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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하고 있는 한 끝끝내 우리는 본문

밀양+청도를 위한 3분 폭력에 맞서는 모든 이들을 위한 3분

응시하고 있는 한 끝끝내 우리는

alice11 2014. 9. 13. 21:44


패배할 것을 알면서 왜 남았냐는 질문에, 살아남은 증언자들은 모두 비슷하게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들이 희생자라고 생각했던 것은 내 오해였다. 그들은 희생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 남았다. 

그 도시의 열흘을 생각하면, 죽음에 가까운 린치를 당하던 사람이 힘을 다해 눈을 뜨는 순간이 떠오른다. 

입안에 가득 찬 피와 이빨 조각들을 뱉으며,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밀어올려 상대를 마주 보는 순간.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를, 전생의 것 같은 존엄을 기억해내는 순간.


그 순간을 짓부수며 학살이 온다, 고문이 온다, 강제진압이 온다. 밀어붙인다, 짓이긴다, 쓸어버린다.

하지만 지금, 눈을 뜨고 있는 한, 응시하고 있는 한 끝끝내 우리는......


한강, <<소년이 온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