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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wonderland
탈조선, 더 늦기 전에 떠나라 본문
학부를 불문학과를 졸업했지만, 학교 다닐 때도 연극반이 삶의 중심이고, 국문과 공부를 주로 했기 때문에 별다른 소속감이 없다.
가까운 친구도 몇명 없고, 분위기 전체가 졸업할 때까지도 내가 가까이 지낼 여지가 별로 없었다. 연극을 그만두고, 국문과 대학원에 입학한 후에 잘 모르는 불문과 동기에게 "너는 자존심도 없냐"라는 말도 들어서 그때도 그후도 좀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학부시절부터 오래 친구로 지내온 불문과 동기는 계속 공부를 해서 유학도 마치고 박사학위도 받고, 학교에서 여전히 여러 일을 하고 있다. 친구는 언젠가 내게 "나는 불문과가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너는 선견지명이 있어서 국문과로 옮긴거야?"라고 물었다.
선견지명 같은 건 없었고, 불문과 대학원도 고민했지만 너무나 "파리의 하늘 밑"과 같은 그런 분위기와 그런 공부를 해나갈 자신이 없었다. (이 글을 쓰게된 건 아마도, 페북에서 "파리의 하늘 밑Sous le ciel Paris"라는 페이지를 봐서인지도 모르겠다.
불문과와 독문과 입학생이 줄어든 건 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에 불어와 독어가 없어진 여파가 가장 컸고, 한때 제2외국어를 중국어와 일어가 대체해서, 대학의 관련 학과가 엄청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이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이게 인문학만 그런 것도 아니고, 취업률이나 지표를 보면 공대나 사회과학 어느 하나 사정이 나은 곳이 없다. 며칠 모 대학 입시 관련 지표가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이 한마디씩 하듯이.
국문과를 이십년 가까이 다녔지만, 그 과 동문은 아니라고 하던데, 불문과에서 가끔 연락이 오지만, 도통 아무런 소속감도 없어서 그러하다.
부산에 와서, 불문과 선생님과 친하게 되었는데. 학과가 모집 중단이 되어서 혼자서 모든 보직을 하고 너무나 쓸쓸한 정년을 맞으셨다.
퇴임하시는 마지막 날들에 수고하셨다거나, 그간 감사했다거나 인사 건네는 이 하나 없이, 연구실 빨리 빼라며 독촉하는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며, 없어진 짐을 찾아서 복도를 헤매는 선생님을 만났다.
너무 쓸쓸한 정년 퇴임이었다.
이십여년 전 불문과 친구가 불문학과가 이렇게 될지 몰랐고, 또 국문과 가는 일이 자존심도 없냐고 비난당할 시절에는 국문과가 그래도 불문과보다 오래갈지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건 두 학과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 지금은 자기한테 닥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든 이들에게 닥칠 일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 쓸쓸한 정년의 모습을 누군가는 학과를 간수 못한 교수의 문제로 생각하겠지만, 실상 그런 자신의 미래이기도 하다는 걸 생각하지 않으니, 남일, 남 탓을 하며, 불구경을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추가: 불문과 선생님의 너무나 쓸쓸한 퇴임을 보면서,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나 고민이 많았다. 이후 역시 모집 중단이 되었던 독문과 소속이셨던 비정년 트랙 강의전담 교수님이, 정년을 얼마 남기지 않고, 재계약을 포기하시면서 퇴임하시게 되었는데, 또한번 그렇게 쓸쓸하게 퇴임을 맞게 하고 싶지 않아서, 교수노조와 젠더어펙트 연구소 멤버들과 함께 조촐한 퇴임식을 마련했었다. 이후에 비정년 트랙 교원의 퇴임때도 같이 퇴임식을 준비하기로 했다.)
이 글을 쓰게 된 또다른 계기는 이국종 교수 강연 기사였다. 탐라에 '인문학'을 무시했다는 발언이라고 논평이 있는 건 보았지만, 사실 기사는 보지 못했다. 기사를 본 소감은 인문학에 대한 비난이라기보다 "학벌주의에 기초한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읽었는데, 즉 현장에서 의욕을 부려도, 위에서 행정하는 학벌주의 관료들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하는 한국의 전문가 제도의 문제를 비판한 것으로 읽었다.
거의 평생 현장에 헌신한 그가 "탈조선하라"고 후배들에게 전하는 교훈이 깊이 다가온다.
좀 이상한 말이지만, "탈조선" 담론이 돌아온 게 반갑다.
논문에서도 썼지만 지방소멸 담론은 실은 "탈조선" 담론의 변형이기도 해서, 한국 사회 전체의 문제를 지방에 전가하여 "수도권의 안녕"을 도모한 특유의 정동 정치의 산물이다.
이국종 교수같은 사람도 결국, "탈조선만이 희망, 더 늦기 전에 탈조선하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게 한국 사회가 처한 공통의 문제라는 점을 이국종 교수의 탈조선 강의는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이제 자기 경력의 마지막 지점을 바라보며 이국종 교수가 후배들에게, '너는 나처럼 살지 마라'라고 한 그 심정에 크게 동요가 되는 날들이다.
더 늦기 전에 떠나라고,
그게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말을 해주고 싶은 바람 부는 날이다.
이국종 “나처럼 살지 마라, 너희는 탈조선해라” 작심 발언 - 경향신문
이국종 “나처럼 살지 마라, 너희는 탈조선해라” 작심 발언
“조선에는 가망이 없으니 너희도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듯 조선을 떠나라.”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이 지난 14일 충북 괴산에서 열린 군의관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한국 의료계에 대한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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