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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wonderland
취업 투쟁, 학문적 평가, 자기상실,원한 본문
마감 때문에 가슴이 턱턱 막히는데
서울로 시위에 가고 싶으나, 가면 마감은 물 건너 가는 일이라 참았다.
페북으로 시위 중계를 조금이나마 보려다 누군가의 글을 보았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그 마음과 상태를 너무나 잘 알 것 도 같다.
물론 상황은 좀 다른 지 모르겠다.
박사졸업 후 그래도 그때는 취업 시장이 '아직은' 진행 중인 때였고
한 학기에 모집 공고가 2번 3번 나오곤 했다.
교수 채용이 '내정'에 의해 이뤄지던 당시 관계자의 언질이나 뭔가가 없이
신문 공지를 보고 채용 심사에 서류를 내는 건 일종의 금기였다.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에 난 모든 채용 공고에 지원했다. 떨어질 줄 알고 한 일이지만
매번 마음은 지옥이고 몸은 천근만근.
대학마다 서류 양식도 다 달라서 서류를 학교마다 다 만들어야해서
원서 내는 일이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서류 심사에서 떨어지면 좋지만, 1차, 2차 최종까지 가면 쓸모없는 심사에 매번 참여해야한다.
그러나 서류 심사에서 떨어진다고 마음이 덜 힘든 것도 아니더라.
게다가 나 나름으로는 체제에 대한 하나의 저항과 '계란에 바위치기' 같은 무모한 싸움이었지만
떨어지는 것도 힘든데 주위의 비아냥이 더 힘들었다.
'지가 뭐 그리 잘났다고.'
그래도 합리적이라고 믿었던 교수들이 너무나 턱도 없는 인사를 진행하는데 항의했더니
'당사자도 아니면서 무슨 상관이냐'고 해서 문제제기 하기 위해 임용에 지원을 하고 역시 되지 않았을 때
주위에서 "너는 이제 끝났다." "해외로 나가라"고도 했다.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은 그래도 고마웠다.
십여년 믿고 가장 가까운 친구, 후배, 선배로 생각했던 이들이
안면을 바꾸고, 그저 권력의 편에 자연스레 서는 것을 보며
사람에 대한 믿음의 많은 부분을 잃었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원서를 내서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기도 하니 지는 싸움은 아니었지만.
서류 내는 노동 시간과 떨어진 후의 비참한 감정 노동을 삭히기 위해
더 미친듯이 공부하고 글을 쓰며
나를 다잡으려 했고 최선을 다했지만
그 마음의 상처는 '어떤 근원적인 자기 불안' 같은 것으로 남았고, 여전히 남은 것 같다.
임용 심사, 하다못해 강의도 주지 않고, 논문은 매번 수정후 게재 불가가 되며
나는 잠 자는 시간 빼고 정말 모든 것을 다 바쳐서 공부에만 전력을 했지만
반복되는 부당한 처우를 겪으며
"정말 내가 문제가 있는 건가?"
"아무 것도 안되는 주제에 내가 뭐라도 된다고 착각하는 건가"
"난 쓰레기 같은 글을 쓰고 있나? 혹은 미쳤나?"
그런 의문과 회의에 빠지곤 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더 공부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으니까, 더 공부를 했다.
그러나 길고 긴 지는 싸움 끝에 얻은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언젠가는 사라지겠지.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 상처는 흥미롭게도 완경, 즉 갱년기 질환을 겪으며
갱년기의 엄청난 몸과 마음의 요동이 과거의 불안을 덮어버렸다.
몸의 미래는 누구도 알기 어렵구나....
누군가의 글을 보고
어설픈 위로의 말은 할 수 없고
또 나도 그랬다는 안이한 동병상련도 무의미할 것 같아
그저 홀로 써보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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