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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적 상/장례 비판의 역사, 문제는 인간적인 게 아니다>

alice11 2022. 3. 13. 13:00
<성차별적 상/장례 비판의 역사, 문제는 인간적인 게 아니다>
안희정 상가에 대통령이 화환 보낸 사례를 비판한 걸 인간적 도리도 모르는 짓이라거나, '탈레반'이라면서 페미니스트=탈레반이라는 식의 헤이트 댓글이 넘쳐나네요.
유사한 사례에서도 이 사례를 인간 근본의 애도 문제로 할당해서 페미니스트들을 반인간적인, 근본주의자로 매도하는 사례가 반복되지요.
애초에 이 사태가 시작할 당시부터 권력형 성폭력 관련한 피해자 지원단체가 했던 주장은 "애도 금지"가 아니었습니다.
정확하게는 "의례ritual"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장례 의례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이름이 적힌 화환 행렬
뉴스 카메라에 담기는 걸 전제한 조문 행렬
공개적인 애도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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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비판이 반인간적이고 이런 식의 의례가 '인간이라면 당연한 것"이라는 주장이 페미니즘은 탈레반, 극단주의, 인간 근본도 모르는 망종 같은 헤이트스피치의 근거로 제시됩니다.
그리고 가능한 이런 '인간적 감정'을 자극하는 '극단적'이거나 '과도한' 비판을 하기보다, 좀더 정치화된 비판을 하자는 논의도 제기되곤 합니다.
그럼 페북이니까, 가능한 몇 가지만 살펴볼까요?
 
 
1. 장례(혹은 상례 절차)에 화환을 보내는 게 '인간 근본'일까요?
: 상례에 지금과 같은 화환이나 꽃장식을 사용한 건 미군정 하에서 시작했습니다. (한국 장례 꽃장식에 관한 연구가 있습니다.)
 
 
국화를 사용한 상례의 꽃장식 문화는 미군정 하의 기독교의 영향으로 해석합니다.
 
그러니까 한국의 전통문화와도 아무 관련은 없습니다.
 
 
2. 화환 보내기의 역사는 미군정 이후라면 지금과 같은 상/장례 의례의 대부분은 한국 전통 문화나, 인간 근본의 의례의 자연적 전승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현재의 상/장례 의례의 "의례 구성"은 일제 시기 시작한 법례에 기원이 있다는 건 '연구의 기초 개념'
 
구체적으로는 1969년 제정된 가정의례준칙에 관한 법률에 기원이 있다. 박정희 대통령의 '선량한 풍속' 사업의 일환이었고.
 
여기서 박정희 체제 이후 발명된 '전통'에 대한 관념, 그리고 이를 지탱하는 사회적 의례가 형성되었다.
 
"또한 국민생활 감정의 이중구조를 조장하고 외래풍조의 모방과 신·구 의례의 혼선으로 우리의 고유한 전통적 민속의 보존조 차 어렵게 되어가고 있었다. 국민생활의 합리화와 미풍 양속의 순화를 위하여 1969년 1월 16일 「가정의례준칙 에관한법률」을 제정(법률 제2079호)하고 1969년 1월 16일부터 시행하였다."
 
 
(먼저 짚고 넘어갈 일은, 그래서 지금 현재 상/장례의 오래된 의례를 인간 본연의 것이라거나, 우리의 고유한 전통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뿌리 깊이 박정희 이념을 내면화한 것에 불과하다.)
 
물론, 이 가정의례준칙은 일제 시기 시작한 "생활 개선 운동"의 박정희 체제 버전으로 여러 비판이 이미 학계에서도 진행.
 
그러나 현 법제에서는 이 가정의례법이 법, 이른바 '전통'이나 '유교적 도덕' 등의 문제와 관련해서 다양하게 변화되고 비판을 통해 변모했다.
 
 
3. 가정의례법의 성차별 비판과 성평등한 의례 문화 형성: 여성가족부의 업무로 법제화
 
 
대표적인 건 가정의례법을 현재형으로 재구성하면서 성평등한 가정 의례(관혼상제 의례를 구성할 것을 법으로 정했고, 특히 공무원, 공공기관, 단체 관련자와 사회 지도층에게는 이를 엄수할 지침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도록 되어 있다.
 
 
"가정의례법 제5조에 여성가족부장관은 모든 국민이 가정의례의 참뜻을 구현할 수 있도록 가정의례의 의식 절차를 엄숙하고 간소하게 행하도록 의례준칙을 정해야 한다고 하였다.
 
 
공무원, 공공기관ㆍ단체의 임직원 및 사 회 지도층은 의례준칙을 솔선하여 모범적으로 지켜야 한다.
 
여성가족부장관은 국가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공공기관ㆍ단체의 장에게 소속 공무원과 임직원이 의례준칙을 실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시행 지침을 마련하도록 권고할 수 있고, 의례준칙의 내용과 보급 및 실천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례, 제례에 관한 연구: 현행 가정 의례법을 중심으로>, 정진구 외, 2020.
 
 
이는 기존의 '가정 의례'가 성차별적인 '의례'를 반복하고 있어서,
 
사회, 문화, 삶 전반에서 성차별을 강화하고 이를 '인간적 도의'나 '전통'의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문제가 크기 때문이다.
 
 
4. 인간적, 전통적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된 폭력과 법, 의례를 비판해온 과정의 하나로서 상례, 제례 비판
 
 
그리고 '전통'이나 '인륜'이라는 이름으로 폭력과 차별이 '법적으로도' 정당화되어 왔다는 비판은 페미니스트들만의 '극단적 주장'도 아니다.
 
또 온정주의나 권력 재생산이 전통이니 인간적이니 하는 관념으로 정당화되어왔다는 비판 역시 페미니스트나 극단주의자들의 주장만이 아니다.
 
 
"혈연ㆍ학연ㆍ지연 등에 기반한 온정주의로 인하여 공과 사를 엄격히 구별하지 못하고 각종 부패가 만연해 있다는 비판에도 이는 아직도 유교전통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따른다.
 
함재학, <법과 유교적 문화와 헌법 재판>, 2015
 
친고죄 폐지, 호주제 폐지 등의 역사는 이렇게 '인륜적', '인간적' 전통적'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었던 폭력과 법을 비판하고 변화시켜온 과정이다.
 
또 가정의례의 성차별적 요소에 대한 비판 역시 이 연장이라는 것이 관련 연구의 공통된 논의이다.
권력형 성폭력 사건 이후, "국가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공공기관ㆍ단체의 장에게 소속 공무원과 임직원"이 성차별적인 의례에 적극 동참한 걸 비판하는 건 결코 극단적 주장이라고 하기 어렵다.
 
어떻게 보면 이런 비판은 가정의례에 대한 길고 긴 변화와 비판의 역사에서 상당히 '보수적인' 비판, 제도적인 절차 중심의 변화 과정의 하나일 뿐이다.
물론 이런 긴 변화의 역사와 그에 기반한 정당하고도 보수적인 비판조차 "극단주의"로 매도당하는 게 지금 현실이다.
또 성차별적 의례 변화를 이끌어야할 정부, 대통령, 정치인 정부 부처가 법적으로 정해진 자신의 업무와 책임을 저버리고 오히려 차별적 의례에 앞장서고 이에 대한 비판을 '페미니스트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게 오늘의 제도 정치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