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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wonderland
드라마 <연인> 연구 노트 1: 본문
드라마 <연인> 연구 노트 1:
여성 수난사가 주요 연구 주제의 하나인지라 드라마 <연인>은 시작할 때부터 '숙제삼아' 보아왔습니다.
한번에 다 남기지는 못할 것 같아서 일단 시청 후 메모를 조금 정리하고 하나씩 또 정리해볼까 합니다.
아쉬운 점이 많지요. 여전히 제작 방식이 열악해서 '생방송' 수준으로 드라마가 제작되고, 예정한 회차에서 1회가 늘어나서 결말이 서사 전체를 종결하는 임팩트보다, '화제성'을 늘리는 수단이 되는 등.
연구자로서 드라마를 평할 때 텍스트 완성도나 성취를 크게 중요하게는 생각하지 않고, 제 연구의 초점 역시 그러하기에 이런 점은 논외로 하려 합니다.
1. 차별화 전략: 페미니즘 묻은 병자호란
<연인>은 "뻔한 건 정말 싫다"(장현의 대사)를 모토로 내건 드라마다. 차별화가 생명인 콘텐츠 시장에서 당연하고, 이런 차별화에 성공했다. 12.6% 시청률. 차별화를 위해 제작자들은 최근 연구로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최근 트렌드를 서사나 캐릭터에 적극 반영. 특히 비혼, 페미니즘, 퀴어 트렌드를 적극 반영. 이른바 '페미니즘 묻은 병자호란'이라 하겠다.
포로로 잡혀갔던 여성들을 조선 사람들이 "오랑캐 묻은 여자"라 부르는데 거의 이질감 없이 역사 서사에 온라인 페미니즘 신조어가 안착했다.
방송사 드라마로는(오티티와 협업했지만) 상당히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는데. 그렇다고 20대 여성이 시청률을 견인했다고는 해석되지 않는다. 징후적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2. 차별화 전략: 자녀를 살해하는 아비들의 서사
또 상당히 세대적인 트렌드로 서사를 채워서. 서사는 민족을 단위로 전선이 그어지지 않는다. 드라마 속에서 "모든 아비는 자기 자식을 죽이려드는 아비"이다. 이대녀, 이대남, 공정 세대 담론 등을 거친 오늘날, 이 서사의 도래는 참으로 흥미롭다.
<연인>에서 무력한 왕(인조)의 아들/딸 살해는 '진보적 지식인(정철)'의 아들/딸 살해와 평행 이론을 구성한다. 또 권력을 위한, 자기 보존을 위한 아들/딸 살해는, '딸을 위해'라고 하는 길채 아비의 딸 살해와도 평행을 구축한다.
전쟁은 국가들 사이에만 있지 않고 이미, 가장 친밀한 관계 속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현재 한국의 여성 살해를 '명예살인'과 다르지 않다고 느끼는 여성들의 존재가 이 서사에 오롯하다.
아비없는 남연준은 극중 가장 외곬수의 유교 가부장제의 화신인데. 엄청난 비중의 배역을 왜 이학주가 맡았을까 궁금했다. 이학주는 전작들에서 인셀 혹은 그 연장의 남성 범죄자 역할을 많이 맡았는데. <연인>이 그리는 유교 가부장제의 수호자는 그 연장에 있기도 하다. 그래서 이학주가 이 역할을 맡은 게 신의 한수였다.
3. 여성 수난사를 어떻게 다르게 그릴까
한겨레 21에 실린 드라마 리뷰에서 오수경 작가님은 이 드라마를 여성수난사라고 하면서 상찬하시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여성이 수난을 당하는 이야기라고 한다면 딱히 틀린 분석은 아니다. \
연구의 맥락에서 여성 수난사를 하나의 개념이나 범주로 이미 많은 논의가 있기에, 그런 맥락에서 여성 수난사는 국난극복의 역사라는 서사와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다.
이렇게 본다면 <연인>은 여성 수난사에서 많이 벗어나려 시도를 했다고 보이고, 이는 병자호란을 국난극복의 역사로도 그리지 않고 있는 <연인>의 방식과 관련이 깊다.
