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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국가적 생체 정보 전쟁, 초국가적 문화산업과 이차세계 대전에 대한 '오락적' 질문에 대한 연구 노트 1> 본문
연결신체이론/테크놀로지*페미니즘
<초국가적 생체 정보 전쟁, 초국가적 문화산업과 이차세계 대전에 대한 '오락적' 질문에 대한 연구 노트 1>
alice11 2023. 12. 29. 14:54<초국가적 생체 정보 전쟁, 초국가적 문화산업과 이차세계 대전에 대한 '오락적' 질문에 대한 연구 노트 1>
1. 괴물에서 찌질이까지: 파시스트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
2차 세계 대전 당시와 그 이후 일본, 독일, 이탈리아 파시즘 주축국을 '이해'하고 재현하는 방식은 변화해왔다.
'집단 광기'로 파시스트를 재현하는 건 전후 반파시즘 미학과 인식론의 역사적 특징이다.
집단 광기-이상 성격-생리적 이상성을 파시스트의 특질로 그려낸 작품도 많다.
꽤 최근의 영화이지만 <판의 미로> 에 등장하는 "아이를 잡아먹는 괴물"이나 결벽증과 이상 성격 소유자로 광적 폭력을 수행하는 인물로 파시스트를 그리는 건 이런 경향의 하나이다.
또하나의 경향은 '악의 평범성banal'으로, 이는 전자 즉 예외적 기인이나 비정상적 히어로(과잉excess)으로 파시스트/파시즘을 인식/재현하는 패러다임에 대한 비판의 산물이다.
이례적이지도, 극단적이지도 않으며, 연구할 가치조차 없는 구질구질할 정도로 찌질한 인간들
1930년대를 기점으로 해도 거의 백년 간 이어진 질문이지만 아마도 여전히 질문이 남아있는 문제.
2. 초국가적 문화산업의 새로운 장르: 생체 정보 전쟁과 이차세계 대전
최근 특히 OTT를 매개로 한 초국가적 문화산업에서 이차세계 대전에 대한 재서
사화가 상당히 주요한 흐름으로 부상 중이다.
대표적인 게 생체 정보 전쟁의 기점으로 이차세계 대전을 다루는 흐름이다.
자료를 모으고 있는 중인데.
중국에서 나오는 1940년대 상해 시리즈를 다 찾아본 이유이다.
중국의 상해 시리즈에서 특히 '고문'은 물론 일본의 잔인함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나 폭력의 강도(비인간성, 괴물 일본 등)를 표현하는 클리셰로도 볼 수 있다.
1940년대 상해 시리즈가 전체적으로 내셔널리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건 분명한데. 과연 어떤 맥락에서 그러한가가 중요하다.
최근 서사에서 '고문'은 현재의 생체 정보 전쟁(AI 빅뱅을 비롯한)의 맥락과 관련해서 반복 환기되는 측면이 있다.
또한 1940년대 상해 시리즈는 '스파이물'(정보원)이면서 동시에 가짜/진짜/혼종 중국의 경계를 묻는 서사여서 스파이-정보의 신체와 국체에 대한 질문이 흥미롭게 결합되어 있다.
냉전기 정보 서사를 독점한 대중 서사가 007 시리즈. 최근 영국 드라마에서도 007을 잇는 새로운 스파이물/생체 정보 전쟁 서사가 부상 중.
특히 세뇌 공작을 생체 정보 전쟁의 역사 속에 그려가면서, 이차세계 대전과 한국 전쟁, 냉전을 이어서 그려간 <더 입크립스 파일> 같은 작품은 흥미롭고, 007의 뒤를 잇는 영국 대표 서사로 평가되기도 한다.
또하나의 예로 일본 드라마 <비방VIVANT>도 살펴보았다. 일본에 실제하는 벳반이라는 정보기관을 최초로 다룬 드라마. 특히 한국도 그렇지만 최근 몽골 로케이션 콘텐츠가 많아지는 데 이 경향이 궁금하기도 했다. (<연인>을 살펴본 또다른 이유이기도)
일단 <비방>에서도 고문기술을 다루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사카이 마코토는 벳반-정보요원으로 테러 조직의 우두머리인 자신의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아비 찾기-스파이물-정보 신체의 관련성)
사카이 마코토는 최고의 고문 기술자로, 약물 사용, 딥페이크를 이용해서 가족을 처형하는 영상을 보여주는 고문 기술을 아무 죄의식 없이 사용한다. 하물며 사카이 마코토-테러 조직의 우두머리인 아비가 사용하는 고문 기술과 테러는 결국은 '버려진 아이들을 돕기 위한'일이자 버려진 아이들이 만든 후발 국가를 구원한 일로 그려진다.
