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alicewonderland

(한강, 여성신문)‘꼴페미’, 빨갱이, 퀴어, 책: 전파매개체적 신체화의 역량과 항쟁 본문

대안적 지방담론과 정착민 식민주의

(한강, 여성신문)‘꼴페미’, 빨갱이, 퀴어, 책: 전파매개체적 신체화의 역량과 항쟁

alice11 2024. 11. 23. 10:19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4663

 

한강이 쓴 ‘선량한 시민’들의 ‘꼴페미·빨갱이 사냥사’

1969년 11월 11일자 경향신문에는 서울 도림동 연쇄가옥에 살던 주민들 사이에 싸움이 일어 “아이 셋을 홀로 키우던 여성” 송씨가 주민 3명을 칼로 살해, 2명에게 중상을 입히고 자신도 음독자살

www.womennews.co.kr

19691111일자 <<경향신문>>에는 서울 도림동 연쇄가옥에 살던 주민들 사이에 싸움이 일어 아이 셋을 홀로 키우던 여성송씨가 주민 3명을 칼로 살해, 2명에게 중상을 입히고 자신도 음독 자살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동네 주민들끼리, 애들 싸움에서 시작한 이런 참극의 실상을 기사는 이렇게 전한다. 송씨는 남편을 잃고 홀로 아이 셋을 어렵게 키웠다. 그런데 동네 주민들이 송씨는 빨갱이라는 말을 퍼뜨리고 아낙네들도 이에 동조, 송씨는 이들 모두에게 원한까지 품게 됐다.” 송씨는 막다른 처지에 내몰려 원한을 품고동네 주민을 몰살하고자신도 목숨을 끊었다.

 

 

1969년 서울 작은 동네에서 벌어진 일은 2007년 소설 <<채식주의자>>에서 어떤 선량한 가족속에서 일어난 일과 동일한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라벨링, 비정상화, 낙인, 배제, 절멸로 이어지는 과정은 대상이 빨갱이에서 채식주의자(페미니스트)로 바뀌었다. 빨갱이 사냥은 법의 이름으로 국가가 수행했지만, 그 사냥에는 이른바 무수한 선량한 시민들도 동참했다. 선량한 시민들은 왜, 어떻게 이 사냥에 동참했으며, 이에 대해 일말의 죄의식과 윤리적 책임을 느낄까?

 

<<채식주의자>>는 이에 대한 질문이자 역사적 탐구이다. 또 <<채식주의자>>의 이런 질문이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에서 역사적 사건으로서의 학살을 다루는 실험의 기초가 된다. 학살은 국가가 수행하고 정당화했지만 동시에 선량한 시민들 혹은 선량함이라는 법, 사회적 합의, 상식에 의해 반복된다. 따라서 학살과 사냥의 대상이 된 이들을 단지 피해자, 희생자로 다루거나, ‘양민’(선량한 시민)의 범위로 복권하는 것은 학살과 사냥의 논리를 반복하는 일이다.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학살 이후, ‘유족으로서 학살에 저항하기를 이어가는 이들은 그런 점에서 선량한 가족의 신화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이들은 반사회적 가족이거나, 반국가적 가족(유족회가 반국가 단체가 되듯이)이다. 그런 점에서 <<채식주의자>>에서 시작하여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로 이어지는 실험은 반사회적인 것, 반국가적인 것, 그리고 선량함이라는 법적, 시민적, 양민적 가치와 기준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항쟁이다. 또 선량한 시민들의 사냥의 대상이 빨갱이에서, 페미니스트로 이행하는 역사적 과정을 공통성과 역사적 차이화 속에서 고찰하는 작업이 한강의 문학적 실험이라 하겠다.

<<채식주의자>>는 자신들이 선량한 사람이라는 것을 꿈에서도 의심해본 적이 없는 한 가족이 어떻게 가족 구성원을 사냥하게 되는 지 그 과정을 여러 인물을 통해 추적한다. 독자들은 사냥당하는 영혜의 사정1969동네 주민을 무참히 학살한 여성에 관한 기사가 그녀의 사정을 전하는(reported) 것과 같은 방식으로만 전달받을 수 있다. 신문 사회면 3단 기사의 장르 문법이 빨갱이 사냥의 희생자가 된 여성을 정든 동네 사람을 몰살한 살인마로 전달하게 되듯이, 소설이라는 장르 역시 응시의 대상에 대한 특유의 해석의 폭력을 감행한다. 독자들은 영혜의 목소리도 생각도 감정도 알 수 없이, 이러한 매개된 해석, 화자로 대표되는 재현을 통해서만 영혜에 관한 모든 것을 대신 전달받는다.

