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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wonderland
<'의욕 없는 세계' 혹은 '여기서는 어차피 안돼!'라는 숙명> 본문
*<여기서는 어차피 안된다고 했잖아요? 벌써 15년 전에>: 초긍정과 초부정의 한판, 그리고 패배
서울 쪽에서 클러스터를 하자는 제안을 받고, 프로젝트 준비의 곤경과 어려움 등에 대해 의논을 드린 선생님께서 "그러니까 제가 15년 전쯤 선생님께 말씀드렸어요. 여기서는 아무것도 안된다, 여기서 뭘 하려고 하지 마라...근데 그때 선생님이, 그렇게 생각하는 게 문제라고 반박하셔서, 저도 뭐 생각은 바뀌지 않았지만, 권샘 의욕은 꺽지 않으려고 그 말은 더이상 안했어요. 그봐요, 여기서는 안된다니까요."
라고 말씀 주셨다.
그랬다.
A 선생님과는 서로 모든 면에서 상극인데, 주말 빼고 둘다 교직원 식당 붙박이라서 거의 매일 보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도 하는 유일한 분이시기도 하다. 선생님은 여기 이곳의 모두를 다 싫어하고, 싫어하고 싫어한다.
어쩌다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면 그 싫어함의 여러 사례를 들을 수 있는데, 한번은 "아, 내가 맨날 이래서, 언젠가 선생님이 저한테 무슨 이야기만 시작하면 다른 사람 욕한다고 하셔서, 그때 이후로 선생님 앞에서는 누구 욕 안하는데....."라고 머쓱해하셨다.
그랬나? 선생님의 저주하는 사람 레퍼토리를 들으며 속으로 그런 생각을 늘 하긴 했는데, 언젠가 아마 입 밖으로 꺼낸 모양이다. 아주 가끔 꺼낸 몇마디를 기억하시고, 유념하시고, 생각은 안 바뀌어도, 적어도 내 앞에서는 그런 말을 안 꺼내신다.
선생님은 나를 항상 존중해주시는데, 그래도 아마 '대책 없는 비현실적 초긍정의 자세'에 절대 동의하시지 않아오신 것이다. 지난 이십년간. 그리고 지난 이십년간 나의 초긍정 의욕이 어떤 결과, 후폭풍을 맞는지 보시면서인지는 잘모르겠으나, 선생님의 초부정주의, "여기서는 아무것도 안된다'의 기개는 더 높아지셨다.
완벽한, 나의 패배다.
왜냐면, 지난 이십년간 A 선생님은 초지일관이셨고, 더도 덜도 불행해지거나 환멸이나, 뭔가 나쁜 변화가 없이, 초지일관 초부정 상태, 아무도 안만나기, 만나면 다 욕해주기를 꿋꿋하게 이어가신다.
나는 그런 태도를 비판하면서 초긍정을 내세웠지만, 기대를 하고, 변화를 바라고, 왜 안되는거지? 조바심을 치고, 내가 뭐가 문제지 자기 검열을 하고, 내 탓을 하고, 더 의욕을 부리고, 소진되고, 이제 에너지가 다 고갈되어서, 결국 A 선생님보다 비교가 안되게 부정적 상태가 되었다.
완벽한 나의 패배다.
부임 초기에, 연구를 열심히 하시는 선배 교수님들이, 알지도 못하는 나를 길에 세워두고 몇시간 씩, "여기서는 아무것도 안된다"라며, 걱정을 하셨는데....
주변 선생님들이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되고, 결국 안된다고 하실 때
왜 도대체 의욕이 없는건지, 왜? 왜? 하며 잘난 척을 하고 의욕을 부렸는데.
이 의욕이 없는 상태 자체가 정말 교수 뿐 아니라, 이 곳의 공기에까지 스며들어 있는 어떤 구조이자 정동이라는 걸, 뚜렷하게 느끼게 되었다.
행정이나 교육이 본령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나의 의욕이 학교에 아무 도움이 안된다며 꼴 보기 싫어하고
어차피 아무 것도 안되는데, 매번 뭘 자꾸 하려고, 하자고 하는 나의 의욕이 동료들을 마치 비난하는 거라고 여겨지고
어파치 아무 것도 안되는데, 매번 의욕을 부리라는 선생은, 지 잘난 것이거나, 자괴감만 주는 존재인 것이다.
이 의욕에 대해.
언젠가, 이 의욕이야말로 엘리트의 정동인건가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엘리트 집단에서도 나의 의욕이 그다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 경험이 없었던 걸로 보아,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의욕 없음은 정말로, 지방 사립 대학 특유의(아니면 우리 대학에만 특유한) 정동적 구조라는 건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이것도 참 많은 설명이 필요한데. 그러니까 망하는 건 아니지만, 대단한 일도 하기 어려운(아니, 하지 못하게, 하는 걸 싫어하고, 싹을 자르거나 배제하는) 그런 특정 규모의 지방 사립대학이 구조조정을 알리바이 삼아오면서 만들어진 어떤 정동이다.
나의 의욕은, 긴 역사를 통해 축적된 어쩌면 "지지 않겠다는, 여기서 주저 않지 않겠다는, 뼈에 아로새긴, 이를 악물고 살아온 세월이 만든 체화된 정동"이다. 그런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만 말하기에는, 나의 의욕은 나 자신에게는 즐겁고 기뻤다. 즉 어떤 억지 싸움의 산물은 아니라는 말이다.
연구가 즐겁고, 선후배 연구자들과 같이 새로운 연구 주제를 계획하고, 새로운 주제를 함께, 파헤쳐나가며, 그 즐거움과 기쁨을 무엇으로도 설명하기 어렵다. 흥부네 식구처럼 거지꼴을 하고도 해외 네트워크를 만들며, 그 의욕이 내게는 기쁨이었다.
그렇지만, 여기서, 혹은 저기서도.
이 의욕이, 결국 언제나, 어떤 이질감이 되어, 공동체로부터 튕겨져 나가게 되는 촉발제가 되곤 했다.
어디서부터 다시 출발해야 하는 건가.
모르겠지만, 패배의 기록을 정리해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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