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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라 츠보이, <일본군 성노예>, 광주 비엔날레, 김만석 큐레이팅, <집결지와 비장소> 전 본문

여성주의역사학/여성주의대안기념

아키라 츠보이, <일본군 성노예>, 광주 비엔날레, 김만석 큐레이팅, <집결지와 비장소> 전

alice11 2018. 10. 26. 20:44



오늘 광주 나눔의 집에 계시던 하점연 할머니께서 별세하셨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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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비엔날레에 다녀왔는데, 일이 계속 많아서 정리를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상세한 감상은 언젠가 시간이 나면 꼭 하고 싶습니다.

특히 장소와 기억, 기념, 젠더 지리학의 맥락에서 해석하고 고민할 전시가 너무 많았습니다.

그중 아키라 츠보이 작가의 <일본군 성노예 연작> 작품에 대해 먼저 간단한 메모를 남겨둡니다.

아키라 츠보이 작가는 후쿠시마 연작에서 출발해서 폭력의 터와 흔적과 거기에 남겨진 사람에 대한 작품을 지속해왔고 이번 전시에도 후쿠시마에 대한 연작이 함께 전시되어 있습니다.

<일본군 성노예 연작> 역시 폭력의 터와 흔적, 거기에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독특한, 그만의 기록을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하나하나의 작품 뿐 아니라, 일련의 작품이 연결되어 여럿의 존재성을 드러내는 방식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과 기록에서 나타나는 서사 방식과 매우 흥미로운 유사성을 보여줍니다.

이런 작품의 구성 방식은 최근 썼던 글에서 제가 고민했던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었습니다.

또한 아키라 작가의 작품 그 자체만이 아니라, 전시 공간 전체를 <집결지와 비장소>라는 주제 하에 연결하고 공간 전체를 거대한, 반기념과 대안 기념의 장소로 재구축한 김만석 큐레이터의 장소화 작업이 작품의 의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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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석 큐레이터와 아키라 츠보이 작가 작품과 여러 증언과 기록의 서사를 연결해서 대안 기념의 새로운 방식을 고민 중입니다.

김숨 작가의 작품을 결합한 낭독 퍼포먼스 형태의 작업이나

증언의 말을 비물질적으로 형상화하여 결합하는 퍼포먼스 등

매일 아이디어를 생각하며 홀로 즐거워하다가, 조금씩 구현될 때 살짝 당황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어 정말 하게 되는 건가? 일이 너무 많아지면 어쩌지?"

예산, 공간이 문제지만, 그래도 새로운 기획을 할 때 기운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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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숨 작가 작품에 적었던 글의 일부를 남겨둡니다.

<홀로- 여럿의 몸을 서로-여럿의 몸이 되도록 하는, 시적인 것의 자리>

(김숨 작가의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 발문)

어떤 응답도 듣지 못한 채 홀로-여럿의 주체 양태로 폭력의 경험과 여기서 비롯된 삶의 근원적 문제를 도맡아야했던 복동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홀로 주체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하는 반복된 규정들이었다.

홀로-여럿의 주체 양태를 벗어나고자 하지만 복동에게 그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러니 그녀 복동을 홀로-여럿이라는 외롭고 고된, 부당한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그녀의 물음에 답하는 일이다.

그녀의 물음에 답하는 일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에 대해 답하는 일이자, 동시에 홀로-여럿의 주체 상태에서 벗어나 서로-여럿의 상태가 되도록 하는 일이기도 하다.

복동이 홀로 도맡았던 국가와 사회와 가족과 이웃이 해야 할 일을 이제는 저마다 각자 맡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실정적인 일들에 대한 책임을 넘어, 그 너머에 무엇보다 그녀가 홀로 도맡아했던 물음을, 말을 듣고 되돌려주어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남겨졌다.

그 책임의 자리에 시적인 것이라는 이름이 들어선다.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는 바로 그러한 의미의 시적인 것의 한 가능성을 우리 앞에 내보인다. 
응답 책임이라는 그 시적인 것이라는 이름의 윤리의 자리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