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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7월 9일 문옥주의 길 스토리텔링투어> 정리 인트로 본문

대안적 지방담론과 정착민 식민주의

<1942년 7월 9일 문옥주의 길 스토리텔링투어> 정리 인트로

alice11 2024. 10. 25. 10:08

1.문옥주와 목격자이자 동료로서 모리카와 마치코를 함께 기억하고 기념하기
이 투어 소개에는 부제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옥주와 그의 생을 기록했던 모리카와 마치코의 이야기를 듣고, 문옥주의 길을 걸으며 그들을 추모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되어 있다.
투어 전 강의는 모리카와 마치코와 문옥주의 동행을 오래 연구한 이령경 선생님이 맡아주셨고, 활동가인 연구자는 어떻게 다른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귀한 시간.
투어는 희움에서 시작해서 대구역에서 끝나는데 이 길은 희움이 오래 기록하고 생성 중인 문옥주의 길 중 아주 일부이다.
대구역은 문옥주가 취업 사기로 동원되었던 강제 동원의 출발지이자, 그로부터 수십년 후 모리카와 마치코가 문옥주를 만나기 위해 도착한 장소라는 점에서 이 투어의 상징적 장소로 선택되었다고 한다.
 
 
2. 대구와 큐슈를 잇는 발자취의 역사와 흔적
문옥주의 길은 대구에서 출발하지만, 만주, 버마 등 일본군 점령지를 따라서 초국가적으로 확장된다. 다른 한편 문옥주의 길은 목격자, 증언자, 동료로 함께 하는 사람들, 발길, 손길로 이어지는 초국가적인 동료들의 장소로 확장된다. 해서 문옥주의 길은 피해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보다 문옥주의 삶과 그 삶에 함께 한 점령과 전쟁에 맞선 동료들의 발자취와 흔적을 기록한 것이다.
이령경 선생님 연구에는 지역과 지역을 잇는 발자취가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이령경, <우연과 우연이 겹쳐 필연, 운명으로:문옥주와 모리카와 마치코의 삶과 인연>
인용 시작
두 사람은 언어의 한계와 벽을 함께 한 2년이라는 시간을 넘어섰다. 그 2년간 모리카와는, 아침 일찍 후쿠오카에서 3시간 정도 페리를 타고 부산항에 도착해 부산역에서 새마을 열차를 타고 대구역에 내려 문옥주의 집까지, 18번을 그렇게 왔다 갔다 했다.
문옥주는 아침부터 삼계탕을 끓이면서 오후 3~4시경 도착하는 모리카와를 기다렸다.(중략) 때때로 대구가 고향인 와세대대학교 유학생이던 최진이 한국과 일본에서 통역을 도와줬지만, 최진은 통역을 위한 통역이라기보다는 도쿄를 방문학 문옥주와 함께 시간을 보낸 두 사람의 지인이다.
대구 여성회 활동의 일환으로 대구 지역 '위안부' 피해자를 돕고 문제 해결운동을 하면서 모리카와를 만난 이정선 또한 통역이라기 보다는 같은 길을 가는 동지였다.
인용 끝------
모리카와는 이후 문옥주의 길을 찾아 버마에서 1년 넘게 체류하면서 조사해서 기록을 남겼고 일어로 출간, 이후 개정 증보판도 출간했다. 한국에는 초판본만 번역되어 <<버마 전선 일본군 '위안부' 문옥주>>(김정성 옮김, 아름다운 사람들)로 출간되었다.
이령경 선생님은 강의에서 문옥주의 길에 함께 한 동료들, 후쿠오카, 기타큐슈, 구마모토, 히로시마(관부재판 지원)로 이어지는 증언과 항의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지역의 동료들, 특히 지역의 자이니치들의 발자취 역시 상세하게 소개해주셨다.

'위안부' 운동과 관련해서 기존에 간사이 네트워크나 오키나와의 지역 네트워크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편이지만, 큐슈 지역 네트워크는 비교적 주목하지 않았던 지점인 것 같다. 관련한 비교 연구도 기대할만하다. 이령경 선생님 작업은 그런 점에서 문옥주를 중심으로 한 규슈 지역 네트워크에 주목한 중요한 연구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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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슈, 간사이와 부울경 지역의 역사적 연결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었다. 부산에 와서 얼마 지나지 않아 부산과 큐슈 지역 경제권 통합 논의가 현실이 되기도 해서 깜짝 놀랐는데 국가 스케일의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곧바로 중단되었다.
큐슈 간사이 지역과 부울경 지역 사이의 지역간 연결과 권역화는 국가 스케일의 한일 관계와 곧바로 연동되거나 동일화되지 않는다. 이 차이와 갈등을 거의 보지 않는 민족주의나 한일 관계 논의는 이제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표 전략으로 오인된 '메가시티'도 원래는 부울경-간사이 권역화의 지난한 시도의 하나로 '부울경-간사이 메가시키' 구상이었다. 국가 스케일에서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부울경-간사이 권역화라는 국가 스케일 너머의 구상은 부울경 메가시티로 국가 스케일의 지방연합으로 축소/환원되었고 그마저도 불가능한 지역이 되었다.
국가간 관계로 환원되지 않는, 그 너머를 향한 지역간 연결과 대안적 권역화의 구상은 구체적이고 역사적인 실체가 있었지만, 연구는 여전히 지역도 국가 스케일을 넘어서는 대안적인 지역 연결체도 비가시화한다.
문옥주의 길에 주목하는 이유.
강의를 맡아주시고, 투어에도 오래 우리를 이끌어주신 이령경 선생님께 감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