달리 말하면 <<채식주의자>>는 영혜가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여성에서 혐오스러운 대상이자 증오를 유발하는 신체로 어떻게 배치되는지 서로 다른 인물의 감정과 해석을 통해 그려낸다. 영혜는 단지 육식을 거부하고, 브래지어 착용을 거부하고, 상의 착용을 거부했지만, 순식간에 선량한 가족의 세계에서 추방된다. 그러나 가족들은 선량하고 평범한 가족의 모든 행복을 파괴한 주범으로 영혜를 지목한다. 사라 아메드가 논한 것처럼 증오의 대상이 되는 집단이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는 사람(불행 원인)으로 전도되는 증오 정치의 작동 방식을 <<채식주의자>>는 정교하게 그려낸다. 또 육식, 브래지어, 상의를 거부하는 행동, 그리고 무엇보다 책을 읽는 행위가 반가족적, 반사회적, 반정상적 광기로 확장 해석되는 과정은 가족들이 집요할 정도로 선량함평범함을 강제하는 폭력 때문이다. 그러나 영혜가 반사회적 존재가 되는 원인을 가족들은 그녀 자신에게 있다고 굳건하게 믿는다.

 

물론 이 믿음은 위선적이다. 영혜의 남편, 아버지, 형부는 영혜를 사냥한 데 대해 일말의 죄책감이나 윤리적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고, 일방적인 증오를 쏟아낸다면 인혜는 죄책감과 증오, 자기부정과 합리화 사이에서 분열된 모습을 보여준다. 영혜와 인혜는 모두 남편에게 오래 아내 강간을 당해왔지만, 이를 정상 가족의 사랑으로 전도하는 사회적 합의는 이 성폭력 자체를 감각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든다. 인혜와 영혜는 인혜의 남편에게 강간의 대상이며, 그런 점에서 이 둘은 인혜의 남편에게는 서로 호환되는 대상일 뿐이다. 영혜 대신 인혜를 강간하는 장면은 그런 점에서 상징적이다.

 

한국 사회에서 책은 언제나 전파매개체였다. 음란, 문란, 불온을 전파하는. 전파매개체의 역사는 빨갱이 바이러스 보균체에서 음란 마귀(퀴어와 페미니스트)로 이행했으나 특정 신체의 전파성과 감염력을 증오의 대상으로 사냥하는 역사는 변하지 않았다. <<채식주의자>>의 선량함에 대한 저항이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로 이어지는 과정에 대한 상세한 탐구는 지면 관계상 필자의 다른 글을 참고하시길 청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

1. 다른 글은 <<문학인>> 24년 겨울호인데. 아직 출간이 안되었네요.
2. 1969년 사건에 대해서는 전남대에서 발표한 <신자유주의 시대의 가족 국가주의와 싱글 라이프의 불가능성>에서 다루었는데. 이 발표문은 아직 논문으로 출간을 못해서, 조만간 단행본에 그냥 수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분량상 언급만 했지만, 이 사건에서 빨갱이 사냥의 대상이 된 여성은, 이른바 '전쟁 미망인'으로, 남편이 전쟁 중 사망했다는 이유로 동네 사람들에게 빨갱이로 낙인 찍혔고, 이에 대해 송씨가 여러모로 해명을 했지만, 아이들마저 괴롭혀서, 동네에서 더 살기가 어렵게 되어, 이사를 했는데도 이사한 곳까지 전 동네 사람들이 찾아와 소문을 내고 증오공격을 이어갔습니다.
 
 
이 사건을 보면 '전쟁 미망인', 싱글맘에 대한 여성혐오 공격과 빨갱이 사냥이 거의 분리불가능한 수준에서 이뤄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연좌제로 인해 '빨갱이 가족, 친척'에 대해 무작위로 공격이 가능해지는 상황이 한국 사회의 서로 다른 맥락의 증오를 어떻게 결합하고 변형해서 힘을 키우는 지 잘 보여줍니다.
 