사카이 마코노는 유년기의 ptsd로 인해 분열증을 앓는 인물로, '해리성 기억 상실'자로 그려진다.
해리성 기억 상실자로 전시 폭력 가해자와 그 연장에 있는 학살 가해자를 그리는 문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 관련 논쟁에서도 이미 다뤄진 바 있다.
한국에는 고문, 정보전쟁, 생체 실험에 대해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나? "오락으로서" 말이다.
3. 무엇을 물어야 하는 지 몰라서: 한국의 이차세계대전 시리즈
<경성 크리처>는 악평이 지배적인데, 한소희의 안중근 포스팅에 힘입어 바이럴을 끌어모으는 중이다.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최근 넷플릭스에서 일제시기를 다룬 시리즈는 참패를 이어가는 중.
<도적, 칼의 소리>는 간도를 배경으로 한다고 해서 연구자로서 의무 감상을 했지만, 아무리 재미없는 드라마도 다 보는 사람이지만 정말 이 드라마를 다 보기는 어려운 지경이었다.
<경성 크리처>도 채점을 마감하고 열심히 연구의 자세로 보았지만
완성도 등을 떠나서, 일련의 작품들이 일제시기나 이차세계 대전에 대해서 뭘 질문해야 하는 지를 모른 채 다른 계산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소희의 안중근 포스팅을 731 부대 관련 바이럴을 띄워서 미디어도 거기 초점을 두고, 한일전을 부추기는 중인데.
초국가적 문화산업에서 내셔널리즘 서사도 매우 정교해지고 있고, 또 이차세계 대전에 대한 질문도 더 다양해지고 참신해지고 있고, 고문, 생체실험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오늘날의 생체 정보 전쟁과 관련한 역사적이면서도 현재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가장 오락적인 것이 가장 선전적이다.
최고의 선전물이 오락이다.
이게 이차세계대전기 일본의 선전-정보 전쟁의 모토였다.
어쩌면 오늘날 초국가적 문화산업은 이를 테마로 해서 가장 오락적이며 가장 선전적인(내셔널리즘 서사를 포함) 전쟁을 수행 중이다.
그런 점에서 <경성 크리처>의 안중근 바이럴은 참신하지도, '오락적'이지도 역사적이지도 않다.
<경성 크리처>가 제기하는 731 부대와 생체 실험에 대한 질문 역시, '누가 괴물인가' 수준의 나이브한 질문을 반복한다. 이것 역시 그렇게 해석해주려고 애를 써야 그렇게 보이지만.
4. 어머니-괴물과 싸우는 남성 영웅들
이런 경향은 이미 영화 <유령>에서부터 가시화되었다고 보인다.
<유령>에서 유령을 일망타진하려는 빌런으로 무라야마 준지(설경구)가 설정된 건 상당히 기이한 일이다.
원작 중국 소설과 영화 <펑셩(바람소리)>에서 이유없이 유령 일망타진에 집착하는 일본군은 '아버지'의 유령에 사로잡혀 있는 존재로 그려진다.
즉 군인 가문의 후예로 아버지의 변절로 변절자가 되어버려서 유령 일망타진에 골몰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이는 이른바 내셔널리즘과 가부장적 재생산의 중층성을 체현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판 <유령>에서 무라야마 준지는 '조선인 어머니' 때문에 '수치심을 느끼고' 커리어에서도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그려진다.
또 그가 자신의 '더러운 피'를 혐오하여 조선인을 혐오하는 식으로 그려진다. 즉 그는 어머니-조선과 싸우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는 전형적인 한국의 자이니치에 대한 차별을 그대로 날것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오징어게임>, <유령>, <경성 크리처>로 이어지는 <어머니-유령과 싸우는 남자들 이야기>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 정리해보겠습니다. 너무 길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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