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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효과? 혹은 말할 수 없는 감각: 땐뽀걸즈와 경성 판타지 본문

살갗:가족 로망스/반려의 권리

페미니즘 효과? 혹은 말할 수 없는 감각: 땐뽀걸즈와 경성 판타지

alice11 2018. 6. 9. 14:17

페미니즘 효과일까?

요즘 학생들이랑 공식적인 면담 외에도 같이 이야기하고 공부에 대해 피드백하는 데 아주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 공부나 책에 대해 이전보다 문의가 많다. 이번 학기에 수업도 많고 학생수도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분명 다른 때보다도 다른 관심과 문의와 요청이 많아졌다. 부정적이던 긍정적이던. 페미니즘과 헤이트 스피치에 대한 질문과 상담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서울에서 온 선생님>과 <우리 선생님> 사이의 낙차나 간극에 때로는 절망하고 때로는 포기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던 긴 시간이었는데, 물론 그 거리가 온전히 좁혀지진 않겠지만

요즘에는 그 두 대립항 <서울에서 온 선생님>과 <우리 선생님>의 대립항이 <페미니즘>을 매개로 사라진 느낌이 크다.

<페미니즘>의 임팩트가 크긴 한가보다. 내가 새삼 페미니즘 교사가 된 것도 아니지만, 페미니즘 교사라는 게 쌓인 대립항을 넘어선 다른 관계항을 만들어준다고 할까. 물론 그만큼 이전과 다른 강한 대립항도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지만....이건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계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거리에 대해
<서울에서 온 선생님>과 <우리 선생님>이라는 대립항 사이에서 그 대립항을 거부하는 일은 참으로 지난한 과정이었다.

긴 시간을 돌아서, 오히려, <거리>에 대해 더 많이, 차분하게 생각하고 들여다보게 된다.

*<땐뽀걸즈>를 보면서, 학생들이 울고 웃는 포인트와 내가 감각하는 포인트가 아주 다른 지점이 많았다. 세대의 차이도 있겠다. 그런데 무엇보다 지역말의 독특한 뉘앙스와 거기 담긴 정서에 대해서는 나는 여전히 동일한 감각을 느낄 수가 없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리라고 느낀다. 이건 비판적 거리와 다른, 어쩔 수 없는 거리이다.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감각할 수 없거나(그러니까 그 말투가 왜 웃긴지, 저런 식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왜 재미있는지, 이런 부분을 전혀 감각하지 못하는 지점이 많다.) 이런 거리를 좁히는 것도 아주 중요하고 거기 오래 주력해왔지만, 어쩌면 그 거리가 좁혀질 수 없다는 것을 언제나 감각하는 게 중요한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한다. 어느 때보다, 학생들과 오래, 길게 같이 시간을 보내는 이 즈음에.

**오늘 우연히 울산 MBC가 제작한 <경성 판타지> 1편을 보았다. 출연자가 모두 남학생이라 아쉽긴 했지만.
서울에 가서 2시간 지나니까 힘이 다 빠진다는 학생들 모습에, 지난 긴 시간 서울로 일본으로 함께 다니며....무너지곤 했던 팀원들 모습, 또 학생들 모습이 떠올라 저절로 미소 지었다.

뭔가 할 말이 많은데,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할까.

사실 <땐뽀걸즈>도 <경성 판타지>도 그렇다.

**그러니까, 감각할 수 없는 지점과 거리도 있지만, 경험과 감각을 실어나를 적절한 말을 도저히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아진다....이 경험이 무엇일까....그 말을 찾아가는 게 아마 여기서 살아가는 삶의 경험과 감각, 차이와 거리 혹은 함께 함에 대해 다른 말을 찾아가는 일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