다. 해고 1년을 넘기자 생계유지를 위해 아르바이트라도 할까 싶다가도 복직 소식이 들려올까하는 기대에 선뜻 다른 일을 찾지 못했다.

김 씨는 “집에서는 그래요. 투쟁은 끝났는데 도대체 언제 다시 들어가냐고 하죠. 알바를 하려고 하다가도 혹시 연락이 오지 않을까 생각에 한번 더 기다리게 되고. 아직 저는 이러고 있죠”라며 해고 후 두 번째 설을 준비했다.

2015년 10월, 경북대병원이 주차 인력을 줄이면서 시작됐다. 비정규직 해고 문제는 ‘공공기관 용역근로자 보호 지침’ 위반 여부를 다투며 국정감사에서도 다루어졌다. 공공기관은 용역업체가 바뀌더라도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승계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노동자들은 인원 감축에 반발했지만, 병원은 인원을 줄인 채 새 업체와 계약을 맺었고 업체는 신규채용 공고를 냈다.

이흑성 대표는 “작년설에는 정말 비참했다. 해고되고 퇴직금도 다 떼이고, 통장에 몇 푼 들어온 것도 병원 이행강제금으로 다 빠져나갔다”며 “그래도 올 설에는 다시 복직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있다. 가족들에게는 조금 볼 면목이 없지만…”이라고 말했다.

▲이흑성 대표

경북대병원이 주차 인력을 줄이기 전 이 대표는 병원 직원과 함께 현장 실사도 다녔다. 당시 이 대표는 인력을 줄이지 말고, 자연감소 인원을 신규채용하지 않는 방법은 제안했다. 하지만 병원이 인력을 줄인 채 계약을 맺고, 새 업체가 뽑은 노동자들이 일을 시작하기까지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김 씨는 “새 업체가 신규 채용한다고 밤 9신쯤 와서 몰래 붙여두고 갔다. 그때가 추석 연휴 지나고 바로였고, 우리가 그 공고를 봤을 땐 이미 업무 개시일 하루 전이었다”며 “우리가 이력서를 내고, 업체에서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아는 사람만 이력서를 낼 수 있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흑성 대표는 “새 업체에 협상하자고 공문도 여러 번 보냈는데,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다. 고용승계 조건이 있으니 한 번은 우리와 논의하지 않을까 싶었다”며 “업무 개시일이 10월 1일이었는데, 주차사무실 앞에서 우리를 막았다. 10년 넘게 일한 분도 있는데, 총무과 직원이 하루 아침에 우리한테 이제 직원이 아니라고 하니 그땐 정말 분노스러웠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35명 중 9명이 새 업체에 이력서를 내고 고용승계 됐고, 26명은 일자리를 잃었다. 9명은 모두 노조를 탈퇴했다. 35명 전원 고용승계를 위해 싸우던 조합원들은 배신감도 들었지만, 남은 이들은 계속 싸울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정말 억울했다. 업체는 5년 동안 퇴직금도 다 떼어먹은 상태였다. 원청인 병원이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탓인데, 병원은 전혀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했다. 아무리 말단 노동자지만 최소한 노동자로서 권리가 있는데, 이렇게 처우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1년 동안 병원 로비 농성, 병원장 출퇴근 피켓팅, 대구시청 앞 1인 시위, 단식, 삼보일배 등으로 싸웠다. 서울, 제주에서도 많은 노동조합, 시민단체가 연대했다. 대구시, 대구고용노동청, 국회도 해고 사태 해결을 요구했다.

결국, 병원은 마지막까지 투쟁한 9명을 주차 업무로 순차적 복직을 약속하고, 병원 내 결원이 생기는 용역업체에 우선적으로 채용을 돕기로 했다.

김 씨는 “1년이면 짧다면 짧고 길다며 긴 시간인데 많은 분들의 연대가 있어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분들의 연대가 이렇게 힘이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구 시민, 노동단체 관계자들이 조병채 경북대병원장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복직한 후 현장에서 노조 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주차 현장에 노조가 생긴 후, 노동자들은 업체가 시중노임단가로 책정된 임금을 최저임금만큼만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주차 현장에 노조가 생기자마자 월급이 56만 원 올랐어요. 병원이 시중노임단가로 책정해 주는 돈을 업체가 그동안 우리한테 최저임금만 주고 떼먹고 있었던 거에요. 똑같은 용역업체 비정규직인데 청소랑 우리랑 월급이 다르니까 바로 티가 나는데. 그런데도 병원이 그 업체에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이상하잖아요.(이흑성 대표)

이 대표는 “노조 생기고 1년 정도 만에 다 해고됐다. 그런데 다시 1년 만에 노조 없는 현장이 됐다. 이제 임금도 제대로 받고 좋아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됐다”며 “복직해서 다시 노조하고 싶다. 국립대병원이 이렇게 마음대로 운영해도 되나 싶다. 내가 빽이라도 있으면 검사라도 불러다 다 파헤쳐보고 싶은 심정이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노조 사무실을 나서는 길, 김영희 씨는 “복직할 거란 기대도 있지만 이대로 해결 다 된 것처럼 넘어갈까봐 불안하다. 4명이 우선 병원에서 일하고 있지만, 아무도 본원 주차 현장은 못 갔다”고 걱정했다.

투쟁은 1년 만에 끝났지만, 복직은 기약이 없다. 기약없는 복직 약속은 해고자들에게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경북대병원의 책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