 
3. 전파매개적 신체성에 대해서는(한국 사회에서는 전파매개 행위를 범죄로, 법적 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권명아. "전시 동원 체제에서 중국적인 것의 정동화와 조선적인 것의 인종화 –차이나 어펙트 연구." 여성문학연구 61.- (2024): 167-206.
 
 
에서 연구 방법의 윤곽을 정리했습니다.
 
관련 강좌에서 다뤘던 참고 자료
 
<아내 강간, 한국의 현실>
 
한편,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2007년부터 한국에서 아내강간죄가 처벌되고 있지 않은 점을 지적해왔다. 특히 2011년, 이러한 권고에 한국 정부는 “한국은 아내강간을 인정하는 방향의 판결이 나오고 있으니 명문화할 필요 없다”라고 답했으나,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는 “법 해석을 잘못할 우려가 있으니 명문화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한 바 있다. 가장 최근 권고안이 발표된 2018년까지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음에도 한국 정부는 이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일다, 2023년 8월 18일
 
 

≪일다≫ 부부간 성관계는 언제든 동의된 것이다? 숨겨진 범죄, 아내강간

-성폭력 사건을 상담, 지원하는 현장 단체들은 꾸준하게 성폭력의 판단기준을 ‘폭행과 협박’이 아닌 ‘동의 여부’로 바꾸는 법 개정과 사회 인식의

www.ildaro.com

 

 

[분석]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의 의미
복지 없이 강제입원만 존재했던 정신보건법
헌법불합치 판결 나왔지만 강제입원 여전해
그사이 통과된 정신건강복지법 ‘동의입원’ 신설
인재근·남인순 의원 ‘강제입원 없애고 지역사회로’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주인공 동은(송혜교)의 친모 미희(박지아)가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고 병원에 강제입원되는 장면(위).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주인공 재열(조인성)이 정신병원에서 사지가 결박된 채 약물을 투여받는 장면(아래). 넷플릭스·SBS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주인공 동은(송혜교)의 친모 미희(박지아)가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고 병원에 강제입원되는 장면(위).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주인공 재열(조인성)이 정신병원에서 사지가 결박된 채 약물을 투여받는 장면(아래). 넷플릭스·SBS 제공
“이건 나만 할 수 있는 거야 엄마. 내가 엄마의 유일한 핏줄이니까.”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주인공 동은(송혜교)이 친모 미희(박지아)를 정신병동에 강제입원시키면서 한 말이다. 어릴 적 동은에게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를 한 미희는 평생 동은을 쫓아다니고, 18년 만에 만난 동은의 집에 찾아가 불을 지른다. 동은은 정신과 전문의에게 방화 영상을 보여주고, 알코올의존증, 충동조절장애, 망상장애 진단을 받은 미희는 정신병동에 끌려간다. 핏줄로 꽁꽁 묶인 관계와 가정폭력의 이야기는 그렇게 핏줄의 강제입원으로 막을 내린다.
강제입원 장면은 9년 전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도 나온다. 정신과 의사 해수(공효진)는 연인이자 조현병 작가인 재열(조인성)이 쓴 소설에서 그의 분열된 자아인 강우(도경수)가 자살하는 결말을 보고 그의 강제입원에 동의한다. 이후 재열은 환시(幻視)로 나타난 강우를 구하려다 교통사고를 내고, 병원에서 사지가 결박된 채 약물을 투여받는다.
강제입원은 뉴스만큼 드라마나 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서사적 재현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강제입원이 정신장애인에게 너무나 당연한 ‘현실’이기 때문이고, 이 현실의 이면을 언론과 정치가 제대로 조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신장애인의 정신과적 위기가 폐쇄병동 입소, 격리와 강박, 약물 투여로 이어지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강제입원이 하나의 정답처럼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작동한 결과다. 비마이너, 2023년 4월 6일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4815

 

‘강제입원’ 완전 폐지, 국회가 받아든 숙제 - 비마이너

“이건 나만 할 수 있는 거야 엄마. 내가 엄마의 유일한 핏줄이니까.”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주인공 동은(송혜교)이 친모 미희(박지아)를 정신병동에 강제입원시키면서 한 말이다. 어

www.bemin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