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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wonderland
(한강, 여성신문)‘꼴페미’, 빨갱이, 퀴어, 책: 전파매개체적 신체화의 역량과 항쟁 본문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4663
한강이 쓴 ‘선량한 시민’들의 ‘꼴페미·빨갱이 사냥사’
1969년 11월 11일자 경향신문에는 서울 도림동 연쇄가옥에 살던 주민들 사이에 싸움이 일어 “아이 셋을 홀로 키우던 여성” 송씨가 주민 3명을 칼로 살해, 2명에게 중상을 입히고 자신도 음독자살
www.womennews.co.kr
1969년 11월 11일자 <<경향신문>>에는 서울 도림동 연쇄가옥에 살던 주민들 사이에 싸움이 일어 “아이 셋을 홀로 키우던 여성” 송씨가 주민 3명을 칼로 살해, 2명에게 중상을 입히고 자신도 음독 자살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동네 주민들끼리, 애들 싸움에서 시작한 이런 참극의 실상을 기사는 이렇게 전한다. 송씨는 남편을 잃고 홀로 아이 셋을 어렵게 키웠다. 그런데 동네 주민들이 “송씨는 빨갱이라는 말을 퍼뜨리고 아낙네들도 이에 동조, 송씨는 이들 모두에게 원한까지 품게 됐다.” 송씨는 막다른 처지에 내몰려 “원한을 품고” 동네 주민을 ‘몰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었다.
1969년 서울 작은 동네에서 벌어진 일은 2007년 소설 <<채식주의자>>에서 어떤 ‘선량한 가족’ 속에서 일어난 일과 동일한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라벨링, 비정상화, 낙인, 배제, 절멸로 이어지는 과정은 대상이 빨갱이에서 채식주의자(페미니스트)로 바뀌었다. 빨갱이 사냥은 ‘법의 이름’으로 국가가 수행했지만, 그 사냥에는 이른바 무수한 ‘선량한 시민’들도 동참했다. 이 ‘선량한 시민’들은 왜, 어떻게 이 사냥에 동참했으며, 이에 대해 일말의 죄의식과 윤리적 책임을 느낄까?
<<채식주의자>>는 이에 대한 질문이자 역사적 탐구이다. 또 <<채식주의자>>의 이런 질문이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에서 ‘역사적 사건’으로서의 학살을 다루는 실험의 기초가 된다. 학살은 국가가 수행하고 정당화했지만 동시에 선량한 시민들 혹은 선량함이라는 법, 사회적 합의, 상식에 의해 반복된다. 따라서 학살과 사냥의 대상이 된 이들을 단지 피해자, 희생자로 다루거나, ‘양민’(선량한 시민)의 범위로 ‘복권’하는 것은 학살과 사냥의 논리를 반복하는 일이다.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학살 이후, ‘유족’으로서 학살에 저항하기를 이어가는 이들은 그런 점에서 ‘선량한 가족’의 신화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이들은 반사회적 가족이거나, 반국가적 가족(유족회가 반국가 단체가 되듯이)이다. 그런 점에서 <<채식주의자>>에서 시작하여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로 이어지는 실험은 반사회적인 것, 반국가적인 것, 그리고 선량함이라는 법적, 시민적, 양민적 가치와 기준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항쟁이다. 또 선량한 시민들의 사냥의 대상이 빨갱이에서, 페미니스트로 이행하는 역사적 과정을 공통성과 역사적 차이화 속에서 고찰하는 작업이 한강의 문학적 실험이라 하겠다.
<<채식주의자>>는 자신들이 “선량한 사람이라는 것”을 꿈에서도 의심해본 적이 없는 한 가족이 어떻게 가족 구성원을 사냥하게 되는 지 그 과정을 여러 인물을 통해 추적한다. 독자들은 사냥당하는 영혜의 ‘사정’을 1969년 ‘동네 주민을 무참히 학살한 여성’에 관한 기사가 그녀의 사정을 전하는(reported) 것과 같은 방식으로만 전달받을 수 있다. 신문 사회면 3단 기사의 장르 문법이 빨갱이 사냥의 희생자가 된 여성을 정든 동네 사람을 몰살한 살인마로 전달하게 되듯이, 소설이라는 장르 역시 응시의 대상에 대한 특유의 해석의 폭력을 감행한다. 독자들은 영혜의 목소리도 생각도 감정도 알 수 없이, 이러한 매개된 해석, 화자로 대표되는 재현을 통해서만 영혜에 관한 모든 것을 대신 전달받는다.
달리 말하면 <<채식주의자>>는 영혜가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여성”에서 혐오스러운 대상이자 증오를 유발하는 신체로 어떻게 배치되는지 서로 다른 인물의 감정과 해석을 통해 그려낸다. 영혜는 단지 육식을 거부하고, 브래지어 착용을 거부하고, 상의 착용을 거부했지만, 순식간에 선량한 가족의 세계에서 추방된다. 그러나 가족들은 선량하고 평범한 가족의 모든 행복을 파괴한 주범으로 영혜를 지목한다. 사라 아메드가 논한 것처럼 증오의 대상이 되는 집단이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는 사람(불행 원인)으로 전도되는 증오 정치의 작동 방식을 <<채식주의자>>는 정교하게 그려낸다. 또 육식, 브래지어, 상의를 거부하는 행동, 그리고 무엇보다 책을 읽는 행위가 반가족적, 반사회적, 반정상적 광기로 확장 해석되는 과정은 가족들이 집요할 정도로 ‘선량함’과 ‘평범함’을 강제하는 폭력 때문이다. 그러나 영혜가 반사회적 존재가 되는 원인을 가족들은 그녀 자신에게 있다고 굳건하게 믿는다.
물론 이 믿음은 위선적이다. 영혜의 남편, 아버지, 형부는 영혜를 사냥한 데 대해 일말의 죄책감이나 윤리적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고, 일방적인 증오를 쏟아낸다면 인혜는 죄책감과 증오, 자기부정과 합리화 사이에서 분열된 모습을 보여준다. 영혜와 인혜는 모두 남편에게 오래 아내 강간을 당해왔지만, 이를 ‘정상 가족의 사랑’으로 전도하는 사회적 합의는 이 성폭력 자체를 감각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든다. 인혜와 영혜는 인혜의 남편에게 강간의 대상이며, 그런 점에서 이 둘은 인혜의 남편에게는 서로 호환되는 대상일 뿐이다. 영혜 대신 인혜를 강간하는 장면은 그런 점에서 상징적이다.
한국 사회에서 책은 언제나 전파매개체였다. 음란, 문란, 불온을 전파하는. 전파매개체의 역사는 빨갱이 바이러스 보균체에서 음란 마귀(퀴어와 페미니스트)로 이행했으나 특정 신체의 전파성과 감염력을 증오의 대상으로 사냥하는 역사는 변하지 않았다. <<채식주의자>>의 선량함에 대한 저항이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로 이어지는 과정에 대한 상세한 탐구는 지면 관계상 필자의 다른 글을 참고하시길 청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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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부부간 성관계는 언제든 동의된 것이다? 숨겨진 범죄, 아내강간
-성폭력 사건을 상담, 지원하는 현장 단체들은 꾸준하게 성폭력의 판단기준을 ‘폭행과 협박’이 아닌 ‘동의 여부’로 바꾸는 법 개정과 사회 인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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