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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어깨에 메고 강을 건너는 그대여, 그대는 전 세계를 옮기고 있는 것 본문

밀양+청도를 위한 3분 폭력에 맞서는 모든 이들을 위한 3분

아이를 어깨에 메고 강을 건너는 그대여, 그대는 전 세계를 옮기고 있는 것

alice11 2014. 8. 14. 22:25



**세월호 사람들의 오지수씨가 페북에 올려주신 <자보> 만들기 결과물. 


1981년, 여의도에서 조선교구 설정 150주년 기념 신앙대회 할 때 하늘에 뜬 십자가를 본 사람이 있다. 그 신부님의 장례미사에 모인 옛 선후배의 이야기인 소설, 김연수의 [파주로]

1980.........1981.............1982..........2013을 회고와 기억, 혹은 옛날 이야기의 형식으로 전하는 타임 슬립

신을 믿으면 도처에서 신을 본다고 했던가

도처에서 바닷물 속에 잠긴 너희들이

도처에서, 그들이 떠오른다. 

<명량>을 보며, 머리 속을 맴도는 건 <바다가 운다, 유령이 너희를 잠식하리라>는 단상들

<파주로>의 일부를 적어두고 싶다. 

아이를 어깨에 메고 강을 건너는 그대여, 그대는 전 세계를 옮기고 있는 것.


"로마 제국 사람인 크리스토포로스는 가나안 출신의 거인으로 운전사들의 수호성인이다. 그의 원래 이름은 레프로부스다. 힘 센 사람을 섬기기 위해 순서대로 왕과 악마를 찾아갔다가 악마가 십자가를 무서워하는 걸 보고 그는 그리스도를 섬기기로 했다. 그때 한 은수자에게서 가난한 사람들을 섬기는 일이 곧 그리스도를 섬기는 일이라는 말을 듣고 레프로부스는 돈이 없어 강을 건너지 못하는 사람들을 어깨에태워 옮겨주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아이가 찾아왔고, 그는 당연히 그 아이를 어깨에 메고 강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건너가는 동안, 아이가 점점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바위처럼, 그 다음에는 언덕처럼, 그다음에는 산처럼. 그다음에는 대륙처럼, 또 지구처럼. 그리고 이 세계 전부인 것처럼. 레프로부스는 반대편 기슭으로 지팡이를 뻗어 겨우 그 무게를 지탱할 수 있었다. 그러자 그 아이는 "너는 지금 전 세계를 옮기고 있다. 내가 바로 네가 그토록 찾던 왕 예수 그리스도다"라고 말했다. 그 순간, 뭍에 닿은 레프로부스의 지팡이에서 푸른 잎이 돋아나고 땅에 뿌리를 내려 종려나무가 됐다. 그 한번의 만남으로 그의 이름은 그리스어로 그리스도를 업고 사는 사람인 크리스토포로스로 바뀌었다."


김연수, <파주로>


전혀 상관없는 이 구절이 문득, 2014년 8월 14일 저녁 10시 20분


아이를 어깨에 메고 가는 세월호 유족들의 영상으로 이어졌다.

허니, 아이를 어깨에 메고 강을 건너는 그대여, 그대는 전 세계를 옮기고 있는 것.

깊은 바다 속의 아이가 운다, 아니 울음운다.

"너는 지금 전 세계를 옮기고 있다. 내가 바로 네가 그토록 찾던 왕 예수 그리스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