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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현실을 추억담과 반성문으로 만들기

alice11 2018. 2. 9. 17:42

일드 마더를 본지 오래라 기억에 의존했었는데, 다시 찾아 시놉을 보니, 일드에서도 임시 교사인 그녀는 버린 엄마와 기른 엄마가 있었다. 물론 기른 엄마가 한국판처럼 데우스엑스마키나로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버린 엄마가 이발소를 하는 것도 같은 설정이었네.


학대라는 표현, 아동 학대, 노인 학대 등은 아동이나 노인이 부양 대상이고, 부양자가 제대로된 부양을 하지 않았다는 전제여서 이미 아동이나 노인을 피부양 대상자로 한정하는 것이라, 가정 폭력이라고 써야 한다는 논의도 이미 오래 전에 제기됨.


일드를 다시 보고 비교할 정도로 여유는 없을듯하다.


그냥 그런대로 두는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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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을 내어 드라마 마더를 찾아본다. 


일드 <마더>를 보면 학대받는 존재, 흔히 만나기 어려운 이른바 판단력이 없는 유아의 내면이란 것을 들여다보는게


너무 괴롭고, 그걸 끝까지 어떤 자비도 없이 들여다보는 드라마 방식에 한편으로는 좀 마음 속이 다 파헤쳐지는 것 같았고


제발, 자비를....


이렇게 좀 외치고 싶었다. 이미 몇년 전...지금은 더한 드라마가 많아서.


엄마에게 학대받고, 동거 남에 의한 성추행, 공모 살해 직전까지 이르는 경험을 하고도


이 아이는, 엄마를 사랑하고, 결국 엄마에게 돌아간다.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도 하고.


또 드라마에서 학대받는 어린 학생을 구출해서 도망가는 임시 교사는, 부자 엄마나, 버림받은 과거는 없다.


물론 타인에 철저하게 무관심한것처럼 살던 사람인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에서도 신분 증명을 얻을 수 없는 여성들의 마지막 피난처.


증명서류없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에서 겨우겨우 살아가다가


그녀들을 보살피던 마마가 유명을 달리하자 그녀의 장례를 보러 몰래 찾아들던 장면등


일드 마마에는 어디에도 구원이나 자비는 없었다.


반면 한국판에는 아마 이게 너무 냉정하다고 생각했고, 여전히 안방극장 드라마에 이런 잔인한 아동 학대를 재현하는 게


여러 면에서 문제가 되서일까.


드라마는 학대받는 어린 아이의 내면이나 고통, 분열, 애정을 갈구하면서 증오하는, 의존할 수밖에 없기에, 노예적인, 그런 어른이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하고 어두운 내면을 회피하고


이 문제를 이미 성인이 된 '엄마'의 유년의 회고와 상처받은 삶에 대한 기억으로 대체한다.


또 생모/버린 엄마와 기른 엄마/ 버림받아 상처받은 딸


그리고 모든 걸 이해하는 동반자 남성 사이의


눈물겨운 추억과 반성의 가족 서사로 그려가고 있다. 


매우 안방극장 다운 그런.


여러 장면들. 드라마만이 아니라


여러 장면들을 보며


우리는 현실의 폭력과 그 구조를 직시하고, 현실을 변화시켜나갈 용기는 갖지 못한 채


회피하려하고


회피한다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폭력의 현실 대신


추억담, 반성문을 쓰고 돌려보며


얼싸안고 눈물짓고


"그래도 세상은 살만해, 나도 그렇게 나쁘진 않아, 오늘도 반성했거든"


그런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 같다.