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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wonderland
이태원이 아닌 어디서라도 본문
1. "주최자 없는 축제여서, 정부 매뉴얼 적용이 어려웠다.": 과연 그런가 , 이태원, 할로윈 축제의 이례성?
행안부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주최가 명확하지 않고, 시민들이 특정 날짜와 장소에 대규모 인파가 모이면서 발생했다”며 “사전에 매뉴얼 적용이 어려웠던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한국일보, 10월 30일자)
https://www1.hankookilbo.com/News/Read/A2022103012090002555
행안부 관게자의 해명은 다른 방식으로도 이어졌다.
"주최 측이 없는 다중 운집이 예상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대비 매뉴얼이 별도로 없다"며 "다만 이번 핼러윈 축제 때 이태원에 많은 사람들이 모일 것으로 (경찰이) 예상했기 때문에 예년보다 더 많은 경찰력을 투입했다"고 말했다.(경찰측 ) (프레시안, 10월 31일자)
"압사 사고 대비 지역 축제 매뉴얼이 있었지만, 이태원 핼러윈 축제는 "주최측"이 없었기에 매뉴얼 적용이 어려웠다. 그래서 이례적이다."라는 게 행안부나 경찰측의 입장으로 줄곧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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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의 이례성이나 예외성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주최 없는 지역 축제이기 때문에' 발생한 사고라는 건 다른 문제다. 일부 보도에서는 핼러윈 축제와 대비해서 안전사고 없이 잘 마친 축제로 부산 BTS 공연을 꼽기도 했다. 과연 그런가?
<주최없는 행사>라는 언표는 사회적 참사의 책임 주체를 휘발시키는 담론 효과가 발생하는 거점이 되고 있다.
<압사사고> 매뉴얼을 만들 정도로 압사 사고 문제는 대표적인 사회적 재난이자 지방 정부와 국가 행정력의 책임 영역으로 정책적으로 '합의'되었음에도.
혹은 그렇기 때문에 <주최없는 행사>라는 언표는 이 사회적 참사를 압사 사고가 아닌, <현장에 있는 신체들의 물리적 작용에 의한 현상>으로, 다분히 국가 권력과 행정력의 책임 자체를 소거하는 논리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논리는 '과학적 담론'을 통해 사회적 참사를 '개인의 문제'( '현장에 있던 개별 신체들의 무의지적 행위')로 환원하고, 동시에 책임 소재를 "물리적 현상'으로 환원하기도 한다.
2. "주최 있는 행사, 안전사고 없이 잘 마무리 된 행사?, 부산 BTS 공연?": 지난 여름 네가 한 일을 나는 알고 있다
압사 사고에 대한 논의는 부산 BTS 공연 논란으로 지난 여름부터 가을까지 내내 뜨거웠다.
이태원 참사와 대비되어 '주최가 있어서 무사히 잘 끝난 행사'로 논의되는 부산 BTS 공연은 기획부터 공연 이후까지 지방 정부, 행정 기관의 안전불감증 문제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10만명을 앞세운 부산시 공연 기획과 기장 공연 장소에 대한 비판은 "압사 사고 위험"으로 집중되었다.
압사사고의 위험은 정부나 행정 기관이 아닌 글로벌 팬커뮤니티 측에서 제기하고 대응책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https://www.nocutnews.co.kr/news/5810845
글로벌 팬커뮤니티의 문제제기를 받아서 서은숙 더불어민주당 부산진갑 지역위원장이 공론화를 했다. 보수 일간지는 이를 문화공연조차 정쟁화하는 태도라고 비웃었다.
https://www.chosun.com/entertainments/broadcast/2022/09/01/J6HJVNXSYTY2MHRRQ55SPSPQLY/
부산시가 주최측인 대형 공연 행사였으나, 압사사고 대비 매뉴얼은 작동하지 않았다. 압사사고 위험, 안전 불감증에 대한 문제제기는 팬덤을 비롯한 시민들의 몫이 되었다. 시민들의 들끓는 비판 때문에 공연장을 옮겼지만, 티켓 판매 문제로 다시 비판이 일자 부산시는 지방정부는 공연 주최 기관이 아니라 후원 기관일 뿐이라고 책임을 소속사에 미뤘다.
