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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고통, 용기: 김상봉 본문

밀양+청도를 위한 3분 폭력에 맞서는 모든 이들을 위한 3분

사랑, 고통, 용기: 김상봉

alice11 2014. 9. 16. 20:47

만남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사랑을 나누는 것이다. 하지만 사랑은 같이 기쁨을 나누는 것에만 존립하는 것이 아니다. 기쁨은 언제나 만남의 마지막 결과이다. 사랑의 기쁨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는 언제나 같이 나누는 고통의 터널을 지나지 않으면 안된다. 고통은 수동성이다. 하지만 내가 타인과 고통을 나눌 때 나는 자발적으로 타인의 고통에 동참하는 것이요, 그런 한에서 고통을 나누는 것은 그 자체로서 능동적인 행위이다. 


그런데 고통을 나눈다는 것은 고통 속에서 하릴없이 같이 머무르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모든 고통은 본질적으로 그것의 부정을 지향한다. 고통의 주체로 하여금 고통을 부정하게 만들지 않는 고통은 더이상 고통이 아닌 것이다. 그런 한에서 고통을 나눈다는 것은 고통을 같이 부정한다는 것, 다시 말해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같이 행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고통의 원인이 외부의 적대적 타자인 한에서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같이 행위한다는 것은 같이 싸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한에서 사랑은 같이 아파하는 것뿐만 아니라 같이 싸우는 것, 자기의 전 존재를 걸고 같이 위험에 맞서는 것이다. 


김상봉, <그들의 나라에서, 우리 모두의 나라로>, <<5. 18 그리고 역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