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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와 대중이라는 '역사적 범주'는 더이상 해석의 힘이 없다 본문

연결신체이론/젠더어펙트

엘리트와 대중이라는 '역사적 범주'는 더이상 해석의 힘이 없다

alice11 2021. 10. 11. 16:52

무슨 경로로인지 제가 '여성 대중'이나 '페미니즘 대중화'를 주장하는 학자로 오인되고 있는, 그런 비학문적 경향이 학계에도 흘러들어간 모양입니다. 그런 사례들이 반복되는 데 공개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려워서. 일단 이렇게 정리해둡니다.

저는 <<여자떼 공포, 젠더 어펙트>>에서 정동을 ‘불가해한, 넘쳐나는 힘, 부적절한 힘’으로 인지하던 시대 정동이 젠더화된 방식으로 출현하는 전형적 사례가 “여자떼”였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여자떼 공포는 그런 점에서 정동적 힘에 대한 공포이기도 하다는 연구입니다. 또 정동이 “떼”라는 젠더화된 표상으로 인지된 긴 역사를 지나, 정동 연구가 정동과 주체성을 새롭게 이론화하는 현재 정동을 다시 “떼”의 표상으로 정립해야 할 필요도 없고 저도 그런 주장을 한 적이 없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렇게 정동을 “여자떼”로 표상하는 방식이 엘리트와 대중에 대한 근대적 인식, 또 신체적 접촉에 의한 힘의 전이를 ‘군중심리’로 표상해온 근대 주체성 정치, 특히 엘리트와 대중이라는 이분법의 산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즉 정동이론의 도입은 기존의 주체에 대한 인식과 표상과 인지, 특히 엘리트(개인)과 대중이라는 이분법을 비판적으로 넘어서는 것이며, 그런 사유 체계 자체를 비판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제 연구는 엘리트 페미니즘을 비판하기 위해 여성 대중의 페미니즘이나 그 상관물로서 정동 네트워크를 제시하는 그런 말을 한 적도 없고 그런 흐름과 관련도 없습니다. 저도 '엘리트'라는 말을 '엘리트 중심주의'의 근대적 형식과 현재적 상관물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엘리트나 대중은 일종의 '역사적 범주'이지(과거 특정 시기 만들어져서 사용해온), 현재에도 해석과 사유를 위해 유용한 해석의 범주는 아니라고 보는 것이지요.

사실 저는 2021년에 왜 '대중화', '여성 대중' 같은 말들이 그저 오래된 말이 아니라, 지금 여기 정치적 주체화를 분석하는 이론이자 방법으로 제시되는 것 자체에 대해 비판적입니다.

온라인이나, 비학문적 담론 플로우까지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연구의 장에서는 다른 개념이 이미 있고 그런 개념 투쟁 속에 페미니즘 이론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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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정동을 대중성과 동의어로 놓으려는 시도는 연구와는 무관한 지점에서 등장하는데. 한편에서는 정동을 인민성이나 인민의 힘, 아래로부터의 힘의 상관물로 보는 읽기도 없지는 않고(이건 대중성 논의와는 또 다르고.)

정동 연구를 '파퓰리즘'이라고 간주하는 어떤 태도는 한국에서 정동을 둘러싼 이런 여러 플로우의 산물.

정동을 '떼'나 '물결'의 상관물로 해석하려는 시도에 저는 비판적인데. 이런 논의는 정동을 오래된 '인민의 집합적 힘에 대한 낭만적 지향'을 되살리는 경향일 뿐이라고 봄.

세미나 준비하다가 꼭 써야지 했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