공연이 끝나고, 부산 BTS 공연을 마치고 부산시나 행정 기관, 미디어에서도 성찰과 점검은 없었다.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주례사 비평만이 전부였다.
부산 BTS 공연이 남긴 사고 위험, 안전을 위한 행정력 배치 등의 문제를 성찰하고 점검한 리뷰도 역시 팬들에 의해서 기록으로 남겨졌을 뿐이다.
"압사사고라도 날까 걱정했던 무좌석 스탠딩에서 서로를 배려하며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도 열정적으로 응원했던 동료 아미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전한다. 시끄러운 논란의 가운데서도 팬들만 보고 뼈와 연골을 갈아넣어 퍼포먼스를 해준 BTS 멤버들에게도. 이렇게 멋진 퍼포먼스를 일회성으로 끝내면 안 된다는 오지랖도 감히 부려본다." (오마이뉴스, 22년 10월 17일자)
"대혼란 예상" 미국 아미의 충고, 현실이 됐다 - 오마이스타 (ohmynews.com)
3. 거대한 행정 공백, 혹은 국가 권력이 공적으로 작동하기를 멈추는 날들의 지속과 반복
이번 이태원 참사는 세월호 이후 최대의 사회적 참사라고 한다. 다들 세월호의 기억, 그리고 그날들의 반복을 곱씹을 수밖에 없다. 세월호 이후 오래 이야기되어 왔듯이 우리는 이미 세월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태원 참사는 세월호의 '반복'이기도 하지만, 세월호의 '이후'를 만들지 못한 문제로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태원 참사를 세월호의 반복으로 담론화하는 건, 시간을 되돌려, 이태원 참사에 대한 대응을 세월호 대응과 연결되도록 만든다.
우리는 그런 시간의 되돌림에도 저항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마주해야 할 점은 세월호를 겪은 후에도 우리가 세월호 '이후'를 만들지 못했다는 뼈아픈 자각이 아닐까.
세월호의 반복을 한탄하지 않을 수 없으나, 세월호의 반복을 한탄하는 데 마냥 동의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월호 당시 '이것이 국가인가'라는 한탄은 여러 논의로 이어졌다.
세월호 이후, 우리가 한탄하고 외칠 이름은 어쩌면 그때의 그 이름이 더이상 아니다.
지방선거, 보궐선거, 대선을 지나면서
우리는 국가 권력과 행정력이 공공의 선(생명, 안전, 윤리와 같은)을 향해 작동하지 않고, 아니 그렇게 작동하기를 멈춰버리고 그저 사적 이해관계와 정파적 이해관계를 쟁탈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과정을 오래 마주해왔다.
우리는 너무 자주
거의 일상적으로
국가 권력과 행정력이 공적으로 작동하기를 멈추는 날들을 살아가고 있다.
그 지속과 반복을 어떻게 깨트릴 것인지.
4. 이태원 참사, 이태원이 아닌 어디서라도
지역이 해방의 거점이었던, 아주 옛날, 그 역사의 한 순간에 이런 말들이 새겨있다.
"광주 사람들이 겪은 학살은 어쩌면 부산과 마산 사람들이 겪을 일이었다."
광주 학살은 광주여서, 광주이기 때문에 벌어진 게 아니라, 광주가 아닌 어디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는 감각.
더나아가 그게 실은 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날 일이, '우연적으로' 광주에서 벌어졌을 뿐이라는 감각.
그 감각이 지역이 해방의 거점이었던 역사적 순간이 가능했던 감각이었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태원 참사는 실은 이태원이 아닌 어디서라도 벌어질 수 있었던 일이었다는 감각.
그게 이태원 참사를 '주최없는 행사'라는 이례성, 이태원이라는 장소적 특이성에 가두지 않고
세월호의 반복이라는 무시간성에 가두지 않는
한 걸음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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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저녁 이후 보도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106509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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