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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답하지 않기, 심문 정치를 끝장내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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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답하지 않기, 심문 정치를 끝장내기

alice11 2018. 8. 5. 15:53

http://www.labornetjp.org/news/2018/0803shasin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에 대해 조사하고 책을 집필하기 위해 부산과 서울을 방문했던 기타하라 미노리 선생과 이 책 기획과 출판 뿐 아니라, 페미니즘 운동을 이끌고 있는 河出書房의 편집자이신 松尾 亜紀子 선생님(사진)이 일본으로 가자마자, 도쿄의학대의 여학생 차별 입시 사건에 항의하는 집회에 앞장서서 시위에 나섰습니다.


특히 한국의 성착취 산업과 일본을 비교하며 조사하는 작업에 주력하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분노하지 않는다면, 바닥없이 떨어지고 말거다!!"는 구호는 일본에만 해당되지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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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일본 언론을 믿을 수 없다"는 일본 여성들의 절박한 목소리와 BBC의 '응답'에 대해


온통 워마드로 채워진 한국 미디어와 한국의 포르노캠/불법 촬영과 성착취와 성폭력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자세하게 보도한 BBC 코리아의 보도


계속 고민할 문제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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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미투 운동을 특집으로 다룬 <현대사상>을 번역해서 공유하겠다 말씀드렸습니다. 그중 한 논문을 신현아 선생 번역으로 <문화과학>에 실을 예정입니다.


일본 미디어가 반성폭력 운동과 최근의 <미투 운동>을 보도하는 담론 정치를 <야유/조롱하기의 정치>로 규정한 堀あきこ 선생의 글을 번역했습니다.


일본 미디어는 미투 운동에 대해 피해자를 조롱하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 뿐 아니라, 온통 미투 운동 자체를 경박하고 논의할 가치도 없는 것으로 희화화하고 조롱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이는 차별의 폭력을 담론 생산의 "쾌락'으로 소비해온 인터넷 문화가 공론장으로 기어들어온 이유겠지요.


그 결과 일본의 공식 언론에서 미투 운동과 반성폭력 운동에 대해서는 <정치운동과 사회비판 운동>으로서 전혀 다뤄지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언론에 비가시화되는 게 아니라, 언론에서 다뤄질수록 미투 운동과 반성폭력 운동이 조롱과 야유거리로, 가벼운 가십으로 환원되어, <논의할만한 가치가 있는 사건 혹은 운동>으로서 다뤄지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한국은 어떤가요?


이른바 인터넷의 '진보 커뮤니티'를 가득 메운 페미니즘에 대한 냉조, 조롱, 야유는


자칭 지식인이라고 하는 이들의 담론에도 반복되고

이런 야유, 냉소, 조롱이 인터넷 문화라는 이름으로 매번 정당화되지요.


이와 쌍을 이루는 게 페미니즘을 악마화하며 찬반을 묻는 방식으로 환원시키는 방식이지요.


마녀사냥이 흥미롭게도 예수를 부정하도록 한 빌라도의 심문 방식을 반복하듯이 ("너는 예수의 부활을 믿느냐"는 심문에 예수를 부정하는 세번의 답변이, 정체성 심문의 가장 원형적 형식이지요.)


페미니즘을 향한 심문의 정치는 빨갱이 사냥을 반복합니다.


"너는 예수의 부활을 믿느냐"는 심문에


"아니오"

"아니오"

"아니오"


라고

세번 반복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입증받아야 했던 '제자'처럼


우리도


"아니오"


"아니오"


"아니오"


를 반복하면 죄의 사함을 받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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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로, 그 심문을 멈추게 하는 일.

그러기 위해

그 심문에 답하지 않는 일


"너는 누구냐"는

추궁에

답하지 않는 일.


누구도

정체성 심문의 법정에 끌려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