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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과 운동: 젠더어펙트문화기획자스쿨의 궤적 1 본문

연결신체이론/젠더어펙트

돌봄과 운동: 젠더어펙트문화기획자스쿨의 궤적 1

alice11 2021. 3. 27. 12:07

돌봄과 운동

"그건 문화전문 자문단이 결정하실겁니다."

혁신일자리 지원서에 대해 진정성 가득한 피드백을 해주셨던 담당자는 며칠간의 길고도 긴 통화와 메일 끝에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마음이 조금 울렁거렸다.

이 기획이 기존의 문화정책을 크게 비판하고 있어서 이 기획서의 의미를 평가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걸 판단하는 '자문단'에는 누가 있는거지?

부산 뉴딜 대학 연계 기획을 모집한다고 해서 몇달이나 힘을 쏟은 기획서는 어디다 보이지도 못하고, 전화 한통 받아보지 못한 채 컴퓨터에 있다.

푸드문화지리지 기획을 하면서 사하구와 서구에 걸쳐있는 오래된 산업단지 특히 거의 공간 사용을 안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부산수산가공선진화 단지를 산업 유산으로 재구성하고 젠더 문화지리지 방법에 기초해 재산업화하는 방안을 정책적으로 의논하고 싶어서 엄청난 조사를 해서 매일 전화를 했다. 그러나 그곳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누군가는 '그거 전화 한통 넣으면 되지 않나?' 생각하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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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결핍감을 말하려기보다, 몸들의 궤적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싶다. 전화 한통 넣어서 국가 정책에 의견을 반영하고, 이 사람 저 사람 몇 몇만 통하면 몇십억 사업도 뚝닥하고, 언제나 국회, 장관, 정치인을 자기 파트너로 삼아 거대한 비전을 말하는 분들이 , 교수나 지식인 중에 많다.

그것도 꽤 오래 그렇게 걷고 그 쪽을 향해 고민하고 몸을 만들어야 도달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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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도 그래서, 같이 운동에서 시작해도 여의도에 도달해있는 사람, 그 주변에서 친구가 된 사람과 강정 텐트촌에 있는 사람 사이에는

단지 입장이 아닌 그렇게 오래 걸어온 모든 몸을 달리 부대껴온 궤적이 놓여있고 그래서 건너갈 수 없는 큰 거리가 있다.

그리고 그 거리는 삶의 모든 지점마다 해야했던, 앓고 소리지르고 애를 끓이던 고민과 선택과 결단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렇게 도달한 자리가 페미니스트로서 나의 사상의 꼴이기도 하다. 그게 몸의 유물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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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운동과 돌봄>의 거리에 대해 고민했던 것 같다. 그리고 사람을 저버리는 운동보다 사람을 돌보는 운동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그런 고민으로 걸어왔지만, 여전히 고민이 된다.

이런 몸둘 바 때문에, 다른 교수라면 전화 한통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뼈를 깍으며 괴롭게 해야하고, 그 힘겨움은 또 팀원의 수고가 되기도 한다.

정책자문단 같은데 있다면, 그저 회의에 가서 한 말씀하는 걸로도 해결할 수 있는 일을(진짜 그런지는 모르지만^^) 십년도 넘게 부여잡고 있는걸까?

이 지지부진함은 그런, 내 몸의 기울기, 걸어온 자리가 만든 결과 혹은 업보인가? 이제라도 다르게 움직여야 하나?

그런 질문을 항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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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관련 국가 정책 입안에 참여하고, 또 그런 사람들과 어울려서 나아가는게 더 든든한 선생이 될 수 있는 게 아닐까, 더나아가 보다 현실적이고 비전있는 재생산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닐까?

항상 질문해봅니다.

내가 고집을 부리나. 평생 들었던 괴퍅하고 성마르다는 남들의 손가락질이 이럴 때 스스로 자신을 몰아세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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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언제나 인생극장 같은 선택지 앞에서 선택을 고민해온게 아니라, 최선을 다해왔다고 자기 자신은 생각하기 마련이라, 그 최선에 대해, 다른 최선을 다해온 사람들과 다른 길들을 이야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페이스북은 제게 그런 자리이기도 하지요.

젠더어펙트 문화 기획 스쿨은 취업과 진로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강좌입니다. 또한 이 강좌를 통해서 지역에서의 삶과 취업과 진로라고 하는 미래를 지금 여기서 돌보는 돌봄 정치의 여러 길에 대해 그간 고민해오신 분들과도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셔서 저희가 만들어온 '최선'을 봐주시고, 여러분이 걸어오신 최선의 길의 말을 나눠주세요.

젠더어펙트 문화기획자스쿨에 이른 몸들의 궤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