여성 수난사는 '순수와 훼손'의 구조를 따라 구성되기에 길채의 이야기가 여성수난사가 되려면 이 구조가 성립되어야 한다. 드라마에서 길채는 자신의 경험을 이런 구조로 인식/인지하지 않는다. 다만 외부적으로 그런 압박을 받는다.
무엇보다 이 점에서 기존의 여성 수난사 서사에서 벗어나 병자호란의 젠더화된 체험을 다루는 중요한 전환을 이뤘다.
이는 병자호란을 국난으로 인식/인지하지 않는 이장현의 경험과 쌍을 이룬다.
4.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트랜스내셔널한 참조
<연인> 전반부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영향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유길채(안은진), 이장현(남궁민), 김은애(이다인), 남연준(이학주)의 관계는 전형적이다.
길채와 장현의 캐릭터는 스칼렛 오하라와 레트 버틀러를 레퍼런스로 삼았다고도 보인다. 특히 장현은 귀족출신이 아니며 "돈만 아는 잡놈"으로 스스로를 부르는 점에서도 여러모로 레트를 연상케한다.
<연인>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아류라고 보는 이들은 텍스트 영향 관계에 대한 고전적 판단을 반복한다. 일단 이런 참조는 최근 이른바 여성 서사 창작, 수용에서 두드러진다. 즉 여성의 정치적 행위자성을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그리고, 보고, 읽기를 희망하는 이들이 기존의 고전적 서사에서 웹서사까지 여러 참조물들에서 새로운 행위자성의 씨줄과 날줄을 뽑아내고 있다. 이는 새로운 초국가적 문학사, 초국가적 문화사를 생성 중이다.
5. 남북 전쟁과 병자호란
무엇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참조하면서 캐릭터만 수용한 게 아니라, 전쟁에 대한 서사 스타일과 의미 부여도 변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한국의 전쟁에 대한 서사에 영향을 미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남북 전쟁을 내전으로, 무엇보다 어느 쪽도 절대적 정당성을 지니지 못하는 전쟁으로 그렸고 이런 전쟁 인식이 레트 버틀러(전쟁이 냉소적인)와 스칼렛 오하라(역시 전쟁을 명분으로 보지 않고 생존 문제로 보는)이라는 캐릭터에 새로운 역사성을 부여했다.
남북전쟁에 대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같은 서사는 이후 미국에서 이차세계대전과 한국전쟁 서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대한 연구도 이미 상당하다.
그런 점에서 <연인>은 병자호란을 민족의 훼손과 오랑캐의 침탈로 그리던 기존의 '뻔한 방식'을 탈피하게 된다.
물론 이는 앞서 살펴보았듯이 드라마속 인물들이 병자호란이라는 전쟁 이전에도 이미 전쟁 상태를 수행중이며, 그들의 각자의 전선이 국가 간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합집산하게 만든게, <연인>의 내내 만나지 못하는 두 주인공의 운명에 대한 애절함을 더하게 만드는 효과를 창출했다.
무엇보다 길채는 스칼렛과도 결정적으로 다른데
스칼렛은 전쟁으로 인해 농장을 잃고 신분의 추락을 경험하게 된다. 철부지이자 이기적인 스칼렛의 생존을 전성시대/추락/ 다시 회복이라는 몰락과 상승의 반복으로 그리는 게 <바람과...>의 주된 플롯이다.
길채는 양반으로 '높은 신분'인 건 같지만, 이미 여성으로서 한계와 질곡과 싸우는 상태였고, 포로가 되는 건 당대 여성으로서 겪을 수 있는 최대치의 질곡이지만, 길채에게 이 상황이 '추락'이나 '몰락'이라기보다, 질곡의 강도와 차이로 경험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일단은 여기까지.....세대 전쟁, 자녀를 살해하는 아비들과 그런 아비들과 계속 전쟁 중인 아들/딸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이후에 조금 더 정리해보고 싶다.
진보적 지식인인 장철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오랑캐에 버금가는 '국가의 새로운 적'을 나열할 때 "친청 하수인 역관들, 오랑캐 묻은 여자들, 이성애를 침범하는 종자들"을 하나씩 적어나가고 낭독하는 장면은 매우 상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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